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록(碧巖錄)

제32칙 임제의 한차례 때림〔臨濟一掌〕

通達無我法者 2008. 3. 3. 09:33
 

 

 

제32칙 임제의 한차례 때림〔臨濟一掌〕 


(수시)

시방(十方)을 딱 끊어버리고, 일천 개의 눈이 단박에 열리고, 단 한마디로 수많은 말을 꼼짝 못하게 하니, 일만 기틀이 싹 사라진다. 생사를 함께 할 사람이 있느냐?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공안을 처리하지 못하겠거든 옛사람들의 말을 거량해보라.


(본칙)

정상좌가 임제스님에게 물었다.

“무엇이 불법의 대의입니까?”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이르러 어리둥절해한다. 아직도 이런 사람이 있었구나. 허허, 어설피 무슨 짓인가.


임제스님이 선상에서 내려와 멱살을 잡고서 한 차례 뺨따귀를 후려치고 대뜸 밀쳐버렸다.

-오늘 탄로났구나. 노파심이 간절하다. 천하의 납승들이 뛰어봤자 벗어나지 못한다.

정상좌가 우두커니 서 있자,

-벌써 귀신굴 속에 빠져버렸다. 빗나갔다. 콧구멍을 잃었구나.


곁에 있던 스님이 말하였다.

“정상좌야, 왜 절을 올리지 않느냐?”

-잠자코 있던 제3자가 보아버렸다. 완전히 그의 힘을 빌렸구나. 동쪽 사람이 죽었는데 서쪽 사람이 슬퍼하는구나.


정상좌가 절을 하려다가

-부지런함으로 못난 것을 때우는구나.


홀연히 크게 깨쳤다.

-어두움 속에서 등불을 얻은 듯 가난한 사람이 보배를 얻은 듯하다. 잘못에 속아서잘못을 더해가는군. 말해보라. 정상좌는 무엇을 보았기에 갑자기 절을 올렸는가?


(평창)

그가 이처럼 곧바로 출입하고 왕래한 것을 살펴보라. 임제의 정종(正宗)이었기에 이렇게 할 수 있었다. 이를 깨칠 수 있다면 하늘을 훌쩍 뒤집어 대지를 만들고 스스로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정상좌는 이러한 사람이었다. 임제스님에게 한 차례 따귀를 얻어맞고 절을 하다가 대뜸 귀착점을 알았다. 그는 북방의 사람으로 기질이 아주 순박하고 강직했다. 법을 얻은 이후로 다시는 세상에 나오지 않았고, 그후 임제스님의 대기(大機)를 활용하였다. 그는 참으로 빼어난 인물이라 말할 것이다.

하루는 길에서 암두ㆍ설봉ㆍ흠산 세 스님을 만났는데, 암두스님이 물었다.

“어디에서 오시오?”

정상좌는 말하였다.

“임제에서 옵니다.”

“화상(임제스님)께서는 안녕하십니까?”

“이미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우리 세 사람이 일부러 찾아가 뵈올려고 하였더니만 복이 없어 이미 돌아가시고야 말았구려. 도대체 스님께서 살아계실 때 무슨 말씀이 있었습니까? 상좌께서는 한두 칙(則)만 거량해 주십시오.”

정상좌는 마침내 다음과 같이 거량하였다.

임제스님이 하루는 대중 설법을 하셨다.

“여러분의 몸뚱이 속에 한 무위진인(無位眞人)이 있다. 그는 항상 그대들의 얼굴을 통해 출입하고 있으니 아직 깨닫지 못한자는 살펴보아라.”

그때 어떤 스님이 나와서 물었다.

“무엇이 무위진인입니까?”

임제스님은 대뜸 스님의 멱살을 잡고서

“말해보라, 말해봐.”

하였는데 스님이 머뭇거리자, 밀어 제쳐버리고 말하기를

“무위진인이 이 무슨 마른 똥덩어리냐?”하고 곧 방장실로 되돌아가버렸다.

이에 암두스님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혀를 쑥 빼물었다.

흠산스님이 말하였다.

“왜 무위진인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을까요?”

정상좌는 그의 멱살을 움켜잡고서

“무위진인과 무위진인이 아닌 것은 얼마나 차이가 있느나?

빨리 말해라, 빨리!“ 라고 하니, 흠산스님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얼굴만 누르락푸르락 하였다. 암두스님과 설봉스님은 가까이 앞으로 다가서서 절을 올리고 말하였다.

“이 수계한 지 얼마 안되는 종이 좋음과 나쁨을 모르고서 상좌의 비위를 거슬렸으니 자비로써 용서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두 노장만 아니었다면 오줌도 가릴 줄 모르는 이놈을 쳐죽여버렸을 것이다.”

또 한번은 진주(鎭州)에 있을 때 재(齋)를 끝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다리 위에서 쉬다가 좌주(座主 : 강사) 세 사람을 만났는데, 그중 한 사람이 물었다.

“선하(禪河)의 깊은 곳은 모름지기 밑바닥까지 궁구해야만 한다 하는데 무슨 뜻입니까?”

정상좌가 멱살을 잡고서 다리 아래로 던뎌버리겨고 하자 두 좌주(座主)가 허둥지둥 하면서 말렸다.

“제발 그만두십시오. 이 사람이 상좌의 비위를 거슬렸으니,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두 좌주스님만 아니었다면 강바닥까지 처박어넣었을 것을…….”

그의 이러한 솜씨를 살펴보면 모두가 임제스님의 솜씨가 있었다. 그럼 설두스님의 송을 살펴보자. 

(송)

단제(斷際 : 황벽)스님이 사용했던 전기(全機)를 이어받았으니

-황하는 근원부터 혼탁하다. 아들이 아비의 일을 이어받았군.


받은 것이 어찌 점잖을 리가 있을까?

-어느 곳에 있을까? 어찌 이런 사람이 있을라고, 솜씨없는 사람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거령신(巨靈神)의 쳐든 손 일격에

-되게 놀라게 하네. 뽐내지 마라. (원오스님은) 불자로 한 번 탁 치고서는, 다시는 이러쿵저러쿵하지 않았다.

천만 겹의 화산(華山)이 부서졌다.

-건곤대지가 일시에 노출되었다. 떨어졌구나.

(평창)

설두스님은 “황벽스님의 전기(全機)를 이어받았으니 받은 것이 어찌 점잖을 리가 있겠느냐”라고 송했다. 황벽(黃檗)스님의 대기대용(大機代用)을 임제스님만이 바르게 계승하여 이를 드러냄에 조금치고 머뭇거리지 않았다. 혹 주저하면 바로 미혹에 떨어진다.

「능엄경」에서는 “만일 내가 손가락을 튕기면 해인삼매(海印三昧)의 광채가 나타나지만, 그대들이 잠깐이라도 마음을 쓰면 번뇌가 먼저 일어난다”고 하였다.

“거령신이 쳐든 손 일격에 천만 겹의 화산이 부서졌다.”는 것은 거령신에게는 크나큰 신통력(神通力)이 있어, 손으로 화산(華山)을 부셔 황하(黃河)에 흘려 보낸다고 한다. 정상좌의 의심덩이〔疑情〕가 산처럼 쌓여 있었는데 임제스님에게 한 차례 따귀를 얻어맞고 얼음 풀리듯 사라져버렸던 것이다.






 

제32칙 임제의 한차례 때림〔臨濟一掌〕 


(수시)

시방(十方)을 딱 끊어버리고, 일천 개의 눈이 단박에 열리고, 단 한마디로 수많은 말을 꼼짝 못하게 하니, 일만 기틀이 싹 사라진다. 생사를 함께 할 사람이 있느냐?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공안을 처리하지 못하겠거든 옛사람들의 말을 거량해보라.


(본칙)

정상좌가 임제스님에게 물었다.

“무엇이 불법의 대의입니까?”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이르러 어리둥절해한다. 아직도 이런 사람이 있었구나. 허허, 어설피 무슨 짓인가.


임제스님이 선상에서 내려와 멱살을 잡고서 한 차례 뺨따귀를 후려치고 대뜸 밀쳐버렸다.

-오늘 탄로났구나. 노파심이 간절하다. 천하의 납승들이 뛰어봤자 벗어나지 못한다.

정상좌가 우두커니 서 있자,

-벌써 귀신굴 속에 빠져버렸다. 빗나갔다. 콧구멍을 잃었구나.


곁에 있던 스님이 말하였다.

“정상좌야, 왜 절을 올리지 않느냐?”

-잠자코 있던 제3자가 보아버렸다. 완전히 그의 힘을 빌렸구나. 동쪽 사람이 죽었는데 서쪽 사람이 슬퍼하는구나.


정상좌가 절을 하려다가

-부지런함으로 못난 것을 때우는구나.


홀연히 크게 깨쳤다.

-어두움 속에서 등불을 얻은 듯 가난한 사람이 보배를 얻은 듯하다. 잘못에 속아서잘못을 더해가는군. 말해보라. 정상좌는 무엇을 보았기에 갑자기 절을 올렸는가?


(평창)

그가 이처럼 곧바로 출입하고 왕래한 것을 살펴보라. 임제의 정종(正宗)이었기에 이렇게 할 수 있었다. 이를 깨칠 수 있다면 하늘을 훌쩍 뒤집어 대지를 만들고 스스로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정상좌는 이러한 사람이었다. 임제스님에게 한 차례 따귀를 얻어맞고 절을 하다가 대뜸 귀착점을 알았다. 그는 북방의 사람으로 기질이 아주 순박하고 강직했다. 법을 얻은 이후로 다시는 세상에 나오지 않았고, 그후 임제스님의 대기(大機)를 활용하였다. 그는 참으로 빼어난 인물이라 말할 것이다.

하루는 길에서 암두ㆍ설봉ㆍ흠산 세 스님을 만났는데, 암두스님이 물었다.

“어디에서 오시오?”

정상좌는 말하였다.

“임제에서 옵니다.”

“화상(임제스님)께서는 안녕하십니까?”

“이미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우리 세 사람이 일부러 찾아가 뵈올려고 하였더니만 복이 없어 이미 돌아가시고야 말았구려. 도대체 스님께서 살아계실 때 무슨 말씀이 있었습니까? 상좌께서는 한두 칙(則)만 거량해 주십시오.”

정상좌는 마침내 다음과 같이 거량하였다.

임제스님이 하루는 대중 설법을 하셨다.

“여러분의 몸뚱이 속에 한 무위진인(無位眞人)이 있다. 그는 항상 그대들의 얼굴을 통해 출입하고 있으니 아직 깨닫지 못한자는 살펴보아라.”

그때 어떤 스님이 나와서 물었다.

“무엇이 무위진인입니까?”

임제스님은 대뜸 스님의 멱살을 잡고서

“말해보라, 말해봐.”

하였는데 스님이 머뭇거리자, 밀어 제쳐버리고 말하기를

“무위진인이 이 무슨 마른 똥덩어리냐?”하고 곧 방장실로 되돌아가버렸다.

이에 암두스님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혀를 쑥 빼물었다.

흠산스님이 말하였다.

“왜 무위진인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을까요?”

정상좌는 그의 멱살을 움켜잡고서

“무위진인과 무위진인이 아닌 것은 얼마나 차이가 있느나?

빨리 말해라, 빨리!“ 라고 하니, 흠산스님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얼굴만 누르락푸르락 하였다. 암두스님과 설봉스님은 가까이 앞으로 다가서서 절을 올리고 말하였다.

“이 수계한 지 얼마 안되는 종이 좋음과 나쁨을 모르고서 상좌의 비위를 거슬렸으니 자비로써 용서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두 노장만 아니었다면 오줌도 가릴 줄 모르는 이놈을 쳐죽여버렸을 것이다.”

또 한번은 진주(鎭州)에 있을 때 재(齋)를 끝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다리 위에서 쉬다가 좌주(座主 : 강사) 세 사람을 만났는데, 그중 한 사람이 물었다.

“선하(禪河)의 깊은 곳은 모름지기 밑바닥까지 궁구해야만 한다 하는데 무슨 뜻입니까?”

정상좌가 멱살을 잡고서 다리 아래로 던뎌버리겨고 하자 두 좌주(座主)가 허둥지둥 하면서 말렸다.

“제발 그만두십시오. 이 사람이 상좌의 비위를 거슬렸으니,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두 좌주스님만 아니었다면 강바닥까지 처박어넣었을 것을…….”

그의 이러한 솜씨를 살펴보면 모두가 임제스님의 솜씨가 있었다. 그럼 설두스님의 송을 살펴보자. 

(송)

단제(斷際 : 황벽)스님이 사용했던 전기(全機)를 이어받았으니

-황하는 근원부터 혼탁하다. 아들이 아비의 일을 이어받았군.


받은 것이 어찌 점잖을 리가 있을까?

-어느 곳에 있을까? 어찌 이런 사람이 있을라고, 솜씨없는 사람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거령신(巨靈神)의 쳐든 손 일격에

-되게 놀라게 하네. 뽐내지 마라. (원오스님은) 불자로 한 번 탁 치고서는, 다시는 이러쿵저러쿵하지 않았다.

천만 겹의 화산(華山)이 부서졌다.

-건곤대지가 일시에 노출되었다. 떨어졌구나.

(평창)

설두스님은 “황벽스님의 전기(全機)를 이어받았으니 받은 것이 어찌 점잖을 리가 있겠느냐”라고 송했다. 황벽(黃檗)스님의 대기대용(大機代用)을 임제스님만이 바르게 계승하여 이를 드러냄에 조금치고 머뭇거리지 않았다. 혹 주저하면 바로 미혹에 떨어진다.

「능엄경」에서는 “만일 내가 손가락을 튕기면 해인삼매(海印三昧)의 광채가 나타나지만, 그대들이 잠깐이라도 마음을 쓰면 번뇌가 먼저 일어난다”고 하였다.

“거령신이 쳐든 손 일격에 천만 겹의 화산이 부서졌다.”는 것은 거령신에게는 크나큰 신통력(神通力)이 있어, 손으로 화산(華山)을 부셔 황하(黃河)에 흘려 보낸다고 한다. 정상좌의 의심덩이〔疑情〕가 산처럼 쌓여 있었는데 임제스님에게 한 차례 따귀를 얻어맞고 얼음 풀리듯 사라져버렸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