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행자에게 들려준 법어 / 설당도행(雪堂道行)선사
설당 행(雪堂道行)선사의 법어 가운데 원우(元友)행자에게 들려준 말이 있다.
"운거산(雲居山) 고암(高菴善悟)노스님이 용문산 불안(佛眼)스님 회하에 수좌로 있을 무렵 대중에게 으레 `모름지기 유식한 사람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하였다. 뒷날 내가 고암스님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시봉할 때 그 뜻을 가르쳐 달라고 청하자 스님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많은 대중 가운데에는 못난 사람들이 항상 많고 식견이 있는 자는 항상 적다. 못난 이들은 익숙해지기 쉽지만 식견이 있는 자와는 친하기 어렵다. 그러한 사이에서 스스로 크게 뜻을 세운다는 것은, 마치 한 사람이 만명을 대적하는 일과 같다. 용렬하고 천박한 버릇이 모두 없어졌을 때 참으로 헤아릴 수 없는 뛰어난 인물이 될 것이다.' 나는 그 후로부터 오늘날까지 그 말씀을 되새겨오고 있다.
기질이 의지를 이기면 소인이며, 의지가 기질을 이기면 똑바른 인물이랄 수 있지만, 의지와 기질이 균형을 이루어야만 도를 얻은 성현이 된다. 어떤 사람이 남의 충고나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않고 사납고 괴팍한 성깔을 부리는 것은 그의 기질때문에 그처럼 된 것이다.
기파(耆婆:옛날 부처님 당시의 명의)가 죽으려 하자 모든 풀들이 울면서 `기파가 살아있을 때는 우리가 쓸모 있었지만 그가 죽은 후엔 우리를 알아볼 사람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라고 개탄했다는 이야기가 있다는데, 이는 바로 오늘날의 세간사를 비유한 것이다.
내가 출가하기 전, 20세가 못되어 독(獨)거사를 만났는데 그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해 주었다.
`속에 주인이 없으면 바르지 못하고, 밖에 주인이 없으면 움직일 수 없다.'
나는 이 말을 들은 뒤로 일생동안 이 말을 실천해 오고 있다. 세속에 있으면서 입신양명할 때나 출가하여 도를 배울 때나 나아가 만년에 대중을 다스릴 때까지 이 가르침을 따랐다. 마치 저울로 물건의 경중을 헤아리고 둥글고 굽은자[規矩]로 모나고 둥근 것을 만드는 것처럼, 이를 버리면 모든 일에 기준을 잃게 된다. 원우(元友)여! 노력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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