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효종과 불조(佛照德光)선사와의 만남
효종(孝宗)황제가 왕위에 오른 지 27년 동안에 항시 여러 사찰의 노스님을 맞이하여 도를 논하였으나 그 중에서도 유독 불조(佛照德光)스님만은 가장 큰 대우를 받아왔다. 순희(淳熙:1174~1189)초에 불조스님이 냉천사(冷泉寺)의 주지로 있을 때 그를 선덕전(選德殿)으로 불러들여 종문(宗門)의 일을 논하면서 닷새 동안이나 궁중에 머무르도록 했는데 이는 예전에 없던 일이다. 이에 불조스님이 효종에게 말하였다.
"폐하께서는 오랫동안 여러 노스님을 불러 도를 논하였는데 어떻습니까?"
"장로 만큼 직절하고 민첩한 대답은 얻기 어려웠습니다."
"신(臣)은 산에서 태어나 자랐으므로 말씨가 거칠고 서투니 폐하께서 너그러이 용서하여 주십시오."
"괜찮소. 여기에선 잊고 도나 논합시다."
효종이 여러 스님에게 하사한 게송이 많지만 불조스님에게 내린 글 만큼 존경의 마음을 담은 글은 일찍이 없었다. 효종의 글은 다음과 같다.
무더위에 쇠붙이도 돌도 녹아버리고
매서운 바람, 나는 구름도 얼어붙어라
매화 향기 저 멀리 퍼져가면
한가지 나무 위에 봄이 있는 걸.
大暑流金石 寒風結凍雲
梅華香度遠 自有一枝春
이 게에 대하여 불조스님은 화답한 적이 있다. 어느 날 효종은 불조스님에게 글로 전하여 물었는데, `세존께서 설산에서 6년간 수도를 하여 이룬 것이 무엇입니까? 스님은 분명하게 설명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하는 내용이었다. 때마침 불조스님은 어느 시주 집의 공양에 참석하였다가 갑자기 황제의 사신이 와서 곧 회답해 줄 것을 바라자 다음과 같이 답하였다.
"폐하께서 잊었으리라 생각했는데…. 가히 스승이 없이 자연히 얻은 지혜[無師自然智]라 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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