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간록(林間錄)

87. 평범하고 참된 선풍

通達無我法者 2008. 3. 12. 16:54
 
 
 

  

 내가 상산(湘山) 운개사(雲蓋寺)에 있을 때 선방(禪房)의 화로 곁에 쭈그리고 앉아 덮을 것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있다가 밤이 으슥하여 스님들이 서로 주고 받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늘날 사방의 총림에서는 임제의 후예들이 일상적인 선〔平實禪〕을 닦아야지 남 하는대로 허공에 물구나무 서며 곤두박질 쳐서는 안된다"고 하는 것을 비방한다.

 

   깨달으라고 하지만 무엇을 깨닫겠는가? 

옛사람의 깨달음은 흙을 가지고 황금을 만들었는데 요즘 사람들의 깨달음이란 바로 귀신을 만난 것이다.   

그들 모두가 미친 알음알이로 쉬지 못하고 있으니 어느날에나 최고의 경지에 이를 수 있겠는가?

   이 말에 한 스님이 물었다.

   “어느 스님이 조주스님에게 ‘스님께서는 남전(南泉)스님을 친견하셨다고 들었는데 정말입니까?’ 라고 묻자 조주스님이 ‘진주(鎭州)에는 큰 무우가 나느니라’ 라고 하셨다는데 무슨 뜻입니까?”

 

   먼저 화제를 내었던 그 스님은 웃으면서 말했다.

   “그 화두는 얼마쯤은 분명하다.   

어찌 임제종의 문하에서만 이런 화두로써 사람을 가르치겠는가?  

조주스님도 노파심에서 그렇게 하신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농담을 던졌다.

   “그 스님의 물음이 온당하지 못하였다.   

어찌하여 ‘세상에서 제일가는 채소는 무엇입니까?’ 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그리고는 '진주에서 나오는 큰 무우' 라고 대답하였더라면 평범하여 더욱 분명했을 터인데,

 

그렇게 하지 않고 '남전스님을 만나 보셨습니까?'라고 물었고,

거기에 '진주의 큰 무우'라 대답하여 허공에서 물구나무를 섰구나.”

   그 후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서로 전해가며 웃음거리고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