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말 한마디를 꺼내자마자 모든 차별이 평등해지며, 미진(微塵)을 다
포함한다 해도 그것은 교화방편으로 하는 말이다. 납승의 경우라면
어떻게 해야겠는가. 불조의 뜻에 대해 헤아리면 조계(曹溪)의 한 가
닥 길이 물 속에 잠기리니, 여기서 말할 사람이 있느냐? 말할 수 있
으면 나오너라."
그때 어떤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불조를 뛰어넘는 도리입니까?"
"호떡이다."
"그것이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분명하다. 무슨 관계가 있는가?"
스님께서는 이어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알았다고 하지 말라. 다른 사람이 조사의 뜻을 말하면 그
것을 듣고는 문득 불조를 뛰어넘는 도리를 물을 것이다. 우선 무엇
을 부처라 하며 무엇을 조사라고 하길래 나아가서 불조를 뛰어넘는
도리를 말하는가?"
또한 3계를 벗어나는 일을 묻는데, 3계를 자져와 보라. 무슨 견문
각지(見聞覺知)가 그대를 가로막으며, 무슨 성색(聲色)이 그대에게
분별할 말한 것을주어 어떤 물건인지를알아내게 하는가? 그런 것
으로 차별된 견해를 삼는구나.
저 옛 성인도 어찌해 보질 못하여 몸소 나서서 중생을 위해 말씀하
시기를, '전체 그대로가 진실이며 사물마다 자체를 본다 해도 옳지
않다'고 하셨다. 그러니 내가 그대에게 말해주어 당장에 아무 일 없
어진다 해도 벌써 서로를 매몰시키는 격이다. 그대가 실로 들어갈
곳을 아직 찾지 못했다면 우선 그런 가운데에서 홀로 참구하고 자
세히 살펴라. 옷 입고 밥 먹고 오줌,똥 싸는 것 외에 더 무슨 일이
있겠는가? 까닭없이 허다한 망상을 일으켜 무엇 하려는가?
또 어떤 사람들은 부질없이 머리를 맞대고 옛사람의 말을 끄집어
내 알음알이로 기억하고 망상으로 헤아리며 '나는 불법을 깨달았노
라'고들 한다. 이들은 오로지 어지러운 말만 하며 제멋대로 시간을
보내고, 또한 자기 뜻에 맞지 않으면 의심을 하며, 모든 고을 만리길
을 다니면서 부모,스승,제자를 버리고 이런 식으로 처신한다. 썩은
나무 등걸이나 치는 이런 놈에게 무슨 죽도록 급한 행각이 있으랴."
그리고는 주장자로 갑자기 쫓아내버렸다.
"부모가 허락하지 않아서 출가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어떻게 출가
해야 합니까?"
"얕구나."
"잘 모르겠습니다."
"깊구나."
"옛부터 내려온 종문의 일에 대해 스님께서 요점을 제시해 주십시
오."
"아침엔 동남쪽을 보고 저녁엔 서북쪽을 보라."
"그렇게 이해했을 땐 어떻습니까?"
"동쪽 집에선 불을 켰는데 서쪽 집에선 어둠 속에 앉아 있구나."
"지금 이 자리의 한마디를 말씀해 주십시오."
"너에게 한 가닥 길을 틔워 주리니 나에게 한마디를 되돌려다오."
"자잘한 것을 들추지 말고 말씀해 주십시오."
"하나는 그대가 묻지 않을까 걱정이고, 둘은 그대가 들지 않을까
걱정이다. 셋은 노승이 기뻐 날뛰게 되며, 넷은 그대가 뒤로 물러
나게 되는 것이다. 빨리 말해라, 빨리 말해."
그 스님이 절을 하자 스님은 대뜸 후려쳤다.
"모든 기연이 다 없어졌을 경우라면 어떻습니까?"
"나에게 법당을 가져오면 그대에게 가르쳐 주겠다."
"그 일과 무슨 상관입니까?"
스님은 혀를 차면서 말씀하셨다.
"이런 사기꾼아."
"눈앞이 깨끗해져서 아무 것도 없을 경우는 어떻습니까?"
"열이 나는구나. 어쩌면 좋겠느냐?"
그 스님이 절하고 물러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리 오너라."
그 스님이 가까이 다가서자 스님은 갑자기 몽둥이로 치면서
말씀하셨다.
"이 사기꾼 같은 놈이 나를 속이는구나."
"무어싱 법왕의 주인입니까?"
"차수(叉手)하라."
"눈 먼 거북이가 뗏목의 구멍을 만났을 땐 어떻습니까?"
"내가 차수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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