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간록(林間錄)

51. 대지스님의 3구 법문과 동산스님의 5위 / 대지(大智)스님

通達無我法者 2008. 3. 12. 13:24

 

 

 

대지(大智)스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교학에서 쓰는 말들은 대체로 삼구(三句)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는 ‘처음.중간.마지막의 선〔初中後善〕’이다.  

처음은 그에게 선한 마음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며,

중간은 그 선을 깨부수는 것이며,

마지막에 가서야 비로소 선을 밝힌다.  

이를테면 ‘보살은 곧 보살이 아니니, 이것을 보살이라 이름한다〔菩薩卽非菩薩是名菩薩〕’ 한 것이나 ‘법은 법이 아니며 그렇다고 법 아닌것도 아니다〔法非法非非法〕’ 한 것이 모두 그러한 형식이다.  

 

그러므로 만일 일구(一句)만을 설하고 답한다면 그것은 사람을 지옥으로 끌어들이는 일이며,

삼구(三句)를 한꺼번에 설하면 그 스스로가 지옥으로 들어가는 것이니 부처님의 일과는 상관없게 된다.”

   그러므로 옛 큰스님들은 모두 불조의 격식을 따라 설법하였는데 알지 못하는 자는 이를 구차스러운 말이라 하니,

무착(無著: 310~390)스님이 「금강반야경」을 주석하심이 이러한 뜻이었다.

   또 동산 오본(洞山悟本)스님은 5위(五位)를 세워 놓았으니,

눈 밝은 자는 5자로 적어놓은 제목의 배열만을 살펴보아도 오본스님을 만나게 될 것이다.      

5위란 정중편(正中偏). 편중정(偏中正). 정중래(正中來). 편중지(偏中至). 겸중도(兼中到)를 말한다.  

분양 선소(汾陽善昭: 947~1024)스님은 여기에 다음과 같은 게송을 지었다.

 

   5위를 공부함에 반드시 알아야 하니

   조금이라도 움직였다 하면 곧바로 어긋나리라

   금강이 철갑을 �는 줄을 그 누가 알겠는가

   오로지 나타* 같은 으뜸 근기뿐이리

   눈만 뜨면 삼계가 모두 청정하고

   방울을 흔들며 하늘로 돌아가네

   정통하고 묘한 이치로 맞물린 것을 풀지언정

   기봉을 움찔하면 목슴을 잃으리.

 

   五位參尋切要知    纖毫纔動卽差違

   金剛透匣誰能解    誰有那叱第一機

   擧目便令三界淨    振鈴還使九天歸

   正中妙挾通回互    擬議鋒鋩失却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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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타(那叱) : 북방 비사문천왕의 다섯째 아들로 힘이 세었고, 신통을 부려 부모를 위해 설법하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