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림성사(叢林盛事)

109. 문장가 동산 혜공(東山慧空)스님

通達無我法者 2008. 2. 27. 13:51
 



109. 문장가 동산 혜공(東山慧空)스님



동산 혜공(東山慧空)스님은 복주(福州)사람이다. 처음에는 초당 선청(草堂善淸)스님을, 뒤에는 묘희스님을 찾아뵈었는데 묘희스님은 그의 용모와 기개가 뛰어남을 보고서 마음 속으로 붙잡아 두고자, 그의 초상화에 찬을 써 주었다.



혜공은 나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나는 혜공의 아픈 곳을 찔러주니

아픈 곳은 가려웁고 가려운 곳은 아프구나

수많은 성인과는 길을 같이 못한다 하나

어떻게 납승들과 함께 쓰리오

누가 아랴. 빗자루 대통 속에 전통(錢筒)이 없고

쑥대밭에 기둥감이 없음을

지금은 저마다 자기를 몰라

말주변 없고, 콧물 흘리는 추한 늙은이를 마음대로 그려서

벽 모퉁이 후미진 곳에 걸어둔 채

밤낮으로 도루파 ․ 필력가 ․ 침수교향을 사르며

칠대(七代)조사에게 공양을 올리네.



그러나 혜공스님은 뜻을 바꾸지 않고 끝내 초당스님의 법을 이으니, 총림에 뜻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를 우러러보았다.

혜공스님은 문장을 잘 지었으며, 그의 `동산외집(東山外集)"이 세상에 널리 유행되고 있다. 그 문집 가운데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다.



내가 사람을 떠나 보낼 때엔

`잘가라'는 말 한마디 뿐

다소곳이 여러 소리 듣고자 하면

고함쳐서  아버린다

이제와선 또다시 글 써달라 청하니

병든 매에게 여우와 토끼를 잡으라는 격이지

스님네들이여, 스님네들이여, 아는가 모르는가?

단정히 앉아 자리나 지킨다면 끝날 날 없을 것이니

가을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이나 주우러 가려므나

늑담과 백장이 강서 땅에 있다 하니



차산 도승(次山道昇)스님이 유암사(幽巖寺)의 주지로 있으면서 혜공스님의 문집을 간행하여 강절(江浙)지방에 유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