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록(雲門錄)

2. 상당 대기 - 9

通達無我法者 2008. 3. 12. 21:39

 

 

9.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오늘 여러분에게 법어 한 칙(則)을 들려 주겠으니 귀를 기울여 듣거라."
 그리고는 한참 말씀이 없다가 어떤 스님이 나와서 절을 올리고 질문을
하려는 차에 스님은 주장자로 쫓아내면서 말씀하셨다.
 "이런 부류는 부처 종자를 없애고 길다란 선상에서 밥이나 받아 먹으며
아부하는 중일 것이니, 함께 무슨 말을 할 가치가 있으랴. 썩은 나무 등
걸이나 치는 이런 놈은 주장자로 한번 쫓아내야 한다."


 "대중이 구름같이 모여들었으니 무슨 이야기를 해야 좋겠습니까?"
 "향하(向下)*의 문장은 기니 내일 하기로 하지."
*향하(向下):향상(向上)을 종승(宗乘)의 본분사, 즉 본래면목을 깨치는
일로 정의할 때, 그 깨달음을 가지고 세상에 응하는 작용의 측면에서
하는 말이다.
 "바로 이럴 땐 어떻습니까?"
 "떨어진다."
 "어디로 떨어진다는 것입니까?"
 "길다란 선상에서 배불리 먹고 아무 쓸데없는 허망한 말을 지껄이는
구나."


 "영산회상의 법회가 오늘만이야 하겠습니까?"
 "말 속에 메아리가 있구나."


 "지금의 일은 어떻습니까?"
 "번거롭게 두 번씩 질문하지 말라."


 "이<以>자를 만들지도 못하고 팔<八>자도 아니니 이것이 무슨 글자
<字>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구구 팔십일이다."
 "잘 모르겠습니다. 스님께서 가르쳐 주십시오."
 "내가 다시 어디서 그대를 저버렸느냐?"


 "옛날부터 큰스님들은 무엇을 얻었기에 존귀하다고 일컬어져 왔습니까?"
 "묻는 것은 좋다만 대답하기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스님의 혓바닥을 빌어서 씹지는 않겠습니다."
 "다리미와 차 달이는 남비는 다르다."


 "스님께서는 납자들을 위해 말씀하셨습니다만 그래도 아직 하지 못한 말
씀이 있습니까?"
 "말로는 다할 수 없다."
 "무엇 때문에 그렇습니까?"
 "그러할 뿐이기 때문이다."


 "아주 깜깜하여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찾아왔을 때, 스님이라면 맞이
하시겠습니까?"
 스님은 뒤로 벌러덩 누워버렸다.


 "무엇이 운문산(雲門山)입니까?"
 "경봉(庚奉)에 토굴 하나를 마련했다."


 "이빨이 부딪히면 모두가 말<名言>에 떨어집니다.어떻게 해야 옛사람의
자취에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마음에 통달하면 저절로 해결된다."


 "스님의 가풍은 어떻습니까?"
 "삐쩍 말라 뼈만 앙상하다."


 "무엇이 도입니까?"
 "일곱 번 엎어지고 여덟 번 자빠지는 것이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째는 그곳으로 갈 수가 없고, 둘째는 그곳 문을 열 수가 없기 때문이
다."


 "깜깜했던 방이 밝아졌을 땐 어떻습니까?"
 "낭주(朗州)까지는 여기서 얼마나 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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