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상당하여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말할 사람이 있느냐? 할말 있으면 나오너라."
대중이 대꾸가 없자 스님께서 주장자를 잡고 말씀하시기를, "조금 전까
지는 여기자 작은 똥구덩이더니 지금은 큰 똥구덩이구나"하고는 법좌에
서 내려왔다.
"만법이 하나로 돌아간다 하였습니다. 하나는 묻지 않겠습니다만 무엇이
만법인지요?
"네가 여기에 와서 어지러운 말로 나를 속이는구나."
"성승(聖僧)*이 무엇 때문에 호랑이에게 물렸을까요?"
*성승(聖僧):대부분 큰방과 부엌 사이에 모시는 문수상 혹은 큰방에 모시
는 교진여의 성상.
"세상 사람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하루종일 어떻게 마음을 써야만 불조를 저버리지 않겠습니까?"
"힘을 덜라."
"힘을 던다는 것은 어떤 일입니까?"
"앞의 말을 살펴서 알도록 하라."
"아무런 기미도 나타나지 않는 곳에서는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습
니까?"
"다 이해할 수 있느냐?
"일상적인 일은 어떻습니까?"
"화살은 신라로 날아가버렸는데 중국에선 분분한 이야기를 지껄이고 있
구나."
"제가 질문을 하나 하려는데 허락하시렵니까?"
"부처는 중생의 소원을 저버리지 않는다."
"어떻게 거론하고 설명해야 찾아오는 사람들을 저버리지 않을 수 있겠
습니까?"
"질문 한마디 뼈아프게 하는구나."
"모든 성인이 이루었던 공부가 다 되어 묘한 경지에 이르렀을땐 어떻게
다듬어야 합니까?"
"말 속에서 사람을 알아본다."
"3계에서 부처를 능가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그대에게 한마디 질문을 틔워 주노라."
"잎을 따고 가지를 찾는 일은 묻지 않겠습니다만 무엇이 근원을 딱 끊
어버리는 것입니까?"
"얼른 3배하라."
"자기 일도 밝히지 못했는데 어떻게 남을 지도합니까?"
"찾아오는 사람들을 피하지 않음이 옳지 않겠느냐?"
"자기 힘을 다해 찾아오면 스님께선 맞아주시겠습니까?"
"한마디 질문쯤이야 그리 나쁠 것 없지."
"한마디 질문은 우선 그만두고 스님께선 맞이해 주시겠습니까?"
"앞서 했던 말을 자세히 살펴보라."
"법신향상구(法身向上句)는 묻지 않겠습니다만 스님께서는 허공을
조금만 잡아 두십시오."
"목구멍을 움켜쥔다면 어떻게 말하겠느냐?"
"무엇이 학인 자신입니까?"
"작살 하나로 한 번 찌른다."
"바로 이것이 아닐는지요?"
"소로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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