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황(天皇) 화상
석두의 법을 이었고 형남(荊南)에서 살았다. 휘(諱)는 도오(道悟)이며, 행장(行狀)을 보지 못해서 중요한 생애를 기록할 수 없다.
선사(천황)가 처음으로 석두에게 참문하여 물었다.
"지혜를 떠나서 어떤 법으로 사람들을 가르치십니까?"
석두가 대답했다.
"노승에겐 하인이 없는데, 무엇을 여읜단 말인가?"
"어찌하여야 현묘한 뜻을 얻겠습니까?"
"그대는 바람을 움켜잡을 수 있겠는가?"
"만일 그렇다면 오늘부터 가지 않겠습니다."
"그대가 언제 거기서 떠나왔는지 모르겠구먼."
"저는 그쪽 사람이 아닙니다."
"나는 벌써 그대가 온 곳을 알고 있느니라."
"화상께서는 사람을 회유하시면 안 됩니다."
"그대의 몸이 현재 여기에 있지 않은가?"
"비록 그렇다고는 하나 필경에는 어떻게 뒷사람들을 가르치십니까?"
"그대는 누구를 뒷사람이라 부르는가?"
이에 선사가 깊고 묘한 뜻을 깨닫고, 절하며 물러갔다.
어떤 스님이 선사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현묘한 말씀입니까?"
"내가 불법을 안다고 말하지 말라."
"학인이 의문에 막혀 있는 것을 어떻게 합니까?"
"그렇다면 왜 노승에게 묻지 않느냐?"
"묻기는 벌써 물었습니다."
이에 선사가 말했다.
"물러가거라. 그대가 어정거릴 곳이 아니니라."
선사가 어느 날, 갑자가 전좌(典座)3)를 불러 전좌가 오니, 선사가 물었다.
"알겠는가?"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선사가 얼른 퇴침을 들어 전좌의 얼굴 앞에다 던지고, 그대로 입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