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달마스님이 과거 양(梁)나라에서 위(魏)나라로 가는 도중에 숭산(嵩山) 아래를 지나다가 소림사에 머물렀는데,
그곳에서 주장자를 기대어 놓고 벽을 향하여 앉아 있었을 뿐이지 참선을 익힌 것은 아니었다.
오랜 세월이 흐르다 보니 사람들은 그 까닭을 까마득히 모르고서 이 일을 가지고 달마스님이 참선을 하였다고 말들 한다.
선(禪)이란 여러 수행 가운데 하나일 뿐인데 어떻게 참선으로 성인의 도를 다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당시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였고,
역사를 쓰는 자도 덩달아 선승의 전기를 쓸 때면 마른 나무나 꺼진 재와 같은 무리로 만들어 버렸다.
그렇다고 성인의 도가 선(禪)에 그치는 것도 아니지만 한편 선을 어기는 것도 아니다.
이는 마치 역(易)이 음양에서 나온 것이지만 또한 음양을 떠날 수 없는 것과 같은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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