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림성사(叢林盛事)

38. 개선 도겸(開善道謙)선사의 전기

通達無我法者 2008. 2. 25. 17:22
 





38. 개선 도겸(開善道謙)선사의 전기



개선 겸(開善道謙)선사는 건령(建寧)사람이다. 처음 서울로 가서 원오 극근(圓悟克勤)스님을 찾아뵈었으나 깨친 바 없었다. 그 후 묘희스님을 따라 천남산(泉南山)에 암자를 짓고 살았는데 묘희스님이 경산(徑山)에 주지로 가자 도겸스님은 묘희스님을 모시고 그리로 갔다. 얼마 후 묘희스님이 그를 장사(長沙)에 보내 자암거사 장위국공(紫巖居士 張魏國公:張浚)에게 편지를 전하도록 하자 도겸스님이 스스로 생각해 보았다.

`내, 20년 동안 참선을 했지만 아무 것도 깨친 바가 없는데 다시 이 길을 가게 된다면 결정적으로 나의 공부가 황폐해질 것이다.' 내심 가지 않으려고 하였는데, 그의 도반 죽원암주(竹原菴主)종원(宗元:1100~1176)스님이 "길을 간다고 참선을 못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그대와 함께 가겠다."하며 꾸짖었다.

이에 도겸스님은 마지못해 길을 떠났는데 길가는 도중에 종원스님에게 울면서 하소연하였다.

"내, 일생동안 참선을 했지만 하나도 얻은 바 없었는데 또다시 길 위를 분주하게 돌아다니니, 어떻게 깨칠 수 있겠느냐?"

"그대는 어찌해서 여러 총림에서 참구했던 것과 깨친 것과 또한 원오 ․ 묘희 두 스님이 그대에게 말씀해 주신 이치를 모두 이해하지 않으려고만 하는가. 가는 길에 그대를 대신할 수 있는 일이라면 내 모두 대신해 주겠다. 그러나 오직 다섯 가지 일만은 대신해 줄 수 없으니 네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그 다섯 가지 일이란 무엇인가? 그 말을 듣고 싶다."

"옷입고 밥먹고 똥누고 오줌누고 이 시체를 끌고 길을 가는 일이오."

도겸스님이 이 말에 크게 깨치고 자신도 모르게 너울너울 춤을 추면서 "사형이 아니었다면 내 어떻게 이러한 경지를 얻었겠소"라고 하니, "그대가 이제야 비로소 자암거사에게 편지를 전할 수 있겠으니, 나는 돌아가겠다" 하고 종원스님은 곧바로 건상(建上)으로 돌아가고 도겸스님은 그 길로 장사에 이르러 그곳에서 반년을 머물렀는데 진국부인(秦國夫人:장위국공의 어머니)도 스님으로 인하여 대사(大事)에 큰 마음을 일으켰다.

마침내 쌍경사(雙徑寺)로 돌아오자 묘희스님은 지팡이를 짚고 문에 기대 기다리고 있다가 도겸스님을 보자마자 말하였다.

"건주 아이야! 이번 길에 떠나갈 땐 이 노승을 원망만 했을 것이다마는 그것은 아직 때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에 그는 매일 더욱 깊은 경지를 쌓아 뒤에 현사산(玄沙山)의 주지로 나갔다.

한번은 대중에게 설법하였다.

"서축 땅 큰 신선의 마음은 동과 서가 은밀하게 맞는다고 하였는데 은밀히 맞는 마음이란 무엇인가?"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다시 말하였다.

"8월 가을날 어디가 덥단 말인가?"

다시 말하였다.

"부처를 설하고 법을 설함은 소경과 귀머거리를 속이는 일이며, 성품을 논하고 마음을 논함은 스스로 함정 속으로 뛰어드는 일이다. 몽둥이와 할은 세력을 힘입어 사람을 속이는 일이며, 눈을 깜박거리고 눈썹을 치켜 올리는 것은 들여우가 사람을 홀리는 일이다. 그렇다고 이 모든 것이 아니라 해도 그것은 고함지르면서 산울림이 멈추기를 바라는 격이며, 별달리 대단한 일이 있다 하여도 그것 또한 허공에 하소연하는 격이다. 그렇다면 결국 무엇인가? 흰구름 다한 곳이 푸른 산인데, 저 길손, 또 다시 청산 밖에 있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