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당집(祖堂集)

소산(疎山) 화상

通達無我法者 2008. 3. 10. 11:39
 

 

 

소산(疎山) 화상

  

  동산(洞山)의 법을 잇고 무주(撫州)에 살았다. 선사의 휘(諱)는 광인(匡仁)인데 행록(行錄)을 보지 못해 그 시종을 알 수 없다. 선사가 행각(行脚)할 때 대안(大安) 화상이 있는 곳에 이르러서 물었다.

  "대저 법신(法身)이란 것은 그 이치가 빼어나게 현묘하여 시비의 경지(境地)에 떨어지지 않나니, 이것이 법신의 극칙(極則)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법신의 위로 향하는 일입니까?"

  대안이 대답했다.

  "그저 그것일 뿐이니라."

  "화상께서 그렇게 말씀하셔도 법신을 벗어날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 않지만 그렇기도 하니라."

  또 향엄(香嚴)에게 가서 물었다.

  "자기를 따르지도 않고 다른 성인을 존중하지도 않을 때는 어떠합니까?"

  향엄(香嚴)이 대답했다.

  "만기(萬機)를 모두 쉬어 버리니, 천 성인이 이끌어 주지 않느니라."

  이에 선사가 긍정하지 않고 물러 나와 구역질을 하면서 말했다. 

  "뱃속에 더러운 것이 들어갔다."

  어떤 사람이 화상에게 이 소식을 전하자, 화상이 다시 부르기에 선사가 올라갔다. 향엄이 말했다.

  "다시 물으라."

  선사가 물었다.

  "만기를 쉬어 버림은 그만두고, 천 성인이 이끌어 주지 않는다 함은 무슨 말씀입니까?"

  향엄이 말했다. 

  "이것에 대하여 그대는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긍정하고 소중히 여겨도 완전치는 않습니다." 

  향엄이 말했다. 

  "그대의 말에 까닭이 없지는 않으나 뒷날 산에 살면 땔나무가 없을 것이고, 강변에 살면 마실 물이 없을 것이다. 또한 설법을 할 때면 반드시 구역질을 해서 더러운 것을 토하게 되리라."

  그런데 나중에 소산의 주지가 되고 보니, 과연 향엄의 예언과 같았다.

  

  협산(夾山)이 왔기에 선사가 그에게 물었다.

  "문지방을 표시하지 않았으니, 스님께 치우치지 않는 법을 청합니다." 

  협산이 대답했다. 

  

  "비슷하지 않은 구절은 눈앞의 법이 없음이니라."

  선사가 다시 물었다.

  "비슷하지 않는 구절은 잠시 두고 눈앞의 법이 없다는 것은 무슨 말씀입니까?"

  협산이 대답했다. 

  "다시 석 자를 더한다면 천하의 사람들도 어쩌지 못하리라."

  이에 선사가 말했다. 

  "지금은 어찌할 수 있습니까?"

  

  어떤 이가 물었다.

  "어떤 것이 바로 가르침입니까?"

  선사가 말했다.

  "구슬 속에 물이 있음을 그대는 믿지 않고 하늘가로 가서 태양에게 물으려 하는구나."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나에게 보배로운 거문고가 있어 

  광야에 맡겨 두었네. 

  퉁길 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지음(知音)이 없기 때문일세.

   我有一寶琴 寄在曠野中

   不是不解彈 未有知音者

  

  "화상께서 돌아가신 뒤에 누가 스님의 지위를 계승합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네 발을 하늘로 뻗으니, 등 밑에 풀이 우거지느니라."

  어떤 사람이 제삼(第三) 백장(百丈)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등 밑에 풀이 우거지는 것입니까?"

  백장(百丈)이 대답했다.

  

  "존귀하지 않은 지위는 계승하지 않느니라."

  

  경청(鏡淸)이 이르니, 선사가 물었다.

  "긍정하고 존중히 여겨도 완전치는 못하다 한 말을 도자(道者)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경청이 대답했다. 

  "완전이라면 긍정한 것에 속합니다."

  "완전하지 못한 것은 어찌하겠는가?"

  "거기에는 긍정할 길이 없습니다."

  이에 선사가 말했다.

  "비로소 병든 중의 뜻에 맞는구나!"

  

  고산(鼓山)이 와서 물었다.

  "소산의 소문을 들은 지 오래건만 와서 보니, 겨우 씨앗 크기만 하구나!"

  선사가 말했다. 

  "살덩이는 천 근인데 지혜는 한 푼도 없구나!"

  고산(鼓山)이 말했다. 

  "그러시다면 학인(學人)은 절을 하지 않겠습니다."

  이에 선사가 말했다. 

  "누가 그대더러 그 고기 산을 넘어트리라 하던가?"

  

  고산이 위음왕불(威音王佛)의 계보를 말하는 것을 보고 선사가 물었다.

  "위음왕불의 스승은 누구이신가?"

  고산이 대답했다. 

  "뻔뻔스럽지 않은 것이 좋습니다."

  선사가 말했다. 

  "그대는 그렇게 말하면 되겠지만 병든 스님은 그렇지 않다."

  "그러면 어떤 것이 위음왕불의 스승입니까?"

  "존귀하지 않은 지위에는 앉지 않느니라."

  

  "떠날 때, 모두 떠났는데 무엇 하러 재삼 다시 옵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당나라엔 세 번째 기둥이 될 만한 나무가 없다."

  "멀리서 보면 둥글고 가까이서 보면 모난 것이 무슨 자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동해에 고래가 한 마리 있는데 머리도 잘리고 다리까지 부러졌다. 그 등에서 뼈를 한 토막 빼내면 바로 그 자가 되느니라."

  "부처님께서 살아 계실 때엔 중생을 제도하셨는데,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뒤엔 어떤 사람이 중생을 제도합니까?"

  "소산이 하느니라."

  "아직도 다 제도하지 못하는 중생이 있습니까?"

  "다 제도하지 못할 중생은 없느니라."

  

  선사가 말을 타고 길을 가는데 조대(措大)가 물었다.

  "말을 타고는 어찌하여 발걸이를 밟지 않으십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말을 타는 것은 발을 쉬기 위한 것인데 발걸이를 밟으면 걸음을 걷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선사가 임종할 때,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었다.

  

  나의 길 푸른 허공 저쪽에

  흰 구름 한가로울 곳 어디에도 없네.

  세상엔 뿌리 없는 나무 있어 

  노랑 잎 바람을 보내고 돌아오네.

  我路碧空外 白雲無處閑 

  世有無根樹 黃葉送風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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