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론(華嚴論)」에 말하였다.
“법성(法性)을 따르면 만상(萬相)이 모두 없어지고, 지혜의 힘을 따르면 뭇 상(相)이 따라서 나타나니 숨고 나타남은 인연따라 생길 뿐 만드는 자〔作者〕가 없다.
그런데도 범부(凡夫)는 집착하여 무명(無明)을 지으니 집착과 장애가 없어지면 지혜의 작용은 자유자재하리라.”
또 영명 연수(永明延壽 : 904~975)스님은 말하였다.
“진리〔一眞〕의 경지를 여의지 않으면 교화 방편〔化儀〕은 갖가지로 응변(應變)하리라. 그런 까닭에 화살로 돌범을 뚫은 것이 어찌 힘 때문이며, 술에 취하여 삼군(三軍)을 호령한 것이 누룩〔麴蘗〕의 힘 때문이겠는가? 또한 차가운 겨울 산골짜기에 죽순이 돋은 것이 어찌 따뜻한 햇볕 때문이며, 얼음 위에 뛰쳐 오른 잉어가 어찌 그물 때문이겠는가?
이 모두가 지극한 마음의 감응으로 신비로운 일이 나타난 것이다. 그러므로 만법의 움직임이 모두 자기 마음의 힘 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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