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간록(林間錄)

13. 격식을 넘어선 행 / 법등 태흠(法燈泰欽)스님

通達無我法者 2008. 3. 12. 20:29

  

 

 

 법등 태흠(法燈泰欽:?~947)스님이 처음 홍주(洪州) 쌍림사(雙林寺)에 주지를 맡았을 때 말하였다.

   “산승은 본디 깊은 산골에 숨어 지내며 생을 마칠까 했었는데 청량(淸涼 : 法眼) 노스님이 여지껏 깨닫지 못한 화두가 있다 하여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그를 위해서라도 그 화두를 완전히 깨쳐야 하겠다.”

   그로부터 사람들이 물어보면 의례 그렇게 말하였다.   그때 한 스님이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청량스님이 깨닫지 못한 화두가 무엇입니까?”

   태흠스님은 주장자를 들어 그를 후려쳤다.

   그 스님이 “제게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라고 따지자, 태흠스님은 그에게 말하였다.

   “조상이 똑똑치 못하면 자손에게 재앙이 미친다.”

   이국주(李國主)가 넌지시 태흠스님에게 물었다.

   “스승(先師)께서는 어떤 공안을 깨닫지 못하셨습니까?”

   “지금 그것을 생각하고 있네.”

   이 말에 이국주는 놀라 할 말을 잊었다.

   태흠스님은 어린 시절에 벌써 한소식했으나 사람들에게 알려지지는 않았고 오직 법안스님만이 스님을 깊이 사랑하였다.

   스님의 성품은 격식을 중시하지 않고 다른 일을 일삼지 않았다.   한번은 청량사에서 유양(維楊)으로 화주(化主)를 보냈었는데, 계율을 어기고 기일이 지났는데도 돌아오지 않자 대중들 사이에서 웃음거리가 되었다.   이에 법안스님은 게를 지어 보내어 스님을 불러들여 대중의 목욕물을 데우는 일을 맡겼다.   그러던 어느 날 법안스님이 대중에게 물었다.

   “범의 턱밑에 달린 금방울을 누가 풀 수 있겠는가?”

   대답한 자가 많았으나 모두 그 뜻에 계합되지 못하였다.   태흠스님이 때마침 밖에서 들어오자 법안스님은 조금 전에 물었던 말을 다시 물었다.   그러자 태흠스님은 대뜸 말하였다.

   “대중들은 왜 대답을 못하느냐?   방울을 묶은 자가 풀어야 한다고.”

   이 말에 다들 스님을 다시 보자 법안스님이 말하였다.

   “너희들이 이번에는 저 사람을 비웃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