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암(雲庵)스님이 일찍이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방편에 따라 설법하신 뜻을 알기란 어렵다.「 기신론(起信論)」에서 ‘어느 중생이 찾아와 법을 구한다면 그의 능력에 따라 방편을 세워 설법하되 명예·이익·공경을 탐하거나 집착하도록 해서는 안되며,
오로지 자신을 이롭게 하고 남을 이롭게〔自利利他〕하는 대승불법만을 생각하여 보리의 길로 걷도록 해야 한다’ 하신 말씀은,
매우 높게 법을 널리 펴는 자를 위한 것이다.
한편, 「원각경(圓覺經)」에서 ‘말세에 수행하려는 중생은 마땅히 목숨을 다하여 착한 벗을 공양하고 선지식을 섬겨야 한다.
그 선지식이 찾아와 가까이하려 하면 마음 속의 노여움과 원한을 모두 버리고 어려운 일에나 좋은 일에나 허공같은 마음을 지녀라’ 하신 말씀은,
구도(求道)에 정진하지 않는 자를 위한 말이다.
그러므로 제자의 끊임없는 정진을 위해서라면 스승이 지나치게 준엄하여도 나쁠 것이 없다.
요즈음의 수행자들이 스승을 공경하는 예의는 갖추지 않고서 법보시가 인색하다고 스승을 원망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이에 시자가 앞으로 나서며 말하였다.
“그렇다면 삼세 여래께서 법보시하셨던 예를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법화경」에 이르기를 ‘일체 중생에게 평등하게 설법을 해야 하니,
법을 따르는 까닭에 많게 해서도 적게 해서도 아니되며 나아가서는 깊이 법을 사랑하는 자에게도 또한 많은 설법을 할 수 없다’ 하니,
이것이 부처님께서 남기신 가르침이다.”
'임간록(林間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9. 비밀장과 언설법신/「열반경」 (0) | 2008.03.12 |
---|---|
28. 율종사찰을 선풍으로 쇄신함 / 달관 담영(達觀曇穎)스님 (0) | 2008.03.12 |
26. 복례스님의 진망게 (0) | 2008.03.12 |
25. 종밀스님의「전요」를 평함 / 규봉 종밀(圭峯宗密)스님 (0) | 2008.03.12 |
24. 도오스님의 종파에 대한 시비 / 천황 도오(天皇道悟)스님 (0) | 2008.03.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