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당집(祖堂集)

용아(龍牙) 화상

通達無我法者 2008. 3. 10. 11:40
 

 

 

용아(龍牙) 화상

  

  동산(洞山)의 법을 이었고, 담주(潭州)의 묘제사(妙濟寺)에 살았다. 선사의 휘(諱)는 거둔(居遁)이요, 속성은 곽(郭)씨이며, 무주(撫州)의 남성 사람이다. 14세에 길주(吉州) 포전사(蒲田寺)에서 출가하여 나이에 차서는 숭악(嵩岳)에서 구족계(具足戒)를 받았다. 처음에 취미(翠微)·향엄(香嚴)·덕산(德山)·백마(白馬) 스님에서 참문하여 간곡히 물었으나 모두 인연이 맞지 않더니, 나중에 동산의 언사는 유달리 현묘하고 말은 시기 적절히 한다는 소식을 듣고 곧 길을 떠나 그의 회상을 찾아갔다.

  선사가 물었다.

  "어떤 사람이 막야검(鏌鎁劍)을 뽑아 들고 스님의 머리를 자르려 할 때는 어찌하십니까?"

  동산이 대답했다.

  "베는 것은 잠시 두고, 그대는 어떤 것을 노승의 머리라 하는가?"

  선사가 가는 곳마다 이 질문을 가지고 물었으나 모두 계기에 계합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홀연히 동산의 이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대답하지는 못했으나 마침내 섬기려는 뜻이 있어 더 이상 딴 곳으로 가지 않았다. 이미 행각(行脚)의 길을 그만두었는데, 질문할 것이 무엇 있으리오.

  

  동산이 물었다.

  "그대의 이름이 무엇인가?"

  "현기(玄機)라 합니다."

  "어떤 것이 현묘한 근기인가?"

  또 대답이 없었다. 동산이 3일 동안 시간을 주었으나 끝내 대답을 못했으므로 이로 인해 선사가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었다.

  

  도를 배우려다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 한가로워졌나니 

  없음 가운데 길이 있어 세상에 숨노라.

  

  사람들 모두가 천 권의 경론을 강하는데 

  때에 이르러서는 한 구절도 대답하기 어렵네.

   學道蒙師指却閑 無中有路隱人閒 

   時人盡講千經論 一句臨時下口難

  

  이에 동산이 마지막 구절을 다음과 같이 고쳐 주었다. 

  "한 구절 교리도 입에 올리기 어렵네."

  이로 인해 선사의 이름을 고쳤다.

  

  선사가 동산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조사의 뜻입니까?"

  동산이 대답했다.

  "동산 골짜기의 물이 거꾸로 흐르거든 그대에게 말해 주마."

  선사가 이 말씀에 현묘한 뜻을 단박에 깨닫고 대중을 피해 숨어살기 28년 동안 날마다 정묘(精妙)한 경지를 파고들었다.

  초왕(楚王) 전하가 선사에게 묘제(妙濟) 선원에 머물기를 청하여 그곳으로 옮기니, 공부하는 대중이 5백여 인이 되었다. 이에 장복(章服)을 하사하시도록 위에 품주하였고, 호를 증공(證空) 대사라 하였다.

  

  선사가 시중하여 말했다. 

  "대저 참선해서 도를 배우려는 이는 모름지기 조사와 부처의 경지(境地)를 초월(超越)해야 한다. 그러기에 신풍(新豊) 화상이 말하기를 '부처님의 가르침과 조사의 가르침을 서로가 원수같이 생각해야 비로소 배울 자격이 있다' 하였다. 그대들이 만일 조사와 부처님의 경지를 초월(超越)하지 못하면 조사와 부처님께 속임을 당하리라."

  

  어떤 사람이 물었다.

  "조사와 부처님도 사람을 속이려는 마음이 있습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그대들은 강과 호수가 사람을 막으려는 뜻을 가졌다고 생각하는가?"

  선사가 또 말했다. 

  "강과 호수가 사람을 막으려는 뜻은 없으나 사람들로 하여금 지나가지 못하도록 한다. 그러므로 사람들에게 장애가 되니, 강과 호수가 사람을 막지 않는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조사와 부처님에게는 사람을 속이려는 뜻이 없으나 사람들이 초월(超越)하지 못하므로 사람들을 속인 것이 되니, 조사와 부처님이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 해서는 안 된다. 만약 이와 같이 조사와 부처를 초월하게 되면 이 사람은 조사와 부처의 뜻을 체득하여 비로소 향상인(向上人)과 같아질 것이지만, 만일 초월하지 못하고 그저 부처와 조사를 배우기만 하면 만 겁 동안에 벗어날 기약이 없으리라."

  

  어떤 이가 물었다.

  "달마(達磨)가 오기 전엔 어떠합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가련하였느니라."

  "그렇게 떠나실 때는 어떠합니까?"

  이에 선사가 도리어 물었다.

  "이조는 무엇을 얻었는가?"

  

  운거(雲居)가 동산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조사의 뜻입니까?"

  동산이 대답했다. 

  "갑자기 어떤 사람이 그대에게 묻는다면 그대는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운거가 말했다. 

  "저의 허물입니다." 

  어떤 스님이 이 말을 선사에게 전하면서 물었다.

  "동산이 대답한 것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동산은 대답하지 않았고 운거도 얻지 못했느니라."

  

  "얻지도 못했다면 어째서 운거라 부릅니까?"

  "동산의 뜻을 체득했기 때문이니라."

  "동산이 무엇이라 하였습니까?"

  "운거가 들은 것이니라."

  선사가 또 말했다. 

  "이는 육신(肉身)으로 성불하는 법문이니라."

  "한마음도 일어나지 않을 때는 어떠합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어느 때 마음이 일어나지 않던가?"

  "그러할 때엔 새의 길과 어떤 구분이 있습니까?"

  "바로 그 때엔 새의 길을 가느니라." 

  "어떻게 가립니까?"

  "모름지기 새의 길을 가야 하느니라."

  "어떤 것이 도 가운데의 작용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무심이 도 가운데의 작용이니라."

  "무심에도 작용이 있습니까?"

  "무심의 작용은 천하에 두루 미치느니라."

  

  선사가 덕산(德山)에게 물었다.

  "멀리서 덕산(德山)의 한 구절의 불법을 들었는데 와서 보니 화상께서 불법을 한 구절이라도 말씀하시는 걸 보지 못했습니다."

  덕산이 말했다.

  "무엇이 서운한가?"

  선사가 그 때 긍정하지 않고 곧 떠나 동산으로 가서 단지 앞의 말을 물으니, 동산이 말했다. 

  "어찌 나를 탓할 수 있느냐?"

  그러자 선사가 바로 그곳에서 머물렀다.



조당집 > 조당집(祖堂集) > 조당집 제 8 권 > 433 - 435쪽

K.1503(45-233),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돌 거북이 말을 할 줄 알게 되면 그 때 그대에게 말해 주리라."

  "돌 거북이 말을 할 줄 알게 되었습니다."

  "그대에게 무어라 하던가?"

  그리고는 다음과 같은 게송을 말했다.

  

  온갖 시설도 예사로움만 못 하나니 

  사람을 놀라게 하지도 않고 또 영원하도다. 

  예사로움이란 가을바람 같아서 

  사람을 시원케 할 생각 없으되 

  사람들이 시원타 하네.

  万般施設不如常 又不驚人又久長 

  如常恰似秋風至 無意涼人人白涼

  

  "스님께서 옛사람을 뵙고 무엇을 얻었습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마치 도적이 빈 방에 들어간 것 같으니라."

  또 다음과 같이 게송을 읊었다.

  

  도에 나아가려면 먼저 자신을 세우라.

  곧은 벗이 가는 곳에 먼지가 나지 않는다. 

  참 중은 방 치장을 할 필요 없나니

  간 곳마다 무심해짐은 사람에 달렸다. 

  進道先須立自身 直友行處不生塵

  眞僧不假俱嚴室 到處無心卽在人

  

  현묘한 도를 찾고 배움은 닦음으로 말미암지 않나니 

  


  배우는 데에서 모름지기 흑백을 가려야 하네.

  모든 성인에겐 원래부터 딴 길이 없으니 

  반연을 잊은 지혜에 많은 지식이 있도다.

  參尋玄道莫因修 學處須敎皀白分 

  千聖從來無異路 忘緣機智有多聞 

  

  깨닫지 못했거든 친히 두루 참예할지니 

  단정히 않아서 청빈(淸貧)만 지키지 말라. 

  설사 나후라처럼 밀행(密行)을 닦는다 해도 

  가섭의 듣지 않는 들음만 같으랴?

  未了之持親遍禮 不應端坐守淸負

  直似羅睺行密行 豈如迦業不聞聞

  

  사람들이 만약 무심해지면 도정(道情)에 부합되고 

  무명(無明)을 알고 나면 도는 벌써 밝아졌나니

  사람들은 도를 펼 수 있고 도는 드러날 수 있어서 

  도가 사람들에게 있으면 사람들은 저절로 평안하다.

  人若無心稱道情 識得無明道己明

  人能弘道道能現 道在人中人自寧

  

  선사가 세상에 나온 지 근 40년 동안 무릇 모든 가(歌)·항(行)·게(偈)·송(頌)이 더불어 세상에 널리 유통되었으나 여기에다 수록하지 못한다. 용덕(龍德) 3년 계미(癸未) 9월 13일 입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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