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간당 행기(簡堂 行機)선사의 살림살이
간당행기(簡堂行機)선사는 처음 요주(饒州) 완산사(莞山寺)에 주지로 있었는데 17년 동안 화전을 일구어 밭갈이를 하면서 갖은 고초를 맛보았다. 스님이 살던 곳은 사방이 자연 그대로의 상태였으므로 적막함을 즐길 수 있었으며, 세상의 부귀영달에 마음 쓰지 않고 베옷과 나물밥으로 변함없는 절개를 지켜 왔다. 이에 세상에서는 그를 `기도인'이라 불렀다. 뒤에 스님은 구강(九江) 원통사(圓通寺)에 살며 차암(此菴景元:1094~1146)스님의 도를 크게 폈다. 그의 대중법문은 다음과 같다.
"원통사엔 생약가게를 열지 않고 다만 죽은 고양이 머리를 판다. 그 값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으나 먹기만 하면 온몸에 식은땀이 줄줄 흐르지."
그곳에서 태평선원(太平禪院)의 은정암(隱靜庵)으로 옮겨갔는데 비록 대중은 많아도 부엌 ․ 창고 등은 쓸쓸하였으나 대중들은 아무도 이를 불평하지 않았다. 절의 소임을 맡기려 할 때는 반드시 황룡 노스님의 법을 따라 새벽 죽공양이 끝나면 바리때를 걸어놓고 승당에서 시자에게 목탁을 치게 한 뒤 "누가 무슨 소임을 맡아주기를 바란다"고 하면, 어느 누구도 복종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혹시라도 명을 어기는 자가 있으면 "여기 나의 회중에서 일을 맡지 않고 네가 어디 가서 일을 맡겠느냐?"라고 꾸짖었다.
아! 선배들은 그 도가 높아 사람 쓰는 것이 이처럼 쉬웠는데 어찌하여 오늘날엔 수없이 빌고 절하여도 맡을 생각이 없고 오히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뛰니, 괴롭습니다, 부처님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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