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간록(林間錄)

37. 경잠스님 영정찬 및 서

通達無我法者 2008. 3. 12. 11:30

 

 

 

내가 장사(長沙) 지방을 돌아다니다가 녹원사(鹿苑寺)에 이르러 장사 경잠(長沙景岑)스님의 영정을 보고서 스님의 인품을 상상하며「잠대충찬(岑大蟲賛)」과 아울러 서(序)를 쓴 일이 있다.

   “여래세존께서 아난(阿難)존자에게 말씀하시기를,  ‘일체의 부질없는 티끌과 모든 환화(幻化)의 모습이 그 자리〔當處〕에서 생겨나 그 자리에서 사라지는데 여기서 환망(幻妄)을 상(相)이라 부르되 그 성품은 참으로 묘각(妙覺)의 밝은 본체인 줄을 너는 전혀 모르는구나’  하셨고, 용승(龍勝: 용수)보살은,  ‘모든 법이란 스스로〔자〕나는 것도 아니고, 남〔他〕에 의하여 나는 것도 아니며, 자(自)와 타(他)가 함께 하는 데서 나는 것도 아니고, 원인없이 나는 것도 아니니 그러므로 무생(無生)이라 한다’고 하셨다.”

   불조의 말씀으로 심법(心法)의 오묘한 이치를 이야기하자면 청정하고 또렷이 나타나 손바닥 위의 물건을 보듯 의심할 바 없다.   그러나 말세 중생들이 이를 깨닫지 못하는 것은 미혹한 망념이 매우 성하기 때문이지 그들이 익히 들어왔던 것 때문이 아니다.   스님께서 이를 가엾게 여기사 익혀온 경계로써 이를 비유하시기를,  ‘마음이 일어나면 꿈이나 헛것, 허공꽃이 따라 일어나며, 몸이 생겨나면 산하대지와 삼라만상이 따라 생긴다’ 하셨으니, 정말로 훌륭한 말씀이다.   이는 「수능엄경」,「중관론(中觀論)」과도 일치되는 법문이다.

   스님께서는 대적(大寂:마조)스님의 법손(法孫)이요, 남전(南泉:748~834)스님의 법제자이며, 조주(趙州: 778~897)스님의 사형(師兄)이시다.   장사 녹원사에서 개법하시니, 당시의 납자중에 앙산 혜적(仰山慧寂: 803~887)스님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은 분도 오히려 그에게 굴복되어 스님을 ‘대충(大蟲:호랑이)스님’이라 불렀다.

   이에 찬을 쓰는 바이다.

 

   장사땅 호랑이

   위엄과 명성이 매우 드높으시어

   텅빈 숲 속에 잠을 자도

   온갖 짐승은 몸을 움츠리고 겁에 질리는데

   멍청한 아이 혜적이

   무서운 줄 모르고

   손을 뻗어 호랑이 수염을 훑었다가

   하마터면 귀를 물어뜯길 뻔했지

   대공(大空)이니 소공(小空)이니 하며

   범이다 그대이다 하니

   사비(師備)와 굉각(宏覺) 같은 이만이

   겨우 그 꼬리를 잡을 수 있었네

   아!  오늘날의 납자들은

   반들반들한 눈으로

   호랑이 껍데기만 볼 줄 아니

   어떻게 진짜 호랑이를 알겠는가

   내, 스님의 영정 앞에 절을 올리오니

   살아 있음도 죽음도 아니외다

   백척간두에

   뽀얀 발 먼지 풀썩풀썩하는구나

 

   長沙大蟲    聲威甚重

   獨眠空林    百獸震恐

   寂子兒癡    見不知畏

   引手捋鬚    幾缺其耳

   大空小空    是虎是汝

   如備與覺    可撩其尾

   嗟今衲子    眼如裵旻

   但見其彪    安識虎眞

   我拜公像    非存非沒

   百尺竿頭    行塵勃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