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암잡록(山艤雜錄)

9. 말세의 신심 / 주(周)씨 노파와 전자중(田子中)

通達無我法者 2008. 3. 5. 21:12
 

 

 

9. 말세의 신심 / 주(周)씨 노파와 전자중(田子中)


은현(鄞縣) 보당시(寶幢市)의 주씨(周氏) 노파는 일생동안 정토수행을 닦았다. 매년 정초가 되면 묵언을 하며 정월이 다 가도록 꼬박 눕지 않았고 5월이 되면 사람이 모여드는 정자에 나가 차를 끓여주면서 한여름을 보냈다. 그의 나이 70여 세가 되던 어느 날 저녁, 큰 연꽃잎이 보당마을 전체를 덮고 그녀가 손에 염주를 들고 연잎 위를 걸어가는 꿈을 꾸었다. 그 후 가벼운 병이 들었는데 이웃사람들이 그날 밤 많은 깃발과 큰 가마가 그녀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새벽녘이 되어 노파를 살펴보니 그녀는 합장 염불하는 모습으로 간 뒤였다.

나는 부처님의 말씀 가운데, 말법에는 빗발처럼 많은 남염부제국(南閻浮提國) 여인들이 정토에 왕생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주씨 노파를 보니 참으로 거짓이 아니다.

홍무(洪武) 병술년(1370) 겨울 봉화(奉化)에 사는 전자중(田子中)이 태백사(太白寺)에 나를 찾아 와서 오랫동안 함께 기거하였다. 내가 우연한 기회에, “금강반야경은 염라대왕의 명부전에서는 공덕경이라 일컫기에 세간 사람들은 죽은 이를 천도하는데 금강경을 많이 읽는다'고 하였더니, 전자중은 죽을 때까지 이 경을 수지하겠다고 맹세하였다. 어느 날 그의 모친 기일(忌日)에 신심을 내어 금강경을 백 번 넘게 외워 천도한 뒤 새벽에 일어나 소나무 의자 위에 앉아 아홉번째 읽어가는 중이었다. 그때 도깨비들이 형틀에 묶인 한 노파를 끌고와 그의 의자 앞에 꿇어 앉혔는데 헝크러진 머리카락이 얼굴을 덮고 있었다. 이에 자세히 보니 그 노파는 바로 돌아가신 어머니였다. 전자중이 깜짝 놀라 어찌할 바를 몰랐으나 잠깐 후 다시 끌고 가는데 마치 형틀을 벗겨내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에 전자중이 큰 소리로 울면서 어머니가 끌려왔을 때 금강경을 그만두고 어머니를 위로하지 못한 것을 한스러워 하였다. 나의 생각으로는 금강경의 공덕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으리만큼 큰 것이다. 전자중이 신심을 내어 금강경을 외우던 일은 보이지 않는 사이에 저승의 명부(冥府)를 감동시켜 모자 간에 서로 만나볼 수 있도록 한 것이며, 그 고통을 풀어줄 것이다. 아! 이는 위대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