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록(雲門錄)

2. 상당 대기 - 6

通達無我法者 2008. 3. 12. 21:33

 

 

6.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온 누리를 한번에 가져와 그대의 속눈썹 위에 놓는다는 말을 들어보
았느냐? 그대들이 성급하게 나와서 노승을 붇들고 한 대 후려치기를
감히 기대하진 않겠다. 우선 찬찬히 자세히 살펴보라. 있느냐 없느냐.
이 무슨 도리냐?
 설사 여러분이 여기에서 알아냈다 해도 납승의 문하를 만난다면 다
리가 분질러져야 좋을 법하다. 영리한 사람이라면 세상 어디에 큰스
님이 나오셨다는 말을 듣는 순간 내 얼굴에 침을 탁 뱉어 주어야 좋으
리라. 그대에게 이러한 솜씨가 없다면 남이 거량하는 것을 듣자마자
알아차린다 해도 벌써 두번째 근기에 떨어진다. 보지도 못했느냐. 저
덕산(德山)스님은 문에 들어오는 납자를 보기만 하면 주장자를 집어
들고 와서 당장 쫓아냈으며, 목주(睦州)스님은 문에 들어오는 납자를
보기만 하면 바로 있는 그대로가 공안이니, 그대에게 몽둥이 30대를
쳐야겠구나 했다.
 이 나머지 무리들은 어떻겠느냐? 가령 어떤 부류의 사기꾼이라면
남의 고름이나 침을 받아 먹고 한 무더기, 한 짐 잡다한 부스러기를 기
억하여 걸머지고는 가는 곳마다 어리석은 입을 나불거리며 '나는 선문
답을 아홉 가지 열 가지로 이해하였다'하면서 과시할 것이다. 설사 아
침부터 저녁까지 묻고 답하며, 겁(劫)으로 따질 만큼 긴 시간을 대답할
수 있다 치자. 그렇다 해도 꿈에선들 보았겠느냐. 어느 곳이 남에게 힘
을 써주는 곳이겠느냐. 이러한 사람은 굴욕스럽게 납승의 밥상에서 공
양한다 해도 함께 무슨 말할 거리가 있으랴. 뒷날 염라대왕 앞에서는
입으로 말할 줄 안다는 것은 아무 소용 없으리라.
 여러 잡자들이여, 체득한 사람이라면 대중을 위하여 나날을 보내겠지
만, 체득하지 못했다면 절대로 사기치지 말라. 쉽게 세월을 보내지 말
아야 하니, 매우 세심해야만 한다.
 옛사람에겐 언어문자로 납자들을도와 준 경우가 꽤 있었다. 예컨대
설봉(雪峯)스님은 '어디에서나 노승을 찾아보고 시끄러운 시장 속에서
천자를 알아내 보라'하였으며, 낙포(洛浦)스님은 '티끌 하나가 일어나
면 그 속에 대지가 온통 다 들어있고, 터럭 하나가 사자 한마리다'고
하였다. 그대들은 이 모두를 곰곰이 생각하고 따져보라.오래되면 자연
히 짚히는 곳이 있으리라. 이 일은 그대를 대신 해 줄 것이 없으며 반
드시 당사자 각자의 몫이다.
 큰스님이 세상에 출현하는 이유는 그대를 인가해 주기 위해서이다. 그
러므로 그대에게 짚히는 곳이 있어 조금이라도 꼬투리를 허락한다면
그대를 어둡게 하지 못하리라. 만일 실제로 얻질 못했는데 방편으로 그
대를 깨우치려 해서는 안된다. 이런 납자들이라면 떨어진 짚신을 신고
행각하는 무리이다.
 스승과 부모를 버렸다면 정신을 좀 차려야 하리라.
 짚히는 곳을 찾지 못한 처지에서 돼지를 물어뜯는 개와 같은 솜씨좋은
본색종장을 만났다면 목숨을 아끼지 말고 진흙탕 속에 뛰어들어 맛볼
만한 것이 있는지 살펴볼 일이다. 눈을 부릅뜨고 발우와 바랑을 높이
걸어놓고 10변 20년씩 철두철미하게 결판을 내라. 그리고 결판내지 못
할까 근심하지 말라. 금생에 깨닫지 못한다 해도 내생에 사람 몸을 잃
지는 않으리라. 이 문중에서는 무어라 해도 힘을 덜어야지 평생을 헛되
게 포기하지 말 것이며, 시주,스승,부모도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 이
일만을 염두에 두고 부질없이 시간을 보내지 말라. 이 고을 저 고을
유람하면서 주장자를 걸머지고 천리 2천리를 다니며 이쪽에서 겨울
을 나고 저쪽에서 여름을 보내면서 산수를 즐기는구나. 성품 깨닫는
일을 해내야 할 처지에 많은 재(齋)와 공양을 받고 가사와발우를 쉽
게 전수받으니, 씁쓸하고 굴욕스럽도다.
 남의 쌀 한 말을 얻고자 하면 반년의 양식을 잃는 법이니, 이처럼 행
각하면 무슨 이익이 있으랴. 신심 있는 신도들이 바치는 한움큼 채소
와 쌀 한 톨을 어떻게 받아 쓰랴. 다만 스스로 살펴야지 대신해 줄 사
람이 없다.
 시절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으니 하루 아침에 죽는 날이 닥치면 그
앞에서 무엇을 가지고 어찌해 보겠느냐? 끓는 물에 떨어진 조개나 게
처럼 허우적대봤자 소용없다. 허공을 날치기하는 그대의 사기술로는
더이상 큰소리칠 수가 없으리라. 어정거리며 시간을 부질없이 보내지
말라. 한 번 사람의 몸을 잃으면 만컵에도 회복하지 못하리라. 이는
작은 일이 아니니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만을 믿지는 말라. 속인도 오
히려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하였는데 더구나 우
리 사문은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옳겠느냐. 열심히 노력하고 몸 조심
하거라."


 "어디가 모든 부처님의 해탈처입니까?"
 "부처님 앞에서는 향을 사르고, 부처님 뒤에서는 합장을 한다."


 "하루종일 어떻게 해야 모든 경계에 현혹당하지 않습니까?"
 "3문(三門)앞에서 합장하라."


 "사면에 숲이 우거졌는데 무엇이 신령한 나무<靈樹>*입니까?"
*신령한 나무<靈樹>:운문스님이 살았던 곳이 영수선원(靈樹禪院)이다.
 "바람이 부니 비가 그쳤다."
 "그렇다면 무엇이 신령한 나무의 가지입니까?"
 "풀잎 끝에 �빛이 비친다."


 "무엇이 눈에 부딪치는대로 보리(菩提)라는 것입니까?"
 "법당 앞 돌기둥을 끄집어내라."
 "그 기둥이 그 일과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어느 세월에나 알겠느냐?"


 "가장 맛좋은 제호(醍蝴)가 무엇 때문에 독약이 될까요?"
 "축!"


 "무엇이 살리는 경계입니까?"
 "속으로 사람을 저버리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무엇이 죽이는 경계입니까?"
 "3일 뒤엔 창의(唱衣)*하지 못한다."
*창의(唱衣):고창(枯唱)이라고도 한다. 스님이 죽으면 쓰던 물건을 분류
하여 값나가는 물건, 즉 토지나 금,은 등은 상주물로 돌리고 옷가지 등
자잘한 물건은 대중에게 나누어 주는데, 이때 공평하게 나누어지지 않
았을 경우 경매에 부치는 일을 말한다.
 "죽이지도 않고 살리지도 않을 경우라면 어떻습니까?"
 스님은 주장자로 쫓아내버렸다.


 "학인이 이렇게 찾아왔으니 스님께서는 진실을 말씀해 주십시오."
 "알았다<知>."


 "금강역사는 무엇 때문에 땅에 거꾸러졌을까요?"
 "힘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모를 죽인 죄는 부처님 앞에서 참회하면 되지만, 부처님과 조사를
죽이면 어디다가 참회해야 합니까?"
 "드러내라."


 "한 생각도 일으키지 않아도 허물이 됩니까?"
 "허물이 수미산만큼이다."


 "무엇이 스님의 가풍입니까?"
 "와서 알려줄 학자<讀書人>가 하나 있다."


 "제게 의심이 있습니다. 스님께선 나무라지 마십시오. 이제껏 내려
온 종승(宗乘)의 일이란 무엇입니까?"
 "3배는 거ㅐㄴ히 하느냐."

 

 "생사가 닥쳐오면 어떻게 물리칩니까?"
 "어디에 있느냐?"


 "여래께선 한 말씀만 하셨을 뿐, 두 말씀이 없으셨다 하니 무엇이
여래의 말씀입니까?"
 "저 스님<師僧>은 무엇 때문에 묻질 않느냐?"


 "어둠 속에서는 어떻게 주인을 가려냅니까?"
 "무원(務原)*엔 누가 앉아 있느냐?"
*무원(務原):<조정사원(祖庭事苑)>에는 옹원(翁源)이어야 맞다고
되어 있다. 소주(韶州)에 있는 마을인데, 그곳에 있는 영산(靈山)
꼭대기에는 마시면 장수를 누리는 샘물이 흐른다고 한다.


 "학인은 실답게 묻사오니 스님께서도 실답게 대답해 주십시오."
 "그대는 무엇을 알고 싶은가?"
 "바로 이러할 땐 어떻습니까?"
 "딱 맞혔다<的>."


 "옛 큰스님들은 무엇으로 표준<的>을 삼았습니까?"
 "혀끝을 살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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