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매천 순(罵天詢)스님과 불감(佛鑑)스님과의 문답
매천 순(罵天詢)스님은 견처가 분명한 분이었다. 일찍이 불감(佛鑑慧懃)스님 시봉을 들었는데 불감스님은 수순스님의 얼굴이 검고 모습이 추하다고 하였으며, 관상가 또한 그에게 복이 없다고 하였다. 어느 날 불감스님이 우연히 수순스님에게 말하였다.
"한 알의 보석을 너같은 거렁뱅이가 줍다니 아깝구나!"
"스님께서 단단히 거두어들이지요."
또 어느 날 그에게 말하였다.
"일체 중생이 언제 깨달은 적이 있었느냐?"
"일체 중생이 언제 미혹한 일이 있었습니까?"
그때 갑자기 한 행자승이 그들 앞을 지나가자 불감스님이 행자에게,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에 불감스님이, 언제 깨달은 적이 있었느냐고 다시 묻자 수순스님이 얼른 행자를 불러세우고서 말하였다.
"방참(放參)은 하였는가?"
"방참하였습니다."
"언제 미혹한 적이 있었는가?"
그러자, 불감스님은 버럭 성을 내며 행자에게 고함을 쳤다.
"이 축생[業種]아, 나가!"
이에 수순스님이 말하였다.
"스님께서는 소리를 좀 낮추십시오. 바깥 사람들이 우리 두 부자가 여기에서 깨쳤다느니 미혹하다느니 다투는 소리를 들을까 두렵습니다."
불감스님은 크게 웃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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