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반경」에 말하였다.
“가섭(迦葉)보살이 부처님에게 아뢰었다.
‘세존이시어, 부처님게서 말씀하시기를 제불과 세존께서 비밀로 숨겨둔 것〔秘密藏〕이 있다 하셨으나 그것은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제불 세존의 말씀이야 은밀하지만 은밀히 감춰 놓은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마치 마술장이의 꼭두각시와 같아서 사람들은 움직이는 꼭두각시는 볼 수 있지만 그렇게 조작하는 줄을 모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불법이란 그렇지 않아서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의 지견(知見)을 얻게해 주는데 어떻게 세존께서 비밀로 숨겨 놓은 것이 있다고 할 수 있겠읍니까?’
그러자 부처님께서 가섭을 칭찬하시었다.
‘착하고 착하도다, 선남자여.
네가 말한 바와 같이 나 여래는 비밀로 숨겨 놓은 일이 없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마치 가을 하늘에 둥근 달이 뜨면 그지없이 맑아 막힐 것 없어서, 누구나가 볼 수 있는 것과 같다.
내 설법도 그러하여서 숨김없이 모두 드러내 청정하고 감춘 것이 없다.
어리석은 사람은 알지 못하고서 비밀로 숨겨 놓은 것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혜로운 자는 모두 통달하여 숨긴 것이 있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는 이어서 말씀하셨다.
‘또한 말이 없다는 것은 마치 어린아이가 말귀를 모르는 것과 같으니,
이때 비록 말이 있다 하여도 실제로는 말이 없는 것과 같다.
내 설법도 마찬가지여서 그 말뜻을 알지 못하면 비밀스런 말이라 하니,
비록 말을 하여도 중생이 알지 못하는 까닭에 말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석두스님은 이렇게 말하였다.
“말을 통달하되 모름지기 종지를 깨달아야 하니, 스스로 격식〔規矩〕을 세우지는 말라.”
약산 유엄(藥山惟嚴: 745~828)스님은 말하였다.
“다시 잘 살펴보라. 말을 끊어버릴 순 없다. 내 이제 너희를 위하여 이 말을 하는 까닭은 말없는 그것을 나타내기 위함이다.”
장경 혜릉(長慶慧稜: 854~932)스님은 말하였다.
“28대 조사들이 모두 마음 전하는 설법을 하였지 말 전하는 설법을 하지는 않았다.
말해보라, 마음을 어떻게 전할 수 있겠는가? 만일 어리석음을 깨우쳐주는 말이 없다면 어떻게 ‘통달 한 자〔達者〕’라 이름할 수 있겠는가?”
또한 운문(雲門)스님은 말하였다.
“만일 이 일이 말에 달려 있다면 3승 12분교(三乘十二分敎)를 놓고 어찌 말이 없다 하겠는가?
그런데 어찌하여 ‘교외별전(敎外別傳)’을 말하겠는가?
만일 배워서 깨우치는 지혜〔學解機智〕에 의지한다면 10지성인(十地聖人)정도의 경지를 얻는 데 그칠 뿐이니,
그들은 구름 일듯 비 쏟아지듯 유창하게 설법하여도 오히려 성품을 봄〔見性〕에 있어서는 얇은 천으로 가리우고 보는 격이라는 꾸지람을 부처님께 들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일체가 마음을 가지고 있다〔一切有心〕고 하지만 저마다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어느 사람이 불을 이야기한다 하여 그의 입에 불이 붙은 일이 있었는가?
나는 항상 “납자들이 이점에 투철해야 비로소 제불은 설법한 일이 없음을 알아 법을 설하는 법신〔言設法身〕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법을 설하는 법신이란 무엇일까?
“머리 잘린 뱃사공이 양주로 내려가도다〔斷頭船子下楊州〕.
'임간록(林間錄)' 카테고리의 다른 글
31. 규봉스님의 억지설 / 육조 혜능(六祖慧能)스님 (0) | 2008.03.12 |
---|---|
30. '재와 삼매'의 뜻 / 왕문공(王文公) (0) | 2008.03.12 |
28. 율종사찰을 선풍으로 쇄신함 / 달관 담영(達觀曇穎)스님 (0) | 2008.03.12 |
27. 기신론 등의 평등설법 / 운암(雲庵)스님 (0) | 2008.03.12 |
26. 복례스님의 진망게 (0) | 2008.03.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