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모르는 공안이 없었어도 무암 법전(無菴法全)선사
무암 법전(無菴法全)스님은 고소(姑蘇)사람으로, 야보 천금강(冶父川金剛)스님의 제자이다. 오랫동안 육왕사(育王寺)불지(佛智端裕)스님에게 귀의하여 자각 진(慈覺眞)스님과 도반이 되었다. 고금의 공안을 거론할 때는 모르는 것이 없었으나 방장실에서의 기연은 깨치지 못하여 밤낮으로 슬피 울며 잠을 자지 않았으며, 사람들과 어울려 세속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일이 없었다. 이와 같이 몇 해를 지내던 어느 날, 불지스님이 방장실에서 그의 멱살을 붙잡고 말하였다.
"유구무구(有句無句)는 나무에 얽힌 등넝쿨과 같다 하는데 말해 보아라. 빨리!"
법전스님이 무어라고 입을 열려 하는 순간, 불지스님이 주먹으로 그의 얼굴을 후려갈겼다. 이에 밝게 깨치고 연거푸 큰소리로 윽! 윽! 하고 소리쳤다. 단유스님이 그제서야 멱살을 놓아 주니, 송을 지어 올렸다.
북소리 피리소리 울리는데 한쪽 어깨 가사 벗고
용루에서 향기 뿜는 익주의 배
때로는 발을 담가 밝은 달을 희롱하고
5호의 물결 아래 하늘을 밟아 나가네.
鼓笛轟轟袒半肩 龍樓香噴益州船
有時著脚弄明月 蹈破五湖波底天
후일 그는 세상에 나아가 큰 사찰의 주지를 두루 지내다가 호구산(虎丘山)에서 입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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