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어서화(東語西話)

34. 도를 닦으려면 어떤 자세가 필요한가 ?

通達無我法者 2008. 2. 27. 20:19
34. 도를 닦으려면 어떤 자세가 필요한가 ?


도를 배우려면 모름지기 다섯 가지 올바른 믿음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는, 마음 속에서 희·노·애·락 하는 주인옹(主人翁)의 본 모습은
3세(三世)의 모든 부처님과 비교해보더라도
한 털끝만큼도 부족하지 않다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
둘째는, 오랜 세월 이전부터
바깥 세계와 애증에 물들여져서 이루어진 생사(生死)는 덧없어서,
4대(四大) 속에서 생각생각 떠돌아 다니느라
한 순간도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
세째는, 고인들께서 자비를 베풀어 남겨주신 작은 한 말씀이라도
그것은 하늘을 떠받칠만한 긴 칼과 같아서 사무치게 새겨두고
분명하게 이해하기만 하면 윤회의 근본을 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
네째는, 참선하는데 있어서 다만 그것을 계속하지 못할까만을 근심하고,
생각생각마다 정교롭고도 한결같이 참선을 하면
언젠가 투철하게 생사에서 벗어날 날이 있으리라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
다섯째는, 생사는 덧없고 작은 일이 아니므로
분연하게 꼭 해결하고야 말겠다는 굳은 의지로써
오직 해탈하기만을 기약하지 않는다면,
3악도(三惡途)의 윤회를 절대로 벗어날 방도가 없다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

한편 또 도에 나아가는 첩경이 될만한 세 가지 법이 있다.
첫째는, 지혜의 안목이 밝아야 하며
둘째는, 이치의 본성을 통달해야 하며
세째는, 뜻이 견고해야 한다.
지혜의 안목이 밝으면 세간의 신심(身心)과, 나타나는 모든 경계 및
일체의 시비·증애·취사·득실·빈부·수요(困夭)·고락 등이
모두 헛된 것이므로
결코 실다운 의미가 없다고 꿰뚫어 보아 사량분별을 일으키지 않는다.

이치의 본성을 통달하면 위로부터는
불조께서 말씀하신 어언(語言)·명상(名相)에서부터
3교(三敎)의 성현 및 제자백가의 별의별 주장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한 근원으로 모여 돌아오는 줄을 알아서,
그것들이 서로 다르다는 견해를 내지 않는다.
또 뜻이 견고하면 지금에서 미래에 이르기까지,
멀고 가까움을 가리지 않고 철저하게 깨닫지 않고서는 끝내 그만두지 않는다.
이 세 법 중에서 첫째만 갖추고 둘째와 세째를 빠뜨리면
하릴없는 놈이 되며,
앞의 두 가지만 갖추고 세째를 빠뜨리면
그저 머리만 영리한 놈이 될 것이며,
세번째 법만 갖추고 첫째와 둘째 법을 빠뜨리면
선판(禪板)만 지고 다니는 놈이 된다.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 도는 1,000리나 되는 먼 길을 가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첫번째 두번째만 갖추고 세번째를 빠뜨린다면
900리 정도 가다가 중지하는 자이며,
첫번째와 세번째만 갖추고 두번째를 빠뜨린다면
갈림길에서 어찌할 줄 몰라 우는 신세를 끝내 면하지 못하며,
두번째와 세번째는 갖추었으나 첫번째 법을 빠뜨린다면
그는 가는 길마다 반드시 막히리라는 사실을 나는 분명히 알 수 있다.
세가지의 법을 모두 갖추면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서도 이미 깨달음의 집에 도달한 것이나
다름 없으리라는 사실을 내가 보증할 수 있다.
어찌 미혹을 벗어나는 나루터가 어디인가를 거듭 묻고,
말채찍의 그림자를 다시 흔들 필요가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