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네 스님의 게송
육왕사(育王寺)의 허암 실(虛菴實)수좌가 와운(臥雲)암주에게 보낸 게송은 다음과 같다.
황제의 정원에 말을 달리니
한 치의 거리에서 칼을 어루만지지 않나 의심을 하네
매화나무에 달빛이 쏟아지고 숲 위에 눈이 나리면
와운암 베갯머리엔 단꿈이 맴돈다.
黃金園裡馬交馳 徑寸多成按劍疑
月晒梅花千樹雪 臥雲一枕夢回時
천동사(天童寺) 환암 주(幻菴住)수좌는 응암(應菴)스님의 부도를 참배한 후 게송을 지었다.
드르렁거리며 잠자는 호랑이 그 가죽 엿보니
중봉을 끌어다가 기대는 산을 만들었구려
깨어진 사발 하나 얻지 못하고
자손 살길 빌어봐도 어려울 걸세.
耽耽睡虎管窺班 便把中峰作靠山
不得破沙盆一个 子孫乞活也應難
묵중사(黙中寺)의 유서당(唯西堂)스님이 누에고치에 대하여 읊은 게송은 다음과 같다.
밭 뽕 산 뽕 모두 다 없어지자 그때야 쉬는 마음
면밀한 공부 이 고치에 들었네
화롯불 끓는 솥에 던져 넣고
학인 위해 한 가닥만 남겨두었네
桑空柘盡始心休 綿密工夫一 收
爐炭鑊湯拚得入 爲人只在一絲頭
불농사(佛寺) 의 행가(宜行可)스님이 빗소리를 들으면서 지은 게송은 다음과 같다.
처마 끝에 떨어지는 뚜렷한 빗방울
자신을 모르는 중생들 아우성소리
나 또한 요사이 물욕을 따르는 일 많아
봄날의 베개 위에 단꿈 꾸기 어려워라.
簷前滴滴甚分明 迷己衆生喚作聲
我赤年來多逐物 春宵一枕夢難成
아! 네 분의 게송은 잘 되었는데도 당대에 알려지지 못했기에 내 이를 기록하여 후학에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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