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록(雲門錄)

2. 상당 대기 - 11

通達無我法者 2008. 3. 12. 21:48

 

 

11.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시절 운세가 기울어 이제 상법(像法),말법(末法)에 들어섰다는 점을
우리는 꼭 알아야 한다. 요즈음 스님들은 문수보살을 친견한답시고
북쪽으로 가고 남악에 유람한답시고 남쪽으로 간다. 그러나 이런 식
으로 행각하는 명자비구(名字比丘)들은 부질없이 신도들의 시주만
소비할 뿐이니, 정말 씁쓸한 일이다.
 질문했다 하면 새까만 칠통 같으면서 오로지 늘 하던대로 세월을 보
내는구나. 설사 두세 사람은 있다 해도 헛되이 해박한 지식만을 챙겨
이야기나 기억한다. 그것으로 가는 곳마다 그럴듯한 말을 찾으면서
큰스님을 인가하고 뛰어난 근기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박복한
업을 짓는다. 뒷날 염라대왕이 못질을 할 때 가서 '내게 말해 준 사람
이 없었다'고 말하지 말라.
 처음 발심한 후학이라면 반드시 정신을 차려야지 부질없이 말만 기
억해서는 안된다. 아무리 많아도 헛것은 적고 참된 것만은 못하니,
앞으로 스스로를 속일 뿐 무슨 가까와질 일이 있겠느냐?"


 "저는 미혹에 빠져 있습니다. 스님께서 한 번 지도해 주십시오."
 "뭐라고?"
 "부처님이 말씀해 주신 가르침의 뜻이 무엇입니까?"
 "아직 대답이 끝나지 않았다."
 "스님께선 무어라고 대답하시렵니까?"
 "영리하다고 생각했더니..."


 "무엇이 납승의 바른 안목입니까?"
 "이리 가까이 오너라."
 그 스님이 가까이 가자 스님은 혀를 차면서 말씀하셨다.
 "가거라."
 

 "스님의 한마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섣달 스무닷새다."


 "교학의 내용은 묻지 않겠습니다. 무엇이 종문(宗門)의 일입니까?"
 "기왕 묻겠다고 왔으니 어서 3배하라."


 "소식이 끊긴 자리를 어떻게 체험해야 합니까?"
 "30년 뒤에."
 "지금은 어찌해야 합니까?"
 "법통을 어지럽히지 말라."


 "성품의 근원에도 말이 있습니까?"
 "묻지 말아라."


 "부처의 병통과 조사의 병통은 무엇으로 치료합니까?"
 "잘 살펴보면 낫는다."
 "무엇으로 치료하느냐고요?"
 "다행히도 치유될 힘이 있다."


 "백보 밖에서 버들잎을 쏘아 맞히듯 정확한 표적을 지적해 주십시오."
 "벌써 대답해 주었다."


 "말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경계를 어떻게 체득해 알아야 합니까?"
 "대중에게 얼른 3배하라."


 "기댈 곳 없는 외톨이<竛竮之子:법화경에 나오는 거지 아들의 비유>는
어떻게 가야 합니까?"
 "눈앞을 분별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어찌 존귀하지 않겠습니까?"
 "대단하다 할 것은 없지."
 "무슨 뜻입니까?"
 "무슨 뜻이냐?'


 "말<言說>을 꺼냈다 하면 여지없이 갈등(葛藤:어지러운 이론)입니다.
그렇다면 갈등이 아닌 것은 무엇입니까?"
 "그대가 질문하는 것을 분명 보고 있는 자가 있다."


 "급하게 만났으니 스님께서는 가르쳐 주십시오."
 "무엇을 말이냐?"
 "모르겠습니다. 스님께서 말씀해 주십시오."
 "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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