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唐代)대의 복례(復禮)스님은 법에 대한 논변이 뛰어나,
당시 사람들이 많이 따랐는데,
「진망게(眞妄偈)」를 지어 모든 납자들에게 물었다.
참법[眞]의 성품은 본래 청정한데
망념은 어째서 일어나는가
진(眞)에서 망념이 생겨난다면
이 망념은 어디서 그칠 것인가
처음이 없으면 끝도 없지만
끝이 있다면 처음도 있어야 하리
처음도 없고 끝도 없다면
계속 이 이치에 어리둥절할 것이니
바라건데 오묘한 도를 열어 보여
이 이치를 깨쳐 생사에서 벗어나게 하소서.
眞法性本淨 妄念何由起
從眞有忘生 此妄何所止
無初卽無末 有終應有始
無始而無終 長懷懵玆理
願爲開玄妙 析之出生死
청량국사는 이에 대하여 이러한 게송을 붙였다.
참법을 미혹하면 망념이 생겨나고
참법을 깨달으면 당장에 망념이 그친다
미혹하지 않을 곳에서 미혹되니
어떻게 영원히 참다운 법과 같을 수 있을까
여지껏 한번도 깨닫지 못하여
‘망념은 시작도 없다’고 말하네
망념이 본디 참다운 법임을 안다면
이야말로 변함없고 묘한 도리니
분별이 마음에서 떠나지 못하면
어떻게 생사를 벗어날 수 있으랴.
迷眞妄念生 悟眞妄卽止
能迷非所迷 安得長相似
從來末曾悟 故說妄無始
知妄本自眞 方是恒妙理
分別心未忘 何由出生死
이에 대해 규봉스님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본디 청정함을 본래 깨닫지 못하여
이로부터 망념이 일어나니
참법을 알면 망념이 곧 공(空)하고
‘공’을 알면 망념이 그치네
그치는 곳은 끝이 있고
미혹은 처음이 없다
인연법은 환상이나 꿈 같으니
무엇이 끝이며 또 무엇이 처음이랴
이것이 중생의 근원이니
이를 알면 생사를 벗어나리라.
本淨本不覺 由斯妄念起
知眞妄卽空 知空妄卽止
止處名有終 迷時號無始
因緣如幻夢 何終復何始
此是衆生源 窮之出生死
또 이어서 말하였다.
사람들은 흔히들 참다운 법에서 망념이 생겨나는 까닭에 망념이 끝이 없다고 생각하니 이 도리를 해결해야 하리라”
참법에서 망념이 생겨나는 게 아니라
참법을 깨닫지 못한 데에서 망념이 생겨나는 것이니
망념인 줄 깨닫고 보면 본래가 참이요
참법을 알면 망념은 그친다
망념이 그침은 끝 같기도 하고
깨달음이 옴은 처음 같기도 하지만
미혹과 깨달음은 성품이 모두 ‘공’하니
모두 ‘공’하므로 끝과 처음이 없도다
이 점을 몰라 생사가 시작되니
이 이치에 통달하면 생사를 벗어나리라.
不是眞生妄 妄迷眞而起
悟妄本自眞 知眞妄卽止
妄止似終末 悟來似初始
迷悟性皆空 皆空無終始
生死由此迷 達此出生死
나는 두 노스님께서 답한 글을 음미해 보았으나 모두가 복례스님이 묻는 뜻에는 부합되지 못하였다. 스님이 묻는 뜻은 “참법은 본디 청정한 것인데 망념은 무엇 때문에 일어나는가?” 하는 문제였는데,
단지 “참법에 미혹하면 깨닫지 못한다”하니,
그러한 답변이야 누군들 못하겠는가?
나는 스님이 묻는 의도를 밝히고자 이 게송을 짓는다.
참법은 본래 성품이 없어서
인연따라 청정과 물들음이 일어난다
이를 깨닫지 못하면 무명(無明)이라 하고
깨달으면 바로 부처님의 지혜다
무명이란 완전히 망령된 생각이나
깨달으면 그대로가 참된 이치니
한 생각에 고금을 뛰어넘으면
어디서 처음과 끝을 찾겠는가
본래부터 말을 떠나 있으니
분별하는 그것이 곧 생사라오.
眞法本無性 隨緣染淨起
不了號無明 了之卽佛智
無明全妄情 知覺全眞理
當念絶古今 底處尋終始
本自離言詮 分別卽生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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