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림성사(叢林盛事)

55. 오대산 초의문수상(五臺艸衣文像)

通達無我法者 2008. 2. 25. 18:01
 



55. 오대산 초의문수상(五臺艸衣文像)



오대산의 초의(艸衣)문수상은, 이 나라(宋)의 원풍(元豊:1078~1085)연간 때부터 있었다.

태위(太尉) 여혜경(呂惠卿)이 변방의 장수로 있을 때 오대산을 찾아왔다가 처음 그 모습을 보았는데, 위엄어린 동자가 거무스름한 몸에 머리를 풀어헤치고 부들풀잎으로 발에서 어깨까지 휘감았으며 오른 어깨는 드러내놓은 채 손에는 불경을 들고 있었다. 여혜경은 그와 `화엄경"의 대의를 논하였지만 그가 보살인 줄을 몰랐는데, "범인의 생각으로 성인의 뜻을 헤아리려고 하느냐?"는 꾸지람 소리에, 비로소 깨어나 절을 올리자 동자는 마침내 문수보살의 모습으로 변하여 황금사자를 타고 보일락말락하며 구름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여혜경은 그 후로 후회와 한탄으로 집에 돌아와서도 한달이 넘도록 침울해 하였다. 뒤에, 지성껏 기도하면 보살의 모습이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는 부인의 말을 듣고 여공은 그 말처럼 정성을 다하여 잘못을 뉘우치고 반드시 보살이 현신하기를 기구하는 마음을 쉬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일찍 일어나니, 향탁자 위에 보살이 나타나 여공을 꾸짖었다.

"어찌 이다지도 상(相)에 집착하느냐?"

"세상 사람들에게 보살님께서 보여주신 참모습을 보였으면 해서입니다."

그리고는 급히 화공(畵工)에게 명하여 그리도록 하였는데, 잠깐 사이에 그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리하여 그려진 그 화상은 경락(京洛)지방에 전해졌는데 지금까지도 여러 곳에서 이따금씩 찾아볼 수 있다. 나도 그 중 한 폭을 보관하고 있는데 이는 오승(吳僧) 범륭(梵隆)스님이 그린 것으로 이 몸이 다할 때까지 받들고자 한다. 일찍이 전우(典牛天遊)스님이 지은 찬을 기록해 두었는데 많은 찬 가운데 가장 훌륭한 글이라 할 수 있다.



딱한 남전(南泉)이  도리를 알지 못하고

하잘것 없는 문수사리라고 철위산 밑으로 쫓아내니

지금까지 머리도 빗지 않고 얼굴도 씻지 않은 채

온몸이 하나가 되어 풀 속에 앉았는데

멍청한 여공(呂公)이 그것도 반짝 깨닫지 못하고

황금사자를 가리키다가 그자리에서 자기를 잃고 나자빠졌구나

소로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