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림성사(叢林盛事)

113. 유게(遺偈)를 손수짓고 열반하다 / 치선 원묘(癡禪元妙)선사

通達無我法者 2008. 2. 27. 13:59
 




113. 유게(遺偈)를 손수짓고 열반하다 / 치선 원묘(癡禪元妙)선사



치선 묘(癡禪元妙)선사는 무주(州)사람이다. 어려서 강원에 있을 무렵 이미 깨친 바 있어 곧 선종으로 돌아서 당대의 큰스님을 두루 찾아뵈었다. 오랫동안 석실 광(石室光)선사의 불자회중(佛子會中)에 있다가 항주(杭州)영석사(靈石寺)주지로 세상에 나갔고, 중축(中竺)보령사(保寧寺)로 옮겨 석실의 법을 이었으며, 석실스님의 영정에 찬을 썼다.



나는 그대의 선(禪)을 높여줄 수도 없고

나는 그대의 도를 높여줄 수도 없지만,

손 하나 눈 하나를 높여

따로이 우리 가문을 좋게 하리라.

我也不重你禪  我也不重你道

但重一雙手眼  別得儂家恰好然



원묘스님은 타고난 성품이 소탈하고 얽매임이 없었다. 상당법문이나 소참법문 때에는 반드시 청원(靑原)스님 회하의 많은 스님들의 사적을 앞세워 말하였다. 융흥(隆興) 건도(乾道:1165~1173)연간에 그의 도가 널리 세상에 알려져 묘희스님과 우열을 다투었다.

그의 법을 이은 제자로는 무학 침(無學忱)․ 이암 심(已菴深)스님이 있는데 그 모두가 총림에 뛰어난 인물들이며, 이 밖에도 가암 충(可菴衷)스님이 있는데 어린 나이로 경산사에 있으면서 대혜스님이 입적하시자 장례를 주관하였다. 당시 묘희(妙喜)스님은 동당(東堂)에 있었는데 갑자기 가사와 주장자를 그에게 주면서 말하였다.



석 자의 까만 주장자 여기에 있으니

여기에는 터럭만큼도 정식(情識)이 용납되지 않는다

부처님, 마귀, 범인, 성인을 모두 쳐버려야만이

비로소 금강의 눈동자가 나타나리라.

三尺烏藤本現成  箇中毫髮不容情

佛魔凡聖俱扌追殺  方顯金剛正眼睛



원묘스님은 후일 가흥(圈興) 상부사(祥符寺)에서 입적하였는데 입적할 날짜를 미리 정해놓고, 유게(遺偈)를 손수 지어 당시의 관리 ․ 승려 ․ 속인들과 작별하고 미련없이 열반하였다. 게송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왕범지의 버선을 이미 벗었으니

옆으로 끌든지 거꾸로 끌든지 마음대로 하여라.

王梵志革蔑已脫

一任橫拖倒拽



스님은 참으로 대자유를 얻은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