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당집(祖堂集)

청림(靑林) 화상

通達無我法者 2008. 3. 10. 11:38
 

 

 

청림(靑林) 화상

  

  강서에서 동산(洞山)의 법을 이었다. 선사의 휘(諱)는 사건(師虔)이며, 처음에 청림(靑林)에서 살다가 나중에 동산에서 살았다. 평생 동안 높은 절개를 간직하니, 그 명성이 천하에 드날렸다. 선사가 스승인 동산의 회상에 있을 때, 소나무 한 그루를 심은 뒤에 한 수의 게송을 지었다.

  

  짧디 짧아 겨우 한 자 남짓이나 

  섬세함은 푸른 풀을 억누른다. 

  어느 세상사람이 

  이 솔의 늙은 자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노라."

  短短一尺餘 纖纖▩緣早 

  不知何世人 得見此松老

  

  선사가 이 게송을 보고 말했다. 

  "이 사람은 30년 뒤에 이 산에 머물면서 향기로운 밥으로 스님들에게 공양하리라."

  과연 30년 뒤에 동산에 살면서 날마다 섬세한 떡과 음식으로 스님들께 공양하였다. 어떤 이가 물었다.

  "삼라만상을 다 거두어도 스승을 만나지 못할 때는 어떠합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조당집 > 조당집(祖堂集) > 조당집 제 8 권 > 423 - 432쪽

K.1503(45-233), 

  "외로운 봉우리가 홀로 우뚝하니라."

  스님이 다시 물었다.

  "피차의 일은 어떡합니까?"

  "두 사람이 대위를 손바닥으로 때린다."

  

  선사가 스승인 선사의 인연을 다음과 같이 들었다. 

  "작고하신 스승께서 상당하여 말씀하시기를 '요즘 사람들이 비슷해지지 못하는 것은 단지 마음을 서서 배우려 하기 때문이다. 만일 그와 비슷해지려면 마치 죽은 사람의 호흡이 돌아오지 않는 것 같아야 하는데, 어느 누가 그와 같겠는가?' 하였느니라.

  그 때에 궤서(軌誓)라는 상좌가 나서서 묻기를 '바야흐로 일색일 때에도 위로 향하는 일이 있겠습니까?' 하니, 스승께서 '없다' 하셨느니라. 이 때 그 스님이 당장 하직 인사를 하고 승당(僧堂)으로 돌아가서 백퇴하기를 '5백 명 대중이 와 여기에서 위로 향하는 일을 하지 않는 이가 없는데 당두 화상께서는 없다고 말씀하시니, 지닐 것이 못 된다. 이곳은 죽어야 할 곳과 맞먹으니 그만 두어야 할 것이다. 나로서는 여기에서 허송세월을 할 수가 없다' 하니, 이로 인하여 대중이 모두가 보따리를 쌌다. 이에 주사(主事)가 화상께 사뢰기를 '대중이 화상의 불법을 긍정하지 않고 모두가 떠나려 합니다' 하니, 화상께서 말씀하시기를 '그를 따르도록 내버려두어야 내 일이 비로소 행해진다' 하시고는 주사(主事)를 시켜 승당의 문을 잠그라 하셨느니라. 주사가 분부대로 시행을 마친 뒤에 소다각(燒茶閣)으로 나를 찾아오셔서 말씀하시기를 '그 한 떼거리의 중들이 다 떠났다. 그러나 도로 올 것이다' 하였는데, 과연 돌아와서 모두가 통곡을 하였으나 선사께선 승당의 문을 열어 주지 않으셨느니라.

  이에 대중이 주사(主事)에게 말하기를 '우리들은 실로 범부로서 화상의 뜻을 잘못 알아서 화상의 모든 것을 긍정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들은 화상의 앞에 나아가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하니, 주사(主事)가 곧 방장으로 갔으나 화상은 방장의 문을 꼭 닫고 벽을 행해 누워서 열어 주지 않았느니라. 주사(主事)가 간곡히 열어 주기를 청하자, 그제야 비로소 문을 열어 주기에 주사(主

  

  事)가 위의 일을 자세히 아뢰니, 화상께서 대중들로 하여금 승당에 들도록 허락했다. 그리고 대중들이 일제히 큰 소리로 울면서 상당해 주기를 청하니, 그제서야 선사께서 법좌에 오르셨느니라.

  이 때 수좌이던 궤서가 나서서 절을 하고 일어나 빌기를 '화상이시여, 저에게 벌을 내려 주십시오. 저는 광대한 겁 동안 부처님 몸에 피를 나게 하고, 화합한 대중을 깨뜨렸는데, 오늘에 와서는 화상의 존귀한 뜻을 잘못 헤아렸으니, 만약 이렇게 마음을 바꿔 주시지 않았다면 우리들은 다시 돌아보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바라옵건대 화상께서는 자비를 베풀어주옵소서' 하니, 선사께서 슬픈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예로부터 손을 들어 딴 사람을 가르친 적도 없는데 어찌 경솔히 누구에게 벌을 내리겠는가? 대저 일색에는 나눌 수 있는 이치와 나눌 수 없는 이치가 있다. 그러기에 그대가 나에게 묻되 한 빛이 되었을 때에도 위로 향하는 일이 있겠습니까? 하였을 때, 내가 없다 하였다. 그것이 무슨 허물이겠느냐?'"

  

  어떤 이가 선사에게 물었다. 

  "말을 아끼었으나 알기는 쉬운 것을 스님께서 한마디 해 주십시오."

  선사가 대답했다.

  "석가가 방문을 닫고 정명(淨名)이 입을 다물었느니라."

  

  선사가 임종할 때, 태워서 바람에 날려보내되, 무덤이나 탑을 세우지 말라고 유언하시고는 단정히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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