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 선배들의 찬에는 격식이 있었다
옛스님들은 불조의 영정에 찬을 하거나 또는 게송 구절, 그리고 자기 초상화에 찬을 쓸 때는 각기 표준이 있었는데 이제 사람들은 으레 격식에도 맞지 않는 글을 쓰고 있다. 예를 들면 자화상 찬도 불조의 찬처럼 쓰고 있으니, 참으로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그 중에서 밀암 함걸(密菴咸傑)스님만은 글쓰는 법을 가장 잘 터득한 분이다. 그의 자찬(自讚)은 다음과 같다.
집에 있을 때 책도 읽지 않았고
행각할 때 참선도 하지 않고서
무리따라 부질없이 법석만 떨었으니
땅을 파면서 하늘을 찾는 격
이젠 늙은 나이에
속절없이 후회하며
학인의 아픈 곳을 꼬집어
힘껏 채찍질 해 주네.
도독(塗毒)스님의 자찬은 다음과 같다.
눈 멀고 귀 항상 어두우니
다람쥐 쳇바퀴 돌리는 재주마저 다했구나
산 속의 주인 찾아보려 해도
흰 구름만 겹겹이 가려있네
쯧쯧!
눈 있는 사람이라면 가려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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