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臨濟)스님은 ‘4빈주(四賓主)’*를 주장한 일이 있는데, 요즘에 들어서는 한낱 그 말만을 뒤져 볼 뿐, 결국 그 뜻을 똑바로 알지 못하여 안다는 사람도 참뜻을 아는 것이 아니며 모르는 자들은 그것을 구차스러운 말이라 생각한다.
또한 ‘네 가지의 할〔四喝〕이 있다.
하나는 금강왕의 보검과 같고,
하나는 땅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사자와 같으며,
하나는 물고기 잡는 탐간영초(探竿影草)* 같고,
하나는 간혹 일할(一喝)의 작용을 이루지 않을 때가 있는 것이다.
땅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사자나 탐간영초 같다는 것에 대하여 후학들은 도대체 무슨 말인지조차 모르고 있는데,
어떻게 그 뜻을 알 수 있겠는가?
'이는 옛사람이 방편으로 마련해 놓은 일시적인 말이니, 물을 것이 있겠는가?'
하는 정도로 생각한다면 임제스님의 말씀은 헛소리가 되는 것이다.
이제 스님의 게송을 여기에 적어보기로 한다.
금강왕의 보검을
당당하게 드러내 보이니
조금치라도 입을 나불거리면
곧장 그 칼날에 다치게 되리.
金剛王劍 覿露堂堂
才涉唇吻 卽犯鋒鋩
땅에 웅크리고 앉은 사자는
본디 보금자리가 없으니
둘러보는 사이에
번뇌가 스며들었네.
踞地師子 本無窠臼
顧佇之間 卽成滲漏
탐간영초를
그늘〔陰界〕에 넣지 말지니
한 마리 물고기 찾아오지 않고
적의 몸은 스스로 패하리라.
探竿影草 草入陰界
一點不來 賊身自敗
때로 하는 일할(一喝)은
일할이란 작용을 짓지 않으니
불법이 대단하기는 하나
어금니만 아플 분이다.
有時一喝 不作喝用
佛法大有 只是牙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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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四賓主) : 스승과 납자가 문답할 때의 관계를 네 가지로 설명한 것이다.
① 빈중빈(賓中賓)-납자가 어리석어서 스승의 가르침을 받으면서도 알아
차리지 못하는 경우.
② 빈중주(賓中主)-납자의 견처가 우수하여 스승이 학인에게 심경(心境)이
간파되는 경우
③ 주중빈(主中賓)-스승에게 납자를 지도할 만한 역량이 없는 경우.
④ 주중주(主中主)-스승이 갖출 역량을 제대로 구비한 경우.
*탐간영초(探竿影草) : 물새의 깃을 엮어서 장대 끝에 꽂아 물속에 넣고 고기가
한 곳에 모인 뒤에 그물로 잡는 것을 탐간이라 하고,
풀을 물에 띄우면 고기가 그 그림자에 모여드는 것을 영초라고 한다.
선지식이 납자를 지도하는 방편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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