16. 원오스님에게 귀의하다 / 응암 담화(應菴曇華)선사
응암(應菴曇華:1103~1163)스님은 처음 장산(蔣山)원오(圓悟)스님의 회중에 귀의하여 차암 경원(此菴景元:1094~1146)스님과 도반이 되었다. 경원스님이 처주(處州)연운사(連雲寺)의 주지로 있을 무렵, 담화스님이 호구 소륭(虎丘紹隆:1077~1136)스님의 회중에 있다가 연운사를 찾아갔다. 처음 찾아왔는데도 경원스님은 그를 곧장 수좌를 시켰다가 얼마 뒤에 입승을 시키고는 법상에 올라 설하였다.
"서하(西河)에 사자가 있다고 하더니만 이 연운사엔 호랑이(호구 소륭)새끼가 나타났다. 몸소 사나운 호랑이 굴 속에 있다가 나오니, 털무늬가 또렷하고 발톱과 이빨이 모두 갖추어 있다. 아직은 많은 무리를 놀라게 할 수는 없지만 이미 소 잡아먹을 뜻이 있다. 그는 양기종의 법령이 땅에 떨어져 자취가 없어질까 염려하여 무쇠 같은 등뼈를 한껏 곧추세우고 스승과 함께 기염을 토하고 있다. 여러분들은 누군지 알겠느냐. 눈이 가락지같이 큰 사람, 바로 우리 앞에 서있는 이 사람이다."
스님은 뒷날 묘엄사(妙嚴寺)의 주지가 되었다. 호구(虎丘)스님을 위하여 향을 태우고 그 후 10년 동안 줄곧 그곳에 머물렀는데, 그의 도는 묘희스님과 견줄 만하였다. 시랑(侍郞)이호(李浩)는 오랫동안 스님과 교류하였는데 일찍이 스님의 영정에 다음과 같은 찬을 썼다.
일생을 쉬지 않고 분주하더니
주지가 되자마자 문득 벗어버렸네
오늘날 또다시 영정 위에 나왔구려
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를 알겠도다
平生波波挈挈 纔得箇院子住便打脫
而今又向幀子上出來 知他是死是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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