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한 번 찧은 쌀'이라는 별명이 붙은 스님 / 수암 사일(水菴師一)선사
수암 일(水菴師一:1107~1176)선사는 무주(務州) 동양(東陽)사람이다. 거칠고 세련되지 못하여 총림에서는 그를 `일조(一糙:한 번 찧은 거친 쌀)'라 불렀다. 오랫동안 월암 선과(月菴善果)스님에게 공부하였는데, 선과스님은 늘 `운문화타(雲門話墮)'의 화두를 가지고 물었다. 하루는 그가 한마디를 던졌다.
"영산 회상의 수기는 모름지기 스님이라야 받겠습니다."
또한 일찍이 송을 지었다.
열여섯 곱디고운 아가씨 아름다운 몸매로
사뿐한 비단옷에 향기 휘날리며
꽃밭에 숨었다가 서서히 일어나니
노란 꾀꼬리 버들가지에 내려앉네.
二八佳人美態嬌 繡衣輕整暗香飄
偸身華圃徐徐立 引得黃鶯下柳條
월암스님이 큰 그릇으로 여겼는데 뒷날 도반들과의 불화로 그를 모함하는 사람이 있었다. 월암스님은 그들의 말을 믿고 사일스님을 내쫓으니 절을 떠나면서 게를 지어 월암스님을 풍자하였다.
월암의 법장(法藏)부처님께 머리숙여
황금의 오묘한 모습 실로 볼만 하였는데
희멀건한 도깨비 일곱 여덟 놈이
이리저리 소반 위의 구슬처럼 구르는구나.
稽首月菴藏裏佛 黃金妙相實堪觀
白面夜叉七八箇 推轉如珠走玉盤
후일 태주 자운사(慈雲寺)의 주지로 세상에 나아가 불지(佛智端裕:1085~1150)스님의 법제자가 되었는데, 이는 참정(參政)전단례(錢端禮)의 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전단례는 불지 스님과는 속가의 친형제 사이다. 그러나 총림에서는 이를 스님의 단점으로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그는 방장실에서 항상 "서천(西天)의 오랑캐는 어찌하여 수염이 없느냐?"는 화두로 학인들을 시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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