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림성사(叢林盛事)

110. 암호(菴號)와 도호(道號)에 관하여

通達無我法者 2008. 2. 27. 13:52
 


110. 암호(菴號)와 도호(道號)에 관하여



암호(菴號)․당호(堂號)․도호(道號)따위를 옛스님들은 으레 지어 가진 적 없고, 그들이 머물던 곳이 그대로 불리웠으니, 이를테면 남악(南嶽)․청원(靑原)․백장(百丈)․황벽(黃檗)등이 그런 예이다. 암호나 당호의 시호는 보각 조심(寶覺祖心)스님이 황룡사의 일을 그만두고 회당(晦堂)으로 물러나 주석하니 사람들이 이를 계기로 `회당스님'이라 일컬은 데에서 비롯되었다. 그 후 영원(靈源)․사심(死心)․초당(草堂)스님이 모두 회당스님 문하의 훌륭한 제자로서 서로 법 받아 이어왔고, 진정(眞淨克文)스님은 회당스님과 함께 황룡 스님의 문하에서 같이 배출되었기에 다같이 운암(雲菴)이라 하였으며, 각범(慧洪覺範)스님은 운암스님의 제자이기에 적음 감로멸(寂音甘露滅)이라 자칭하였다.

그리고 도호(道號)는 그의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가 있고 또는 그의 고향으로 삼는 경우도 있고 또는 공부할 때 깨친 계기로 도호를 삼는 경우도 있고 또는 늘 하던 도행(道行)으로 알려지는 경우 등이 있다. 이 모두가 어떤 근거에 의해 호를 짓는 것이니 어찌 구차스럽게 스스로 지었겠는가.

그러나 지금의 형제들은 이제 겨우 대중으로 들어와 향상 일착자(向上一着子)는 꿈 속에서도 보지 못하고서 저마다 도호 먼저 지어놓고 그 근원은 보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할당 혜원(瞎堂慧遠)스님이 결제를 시작하면서 소임자[知事]에게 물었다.

"올 여름엔 부채가 얼마나 마련됐느냐?"

"5백 자루입니다."

"또 암자 5백 채가 생기겠군!"

아마도 선승들이 부채를 얻자마자 암자 이름을 썼기 때문일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마다 모두 크게 웃었다.

나는 어머니의 꿈속에 한 범승(인도승)이 달을 이고와서 던져준 후에 태어났으므로 이로 계기로 `고월(古月)'이라 스스로 호를 지었고 `안온면(安穩眠)'으로 불렸다. 이는 각범스님이 `감로멸'이라 부른 것을 따른 것이다. 이 안온면과 감로멸은 `유마경"과 `보적경(寶積經)"에 근거한 말이다. 그러므로 귤주 소담(橘州少曇:1129~1197)스님은 나를 위하여 `고월설(古月說)'을 지어 주었다.



만고의 장천(長天)도 하루아침의 풍월(風月)이라

옛사람에게 부끄러움을 느끼면서도 이를 모방하여 써 본다.

도융(본서의 저자)스님이 태어나기 전날 밤

그의 어머니 꿈 속에 달 하나를 얻었으니

이것은 아들 낳을 상서였지

요즈음 사람들 모방을 버리지 못함은 부끄러운 일

도융스님은 모친의 뜻을 저버리지 않았고

아울러 옛사람을 잊지 않고

`고월'이라 암자 이름을 지었으니

이는 욕된 일이 아니다.



나의 은사 도독(塗毒)스님께서도 네 구절의 게송을 지어 주셨다.



만고의 허공에 떠있는 저 달에

어찌 밝고 어둠이 있었을까

이 마음 원래 일체이기에

어느 곳에서나 신령스러이 빛나도다.

萬古長空月  何曾有晦明

此心元一體  隨處燭精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