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주(荊州) 복창사(福昌寺)의 중선(重善)스님은 명교 사관(明敎師寬 : 운문종)스님의 법제자로 사람됨이 공손하고 근엄하며, 불법을 중히 여겼다.
처음 주지가 되었을 때는 십여 간 요사채에 서너 명의 승려가 있었을 뿐 적막하기 그지 없었다. 스님은 새벽에 향을 사르고 저녁에 등불을 밝히며 법당에 올라 설법하되 마치 수천 명의 대중을 앞에 둔 듯하였으며, 총림에 필요한 물건 가운데 있어야 할 것은 모두 갖추어 놓았고, 지나는 길손이 찾아오면 묵묵히 극진히 대해 주었다. 이러기를 10여 년만에야 비로소 납자들이 모여들게 되었고, 온 천하에서 스님의 풍모(風貌)를 바라보고 길이 추앙하게 되었다.
혜남(慧南)스님과 문열(文悅)스님 또한 그의 회하에 있었는데, 혜남스님은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그때 감기가 들어 약을 먹고 이불을 덮어 쓰고 땀을 내야만 하겠기에 문열스님을 보내어 온 절 대중에게 이불을 빌려보려 하였지만 이불은 찾아볼 수 없었고 백여 명의 대중들은 한결같이 종이이불을 덮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엔 그렇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겹겹으로 된 담요 위에 요까지 덮고 있으니 나는 하루에도 몇번씩 살기 좋은 세상임을 느끼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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