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선림의 장원감/ 귀산 미광(龜山邇光)선사
귀산사(龜山寺)의 미광(邇光)선사가 양서암 묘희 스님에게서 공부할 무렵, 반년이 지나도록 입을 열 기회가 전혀 없었는데, 하루는 입실하자 묘희스님이 물었다.
"죽을 먹고 바리때를 씻었거든 이것 저것 가릴 것 없이 한 마디 해 보아라."
미광스님이 "찢어버리겠다!"라고 소리치자, 묘희스님은 무서운 얼굴로 "또다시 여기와서 선을 말할테냐?"라고 하였다. 미광스님은 그 말에 크게 깨치고 온몸에 땀을 흘리며 절을 올리니 묘희스님은 게를 지어 인가하였다.
거북이 털을 뽑고 나서 하하하 웃는구나
일격에 만겹의 관문사슬을 열었도다
평생에 경사스러운 날 바로 오늘이로세
누가 말하랴, 나를 되팔아먹으려고 천리 길을 왔었다고.
龜毛拈得笑哈哈 一擊萬重關鎖開
慶快平生是今日 孰云千里賺吾來
이에 대하여 미광스님은 `투기송(投機頌)"을 지어 올렸다.
기연만나 부딪치고 천둥소리 으르렁대니
놀라 일어난 법신 북두성에 몸 숨기네
드넓은 물결 위에 성난 파도는 하늘에 닿고
콧구멍을 뽑아내니 입을 잃었구나.
當機一拶怒雷吼 驚起法身藏北斗
洪波浩渺浪滔天 拈得鼻軫失却口
묘희스님이 보고서, "이것이야말로 선림의 장원감이다" 하여 이를 계기로 미광스님은 `광장원(光狀元)'이라 불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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