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당집(祖堂集)

석두(石頭) 화상

通達無我法者 2008. 3. 10. 10:28
 

조당집 제 4 권

  

  정수선사 문등 지음

  김월운 번역

  

  석두(石頭) 화상

  

  길주(吉州) 행사(行思) 화상의 법을 이었고 남악(南嶽)에서 살았다. 휘(諱)는 희천(希遷)이요, 속성은 진씨(陳氏)이며, 단주(端州)의 고요(高要) 사람이다.

  태중에 있을 때에 어머니가 비린내와 누린내 나는 음식을 끊었다. 탄생하는 날 저녁 방안에 광명이 가득하여서 부모가 이상하게 여겨 무당[巫祝]에게 물으니, 무당이 대답했다.

  "이는 길하고 상서로운 징조입니다. 풍골이 단정하고 수려하며 턱이 모나고 귀가 크며 극히 조용하여 잡되지 않으니, 예사 아이들과는 다릅니다."

  7, 8세 무렵[齠齔]1) 절에 갔는데, 불상을 보자 어머니가 절을 하게 하면서 "이것이 부처님이시다" 하니, 선사가 절을 하고, 한참 바라보다가 말했다.

  "이 사람의 형상이나 손발 어디가 사람과 다른가? 이가 부처라면 나도 부처가 되리라."

  이에 승속이 모두 그의 말을 기이하게 여겼다. 이 때 친척과 마을에서는 모두가 미신을 숭상하여 희생물을 가지고 가서 복을 빌었는데, 동자가 불쑥 따라가서 보고는 제단을 헐고 희생물을 빼앗아 가지고 오기를 10여 년 동안 하니, 친족들 모두가 절을 돌면서 더욱 깨끗한 업을 닦기 시작했다.

  

  

1) 젖니가 빠지고 영구치가 날 무렵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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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때 6조가 바야흐로 바른 법을 펴고 있었는데 선사는 대대로 신주(新州) 가까이 살았으므로 바로 가서 6조를 뵙게 되었다. 6조가 한 번 보자마자 기뻐하며 머리를 만지면서 말했다.

  "네가 나의 참 법을 잇게 될 것이니라."

  그리고는 밥상을 함께하면서 출가하기를 권하니, 이에 머리를 깎고 속세를 떠났다.

  개원(開元) 16년에 나부산(羅浮山)에서 구족계를 받고 율부(律部)를 뒤지다가 장점과 단점을 발견하고 분연히 탄식했다.

  "자성(自性) 청정함이 계(戒)의 본체이다. 여러 부처님은 지음[作]이 없거늘 어찌 남[生]이 있으랴?"

  이로부터는 사소한 일에는 구애받지 않고 문자를 숭상하지도 않았다.

  또 조공(肇公)의 『열반무명론(涅槃無名論)』을 보다가 "만상(萬像)을 망라해서 자기를 삼는 것은 성인뿐이시다"라고 한 곳에 이르러 다음과 같이 찬탄했다.

  "성인은 자기가 없되 자기 아닌 것이 없고, 법신(法身)은 한량이 없거니 누가 나와 남이라 말하랴. 둥근 거울이 그 사이에 비치면 만상(萬像)의 현묘한 본체가 저절로 나타난다. 경계와 지혜가 진실로 하나이거니, 누가 있어 가고 오는가? 참으로 훌륭하도다. 이 말씀이여!"

  일찍이 산골 초막에서 잠시 졸았는데 꿈을 꾸니 자신이 6조와 한 마리의 거북을 타고 깊은 못 안을 헤엄쳐 갔다. 꿈에서 깨어나 다음과 같이 말했다.

  "거북은 신령한 지혜요, 못은 성품의 바다이니, 나와 우리 스님은 함께 신령한 지혜를 타고 성품의 바다에 왕래한 지가 오래되었구나."

  6조가 임종할 때 선사가 물었다.

  "화상께서 돌아가신 뒤에 저는 누구를 의지하리까?"

  6조가 대답했다.

  "행사(行思) 스님을 찾아가거라."

  6조가 입적하자, 바로 청량산(淸凉山) 정거사(靖居寺) 행사(行思) 화상을 찾아가 절을 하고, 곁에 모시고 섰으니, 화상이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조계에서 왔습니다."

  이에 화상이 화양자(和痒子:搔痒子)를 들어 올리고 물었다.

  "거기에도 이런 것이 있던가?"

  "거기뿐만 아니라 서천(西天)에도 없습니다."

  "그대는 서천에 가 본 모양이구나?"

  "만약 갔었다면 거기엔 있었을 것입니다." 

  "틀렸으니 다시 말하라." 

  "화상께서도 반쯤은 말씀하십시오. 어째서 저더러만 말하라 하십니까?"

  "그대에게 말하기는 어렵지 않으나 뒷날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이가 없을까 걱정이니라." 

  화상이 또 물었다. 

  "그대가 조계에 갔었다는데 무엇을 얻어 가지고 왔는가?"

  "조계에 가지도 않았고 잃은 적도 없습니다."

  그리고는 선사가 오히려 화상에게 물었다.

  "화상께서 일찍이 조계에 계실 적에 큰스님을 아셨습니까?"

  행사 화상이 물었다.

  "그대는 지금 나를 아는가?"

  "안다고 해도 어떻게 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물었다.

  "화상이 영남에서 나오신 뒤, 여기에 얼마나 계셨습니까?"

  행사 화상께서 대답했다.

  "나도 모른다. 그대는 언제 조계를 떠났느냐?"

  "저는 조계에서 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대가 온 곳을 안다."

  "화상께선 어른이신데 경솔한 말씀을 마십시오."

  행사 화상은 선사가 예사 사람과는 다르다는 것을 말고, 서협(西俠)2)에 안배하니, 아침·저녁으로 오로지 화상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2) 가까이에서 시봉(侍奉)할 수 있도록 마련 된 시자실(侍子室)이다.

  선사는 겉모양이 단정하고 남들의 시비를 잘 판정하니, 이 소문이 곧장 화상에게 들렸다. 화상이 이 소식을 듣고 선사에게 말했다.

  "그대의 때는 바로 이 때이니라."

  선사가 응낙하였다. 이튿날 죽 먹는 북이 울리자 선사가 서협(西俠) 안에서 앉아 팔을 뻗어 죽을 받으려는데, 부엌에서 일하는 스님이 그의 발우를 알아보고, 선사가 화상의 죽을 받으려는 것임을 알았다. 대중들은 모두 그의 안배임을 알자 범부로 취급하여 성인을 알지 못했던 까닭에 화상을 비방하고 또 선사도 헐뜯었다. 모두가 일제히 올라와서 화상 앞에서 잘못을 뉘우치니, 행사화상이 선사에게 말했다.

  "지금부터는 절대로 이런 일을 하지 말라. 만일 이런 일을 하면 그대의 바른 안목이 가리워지기 쉬우리라."

  선사가 계를 받고 나니, 화상이 물었다.

  "그대는 이미 계를 받았다. 여전히 율을 듣고자 하는가?"

  "계를 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행사 화상이 말했다.

  "여전히 계를 기억하려 하는가?"

  선사가 대답했다.

  "계를 기억할 필요조차 없어졌습니다."

  "그대가 회양 화상께 편지를 전해 주어야 되겠는데 하겠는가?"

  "그리하겠습니다."

  "빨리 갔다가 빨리 오라. 그대가 만일 조금이라도 늦으면 나를 보지 못할 것이요, 그대가 나를 보지 못하면 내 평상 밑의 큰 도끼를 받지 못하리라."

  선사는 곧 남악의 회양 화상에게 가서 편지도 전달하기 전에 먼저 절을 하고 물었다.

  "성현들을 흠모하지도 않고 자기의 영혼을 소중히 여기지도 않을 때가 어떠합니까?"

  회양 화상이 대답했다.

  "그대의 물음이 매우 도도하구나. 나중에 사람들을 천제(闡提)로 만들겠도다."

  

  "차라리 영원토록 지옥에 빠질지언정 성현들에게 벗어나기를 구하지는 않겠습니다."

  선사가 인연도 맺지 않고, 서신도 전하지 않은 채, 바로 스승의 처소로 돌아오니, 화상이 물었다.

  "그쪽에서 전하는 편지가 있던가?"

  "그쪽에서 아무런 전갈도 없었습니다."

  "회답은 있었는가?"

  "소식도 전하지 못하고 글도 건네지 못했습니다."

  그리고는 이어 물었다.

  "제가 떠날 때에 화상께서 말씀하시기를 '빨리 와서 평상 밑의 큰 도끼를 가지라' 하셨는데, 지금 왔으니 큰 도끼를 주십시오."

  화상이 양구(良久)하니 선사가 절을 하고 물러갔다.

  이러한 깊은 뜻을 어찌 하열(下劣)한 근기들이 감당할 바이겠는가. 이는 부처님과 부처님들이 마음의 등불을 밝히시던 것이며, 조사와 조사가 비밀하게 전하던 법인(法印)이다.

  선사가 이미 계합되어 오랫동안 화상의 장실(丈室)을 모시다가 떠나기에 임하여 세상 밖의 진리를 이어받으니, 장한 일을 다 갖추어 도를 펼 만하게 되었다.

  이에 화상이 말하였다.

  "나의 법문은 옛 성인들이 차례차례 전하고 받으시던 바이니, 그대는 끊이지 않게 하라. 조사께서 그대에게 미리 수기(授記)하셨으니 그대는 잘 보존해 가지라. 잘 가거라."

  오래지 않아 행사 화상이 입적하니 선사가 초상을 다 치르고, 천보(天寶) 초엽에 이르러서야 형악(衡岳)으로 가서 골짜기들을 두루 살피다가 남대사(南臺寺) 동쪽에 대(臺) 같은 반석이 있음을 발견하고 그 위에 암자를 짓고 머무니, 사람들이 석두 화상이라 부르게 되었는데, 이 석대(石臺)는 양(梁)의 해(海) 선사가 도를 얻은 곳이었다.

  선사가 처음으로 이 남대에 왔을 때 남대사(南臺寺)의 스님이 새로 온 선사를 발견하고 회양에게 가서 말했다.

  

  "엊그제 화상께 건방지게 불법을 묻던 후생이 와서 동쪽 돌 위에 앉았습니다."

  이에 회양이 되물었다.

  "사실인가?"

  "사실입니다."

  회양이 곧 시자를 불러 말했다.

  "너는 곧 동쪽 대에 가서 자세히 보거라. 돌 위에 앉은 것이 분명 엊그제 왔던 후생이거든 부르되, 만일 대답을 하거든 그에게 '돌 위에 앉은 믿음직한 이 이리로 옮겨 심을 만하다'고 전하라."

  시자가 이 게송을 선사에게 전하니, 선사가 대답했다.

  "그대의 통곡 소리, 아무리 슬퍼도 끝내 저 산을 넘어오지는 못하리."

  시자가 다시 이 게송을 회양 화상에게 전하니, 회양이 말했다.

  "그 스님의 자손들이 뒷날 천하 사람들의 입을 막아 버릴 것이니라."

  또 시자에게 가서 법을 물어보라 했더니, 시자가 가서 물었다.

  "어떤 것이 해탈입니까?"

  선사(석두)가 대답했다.

  "누가 너를 속박했더냐?"

  "어떤 것이 정토(淨土)입니까?"

  "누가 너를 더럽히더냐?"

  "어떤 것이 열반입니까?"

  "누가 너에게 생사를 주었더냐?"

  시자가 이 말을 화상에게 전하니, 화상이 곧 합장하고 받들었다.

  이 때 견고(堅固)라는 선사와 난(蘭)과 양(讓), 세 사람이 세상의 추앙을 받고 있었는데, 모두가 똑같이 말했다.

  "저 돌 위에서 진짜 사자후(師子吼)가 난다."

  이에 화상이 주사승(主事僧)을 불러 이제까지 있었던 일을 자세히 이야기해 주니 주사승이 말했다.

  "스님께서 이 일을 처리해 주십시오."

  이에 화상이 대중을 거느리고 동쪽 대(臺)로 가서 석두 선사를 보니, 선사

  

  도 어쩔 수 없이 억지로 일어나 영접하고 인사를 나누었다. 회양 화상이 선사를 위해 절을 짓고는 맡아보게 하였다.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기둥[露柱]에게 가서 물어봐라."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더 모른다."

  

  태전(太顚)이 물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있다고 말하는 것과 없다고 말하는 것이 두 가지 비방이라' 하였으니, 스님께서 없애 주십시오."

  선사가 대답했다.

  "바야흐로 한 물건도 없는데 무엇을 없애 달라는 것이냐?"

  이어 선사가 태전에게 다그쳐 되물었다.

  "목구멍과 입술을 통하지 말고 속히 말하라."

  스님이 대답했다.

  "그런 것은 없습니다."

  선사가 말했다.

  "만약 정녕 그렇다면 그대는 문(門)에 들어섰느니라."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본래의 일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그대는 어찌하여 내게 와서 찾는가?"

  "스님께 찾지 않으면 어찌해야 됩니까?"

  "언제 잃었기에 그러느냐?"

  

  약산(藥山)이 앉았는데 선사가 물었다.

  "여기서 무엇을 하는가?"

  약산이 대답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한가히 앉은 것이로구나."

  "한가히 앉았다면 그 역시 하는 것이 됩니다."

  "그대는 하지 않는다 하는데 무엇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냐?"

  "천 성인도 알지 못합니다."

  이에 선사가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전부터 함께 지내도 이름조차 모르지만 

  마음대로 서로 잡고 그러는구나.

  예부터의 높은 현인도 알지 못했거늘 

  경솔한 예사 무리야 어찌 밝힐 수 있으랴.

  從來共住不知名 任運相將作摩行

  自古上賢猶不識 造次常流豈可明 

  

  어떤 스님이 이 일을 들어서 장남(漳南)에게 물었다.

  "천 성인이라면서 어찌 알지 못합니까?"

  장남이 대답했다.

  "천 성인이라니, 그 무슨 찻잔이 부딪치는 소리냐?" 

  

  선사가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오는가?"

  "강서에서 옵니다."

  "강서에서 마조를 뵈었는가?"

  "보았습니다."

  선사가 곁의 말뚝 하나를 가리키면서 물었다.

  "마조와 이것을 비교하면 어떠한가?" 

  

  스님이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는 마조에게로 돌아가서 그 뜻을 풀어 주기를 청하니, 마조가 물었다.

  "그대가 보건대 말뚝이 크던가, 아니면 작던가?"

  "몹시 컸습니다." 

  "그대는 힘이 몹시 세구나."

  "어째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그대가 남악에서 말뚝 하나를 지고 예까지 왔으니, 어찌 힘이 센 것이 아니겠느냐?"

  선사가 참동계(參同契)를 저술했으니, 다음과 같다.

  

  천축의 큰 선인의 마음이 

  동서에서 비밀히 전해진다.

  사람의 근기에는 둔함과 영리함이 있지만 

  도에는 남·북의 조사가 없다.

  竺土大仙心 東西密相付

  人根有利鈍 道無南北祖

  

  신령한 근원은 밝고도 맑고 

  가지 친 가닥은 가만히 흐른다.

  형상에 집착하면 원래 미혹이요 

  진리에 계합해도 깨달음은 아니다.

  靈源明皎潔 枝派暗流注

  執事元是迷 契理亦非悟

  

  문(門)마다의 온갖 경계가 

  엇바뀐 듯하면서도 엇바뀌지 않는다.

  엇바꾸지만 다시 서로 어울리고 

  그렇지 않으면 제자리에 머문다.

  색 근본은 물질의 모습과는 다르고 

  

  소리의 근원 역시 고락(苦樂)과 다르네.

  門門一切境 廻瓦不廻瓦

  회而更相涉 不爾依位住

  色本殊質像 聲源異樂苦

  

  상품·중품의 말씀과 

  밝고 어둡고 맑고 흐린 구절에 가만히 부합하여 

  4대(大)의 성품이 저절로 회복되면 

  아들이 엄마를 만난 것 같으리.

  暗合上中言 明暗淸濁句

  四大性自復 如子得甚母

  

  불은 뜨겁고 바람은 흔들리며 

  물은 젖고 땅은 견고하다. 

  눈으로 색을, 귀로는 소리를 

  코로는 냄새를, 혀로는 맛을 안다.

  火熱風動搖 水濕地堅固

  眼色耳聲音 鼻香舌鹹酢

  

  이러한 낱낱 법이 

  뿌리에 의해 잎이 퍼졌나니 

  근본과 지말 모두 조종(朝宗)으로 돌아가고

  높은 이, 낮은 이가 이 말씀 따라야 한다.

  然於一一法 依根業分布

  本末須歸宗 尊卑用其語

  

  밝음 가운데 어둠이 있거든 

  밝음으로써 만나려 하지 말고 

  어둠 가운데 밝음이 있거든 


  어둠으로써 보려 하지 말라.

  當明中有暗 勿以明相遇

  當暗中有明 勿以暗相覩

  

  밝음과 어둠이 상대됨은 

  마치 앞뒤의 발걸음 같은 것

  만물은 제각기 공능(功能)이 있으니

  용도에 맞는 곳을 말해야 한다.

  明暗各相對 譬如前後步

  万物自有功 當言用及處

  

  형상은 그릇과 뚜껑 맞듯 해야 되고, 

  이치는 화살과 칼끝이 맞듯 하여서 

  말을 들을 때엔 취지를 알려 할지언정 

  제멋대로 딴 법도를 세우지 말라.

  事存函蓋合 理應箭鋒住

  承言須會宗 勿自立規矩 

  

  눈에 띄는 것마다 도를 보지 못하면 

  발을 옮길 때 어찌 앞길을 알리오.

  걸음을 옮기면 멀지도 가깝지도 않거니와 

  미혹하면 강산이 막히느니라.

  삼가 공부하는 분들께 알리나니 

  세월을 허송치 말라.

  觸目不見道 運足馬知路

  進步非遠近 迷隔山河耳

  謹白參玄人 光陰勿虛度

  

  선사가 등은봉(鄧隱峰)과 풀을 깎는데 뱀을 보자, 낫을 은봉에게 주니, 

  

  은봉이 낫을 받아 가지고는 겁이 나서 감히 손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선사가 낫을 받아 들고 두 토막을 내고는 은봉에게 말했다.

  "생사의 경지(境地)도 건너지 못했으면서 무슨 불법을 배운단 말인가?"

  그리고는 다시 낫을 들고 풀을 깎는데 은봉이 물었다.

  "이것만 깎으시나요, 아니면 그것도 깎으시나요?"

  선사가 낫을 은봉에게 주니, 은봉이 받아 들고 선사를 향해 한바탕 깎는데 선사가 말했다.

  "그대는 이것만 깎는구나."

  동산(洞山)이 은봉을 대신하여 말했다.

  "풀더미가 어디에 또 있습니까?"

  

  선사가 당의 정원(貞元) 6년 경오(庚午) 12월 6일에 입적하니, 춘추(春秋)는 91세요, 승랍(僧臘)은 63세였다. 희종(僖宗) 황제가 무제(無際)라 시호를 내렸고, 탑호(塔號)는 견상(見相)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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