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정신없이 바쁜 사람'이라는 별명이 붙다 / 혹암 사체(或菴師體)선사
혹암 체(或菴師體:1108~1179)스님은 태주(台州)황암(黃巖)사람이다. 타고난 성품이 거칠고 소탈하여 무슨 일이든지 닥치는대로 도맡아보니 위아래 도반들이 `체란요(體亂擾:정신없이 바쁜 사체)'라고 불렀다.
호국사(護國寺)에서 차암 경원(此菴景元)스님에게서 공부하였는데, 어느 날 나한전에서 수행하다가 갑자기 창고 아래에서 얻어맞는 행자의 비명소리를 듣고 훤히 깨쳤다. 곧바로 경원스님에게 달려가 말하니, 스님은 "이 막둥이가 앓다가 이제사 땀이 났구나!"라고 하였다. 얼마 후 그에게 지객(知客)을 맡기고 그 후 도전(塗田)의 화주로 보내면서 송을 지어 전송하였다.
어린아이 정수리에 세 개의 눈알을 달고서
팔꿈치에 험인(驗人)부적 열어젖히며
몽둥이로 죽이고 살리는 일 대단할 것 없으니
바다 건너 대장부가 되어 돌아와야 하느니라.
豎亞頂門三隻眼 放開肘後驗人符
杖頭殺活無多子 截海須還大丈夫
그 후 할당(瞎堂慧遠:1103~1176)스님에게 귀의하여 호구사(虎丘寺)의 수좌로 있다가 소주(蘇州)각보사(覺報寺)의 주지로 나아가 차암(此菴景元)스님의 법을 이으니 그의 법이 크게 떨쳤다. 그 후 초산(焦山)으로 옮겼는데 군수 시랑(侍郞)증중궁(曾仲躬)이 항상 그에게 도를 물었으며, 스님이 입적했을 때 돌 벼루를 전해 주자 증시랑은 게를 지어 조문하였다.
외짝신으로 나는 듯 서풍을 따라가니
걸망 안에 아무것도 없네
벼루를 남겨두고 나더러 쓰라 하지만
늙은이 몸엔 허공을 가를 필력이 없구려.
翩翩隻履逐西風 一物渾無布袋中
留下陶泓將底用 老來無筆判虛空
스님의 열반 게송은 다음과 같다.
쇠나무에 꽃이 피니
수탉이 알을 낳네.
일흔 두 해 만에야
요람의 줄을 끊누나.
鐵樹開華 雄鷄生卵
七十二年 搖籃繩斷
스님은 참으로 임제종의 싹[種草]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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