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두 희천(石頭希遷)스님이 「참동계(參同契)」를 지어놓고 맨 끝을, ‘선승들이여, 세월을 헛되이 보내지 마시오’ 라고 맺었는데,
법안(法眼)스님은 여기에 ‘그만하시오. 그만하시오. 은혜가 너무 크니 보답하기 어렵습니다’ 라고 주석을 붙였다.
이를 보면 법안스님은 선배 큰스님의 마음을 아는 사람이라 하겠다.
중생은 일상에서 망상과 전도(顚倒)로 광명을 스스로 가리우는 까닭에 때를 놓치는 수가 많으니 이를 가리켜 세월을 헛되이 보낸다고 하는 것이다.
도가 있다는 사람이란 별다른 게 아니라 그 마음을 잘 쓰는 자일 뿐이다.
그러므로 조주(趙州)스님은 말하였다.
“모든 일에 있어서 옛일을 그대로 이어가면 될 뿐이다.
상승(上乘)의 경지에 이른 모든 성인들도 옛일을 그대로 이어가는 가운데에서 도를 얻었다.”
「대지도론(大智度論)」에서는 말하였다.
“중생의 마음은 마치 날카로운 칼날과 같아서 진흙 자르는 데 쓰면 진흙은 끄떡없고 칼만 무디어질 뿐이다.
마찬가지로 본체〔理體〕는 항상 오묘하지만 중생 스스로가 거칠게 만든 것이니,
잘 사용하기만 하면 바로 본래의 오묘함에 부합되는 것이다.”
또 「수능엄경」에선는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존자에게 말씀하시기를,
‘비유하자면 거문고와 공후와 비파에 비록 오묘한 소리가 있다 하여도 오묘한 솜씨를 지닌 손가락이 없다면 결국 아름다운 소리는 나오지 않는 것처럼,
너와 중생도 그러하여서 값진 깨달음인 참마음〔寶覺眞心〕은 다 각기 원만하되 내가 손가락을 누르면 해인(海印)이 빛을 뿜지만 네가 잠시라도 마음을 들면 번뇌가 먼저 일어나리라’ 하셨다.”
또한 「화엄게(華嚴偈)」에서도 이렇게 말하고 있다.
부처의 경계를 알려고 한다면
그 마음을 허공처럼 청정케 하라
망상과 온갖 견해를 멀리 여의면
마음 가는 곳마다 아무 장애 없으리라.
若人欲識佛境界 當淨其意如虛空
遠離妄想及諸見 令心所向皆無礙
'임간록(林間錄)' 카테고리의 다른 글
52. 무착스님의 「금강반야론」 (0) | 2008.03.12 |
---|---|
51. 대지스님의 3구 법문과 동산스님의 5위 / 대지(大智)스님 (0) | 2008.03.12 |
49. 다비장에서 법을 보여줌 / 운암(雲庵)스님 (0) | 2008.03.12 |
48. 종밀스님의 일용게 / 규봉 종밀(圭峯宗密)스님 (0) | 2008.03.12 |
47. 용아스님과 유정스님의 찬 / 용아 거둔(龍牙居遁)스님 (0) | 2008.03.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