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문공(王文公:王安石)이 처음 재상이 되었을 때, 하객이 문에 가득하였다. 그는 오랫동안 아무 말없이 묵묵히 앉아 있다가 느닷없이 벽 위에 시 한 수를 썼다.
눈서리 쌓인 대숲 사이 종산사여
늙은 몸 돌아가 이 생을 맡겨볼까.
霜筠雪竹鍾山寺 投老歸歟寄此生
또한 정월 15일에 상국사(相國寺)에서 연회가 열렸을 때 광대놀이를 구경하며서 좌객이 몹시 즐거워하자 게를 지었다.
광대 놀이판 속에서는
한 번은 귀하였다 한 번은 천해지나
마음으로는 본래 같음을 알기에
기뻐하거나 원망할 것 없노라.
諸優戱場中 一貴復一賤
心知本自同 所以無欣怨
나는 도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분은 온몸 그대로가 눈[眼]이어서 티끌만큼도 속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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