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살아서 복이 아무리 많았어도 / 보자 온문(普慈蘊聞)선사
보자 문(普慈蘊聞)선사는 예장(豫章)사람으로 용모가 남달랐다. 처음에는 삼구(三衢)오거사(烏巨寺)의 설당 도행(雪堂道行)스님을 찾아 뵈었고, 그 다음엔 호상(湖相)지방으로 들어와 회안봉(回雁峰)아래에서 묘희스님을 뵙고 함께 갖은 어려움을 겪어냈다. 장원급제했던 왕성석(汪聖錫)과도 두터운 교분이 있었는데, 왕씨는 상요(上饒)땅 사람이었으므로 문선사를 회옥산(懷玉山)의 주지로 천거하니 그곳은 황룡 혜남스님이 공부했던 곳이기도 하다.
왕성석이 뒷날 민주(閩州)자사가 되자 곧 온문스님을 상골산(象骨山:雲峰寺)으로 초청하였으며, 건도(乾道:1165~1173)연간에는 칙명으로 쌍경사(雙徑寺)의 주지가 되어 천자의 부름으로 여러 차례 궁궐에 들어가 설법하였다. 천자는 기뻐하여 특별히 혜일선사(慧日禪師)라는 법호를 하사하였으며, 만년엔 또다시 칙명으로 설봉산으로 돌아왔는데 고산사(鼓山寺)노스님 차산 승(次山昇)이 그에 대하여 소(疏)를 지었다.
선기(璇璣)가 움직이지 않고서도
잠깐 사이에 하늘의 바람과 구름을 돌리고
대용(大用)이 앞에 나타나
종횡무진, 일월을 걸어놓았도다
백년에나 한 번 있을 만남이 반가우니
천년에 다시 모여 이 복을 누리소서
덕이란 나날이 새로워지지만
사람이란 오로지 옛사람을 구하는 법
그대의 도는 남쪽 민지역(南閩) 이절(二浙)지방에 전해졌고
그대의 인연은 설교(雪嶠) 오봉(五峰)과 맞았으니
사형사제 전후하여 주지를 이어오며
각기 아름다운 명성을 얻어
예전에 떠나가고 이제 돌아옴에
모두가 천자의 칙명으로 불법을 일으키니
온 나라 사람들이 모두 천지의 마음을 보았도다
그러나 홀로 성주의 지우(知偶)를 만나니
명공대작 모두가 스님을 우러르네
바야흐로 과녁 위를 나는 봉황을 따르다가
갑자기 놀라 합포에 구슬 안고 돌아옴이여
백마타고 오신 님을 보았으니
옷자락 땅에 끄는 아름다운 시녀가 필요하겠나
일천여명의 용상(龍象)스님이
우두커니 코끼리수레로 돌아오는 스님 바라보니
삼백년 조사의 도량에
또 한번 나무공을 굴려 불법 일으킴을 보리라
바라건대 밀인(密印)을 가지고
아랫사람의 염원에 부응케 하소서!
온문스님은 복이 많기로는 근세에 따라갈 사람이 없었으나, 그의 향상(向上)경지에 대해서는 총림의 신임을 얻지 못하여 죽은 후엔 명성이 떨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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