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암잡록(山艤雜錄)

10. 네 스님의 게송

通達無我法者 2008. 3. 5. 21:17
 

 

 

10. 네 스님의 게송


육왕사(育王寺)의 허암 실(虛菴實)수좌가 와운(臥雲)암주에게 보낸 게송은 다음과 같다.


황제의 정원에 말을 달리니

한 치의 거리에서 칼을 어루만지지 않나 의심을 하네

매화나무에 달빛이 쏟아지고 숲 위에 눈이 나리면

와운암 베갯머리엔 단꿈이 맴돈다.

黃金園裡馬交馳  徑寸多成按劍疑

月晒梅花千樹雪  臥雲一枕夢回時


천동사(天童寺) 환암 주(幻菴住)수좌는 응암(應菴)스님의 부도를 참배한 후 게송을 지었다.


드르렁거리며 잠자는 호랑이 그 가죽 엿보니

중봉을 끌어다가 기대는 산을 만들었구려

깨어진 사발 하나 얻지 못하고

자손 살길 빌어봐도 어려울 걸세.

耽耽睡虎管窺班  便把中峰作靠山

不得破沙盆一个  子孫乞活也應難


묵중사(黙中寺)의 유서당(唯西堂)스님이 누에고치에 대하여 읊은 게송은 다음과 같다.


밭 뽕 산 뽕 모두 다 없어지자 그때야 쉬는 마음

면밀한 공부 이 고치에 들었네

화롯불 끓는 솥에 던져 넣고

학인 위해 한 가닥만 남겨두었네

桑空柘盡始心休  綿密工夫一  收

爐炭鑊湯拚得入  爲人只在一絲頭


불농사(佛寺) 의 행가(宜行可)스님이 빗소리를 들으면서 지은 게송은 다음과 같다.


처마 끝에 떨어지는 뚜렷한 빗방울

자신을 모르는 중생들 아우성소리

나 또한 요사이 물욕을 따르는 일 많아

봄날의 베개 위에 단꿈 꾸기 어려워라.

簷前滴滴甚分明  迷己衆生喚作聲

我赤年來多逐物  春宵一枕夢難成


아! 네 분의 게송은 잘 되었는데도 당대에 알려지지 못했기에 내 이를 기록하여 후학에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