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룡록(黃龍錄)

균주 황벽산에서 남긴 법어[筠州黃檗山法語]

通達無我法者 2008. 3. 17. 08:56
 

 

 

 

균주 황벽산에서 남긴 법어[筠州黃檗山法語]

  1.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해는 동쪽에서 떠오르고 달은 서쪽으로 진다. 하나가 뜨면 하

나가 짐을 예로부터 지금까지 여러분들은 모두 알고 모두 보아왔

다.

  비로자나부처는 끝도 없고 한계도 없어 매일매일 천차만별로 인

연따라 자유로운데, 여러분은 무엇 때문에 보지 못하느냐?  아마

도 마음에 헤아림이 남아 있고 견해가 인과에 머물러서 성인이라

는 생각을 넘고 모든 자취를 초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념연기(一念緣起)함이 남이 아님[無生]을 안다면 해와 달이

누리를 비추듯 하고 하늘과 땅이 만물을 덮어주고 실어주듯 하겠

지만 알지 못한다면 지옥귀신이 발칵 성을 내어 그대들의 머리를

일격에 부숴놓으리라."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2.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오늘은 5월 1일, 중하(仲夏:음력5월)로 들어서는 아침이다.

여러 지사(知事:절의 관리를 맡은 여러 소임)와 수좌(首座)와 대

중은 도체(導體)가 안락하여 하루밤을 긴 선상 위에서 다리를 폈

다 오므렸다 하여 남을 개의치 않았다. 날이 밝아 일어나서는 호

떡과 대궁밥과 떡을 야금야금 씹으면서 배 부르면 쉰다.

  바로 이런 때라면 옛도 아니고 지금도 아니며 선도 생각하지 않

고 악도 생각하지 않으니 귀신도 그의 자취를 찾지 못하고 만법이

그의 짝이 되질 못하며 땅이 싣지 못하고 하늘도 덮지 못한다. 그

렇긴 하나 눈 속에는 눈동자가 있어야 하며, 살 속에는 피가 흘러

야 한다. 눈에 눈동자가 없다면 눈먼 사람과 무엇이 다르며, 살

속에 피가 흐르지 않는다면 죽은 사람과 무엇이 다르랴. 30년 뒤

에 나를 괴이하게 여기는 잘못을 범하지 말라."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3.

  상당하여 대중이 모이자마자 악! 하고 할을 한 번 하고는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아무 일도 없는데 할은 해서 무엇하겠느냐?"

  또 할을 한 번 하더니 말씀하셨다.

  "한 번 할하고 두 번 할한 뒤엔 어떠하겠느냐?"

  불자로 공중에 한 획을 긋더니 말씀하셨다.

  "백장(百丈)스님이 '귀가 먹었던 일'은 그런대로 그렇다 하겠으

나 삼성(三聖)스님의 '눈먼 나귀'는 사람을 근심하게 하는구나."

  선상을 치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4.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화장세계(華藏世界)에 끝도 없이 계속 유람하고 다니다가 연등

불(然燈佛)의 처소에 이르러선 한 법도 없다. 그러므로 무(無) 속

에도 유(有)이며 덕산스님의 몽둥이는 별똥이 튀듯 하니 유 속의

무이다. 임제스님의 할은 우뢰가 진동하듯 하며 귀 먹은 듯 벙어

리인 듯 하다. 천지를 곽 채우고 아픔과 가려움을 아는 이 몇이나

있을까.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5.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도는 닦음[修]을 빌리지 않으니 더럽히지만 않으면 될 뿐이며

선(禪)은 배움을 빌리지 않으니 마음 쉼[息心]을 중히 여긴다. 마

음이 쉬었기 때문에 마음마다 생각이 없고 닦지 않기 때문에 걸음

마다 도량이다. 생각이 없으면 벗어날 3계도 없고 닦지 않으면 구

해야 할 보리도 없다. 벗어날 것도 구할 것도 없다는 것은 오히려

교종[敎乘]에서 하는 말이니, 납승이라면 어떻게 해야겠느냐?"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머리 없는 보살은 부질없고 합장하고 다리 없는 금강역사는 아

무렇게나 주먹을 폈다 쥐는구나[菩薩無頭空合掌 金剛無脚 張拳]."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6.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나는 어떤 때는 큰 길로 가고 어떤 때에는 잡초 속으로 달린

다. 그대들 납자여! 날카로운 송곳 끝을 보지 말지니, 뚫어야할

귀퉁이를 잃어버린다. 듣지도 못했더냐. 옛날에 말하기를, '열어

놓고 막지를 못하면 도적을 불러다가 집을 파산 시키며, 끊어야

하는데 끊지 않으면 도리어 그 난리를 만난다'라고 했던 말을."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7.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바다에 들어가 모래를 헤아림은 부질없이 힘만 허비하는 일이

고 벽돌을 갈아 거울을 만듦은 쓸데없는 헛공부이다. 보지도 못하

였느냐. 높고 높은 산 위의 구름은 스스로 걷히고 스스로 퍼지는

데 무슨 가깝고 멀고가 있으며, 깊고 깊은 산 골 물은 굽은 길 곧

은 길 만나는대로 흘러가면서 여기저기 가리지 않음을.

  중생이 매일 작용함은 구름같고 물같으니 구름과 물도 그러한데

사람만 그렇지 않구나. 그러함을 체득했다면 3계 윤회가 어느 곳

에서 일어나겠느냐."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8.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금란가사(金 袈裟)가 전해지고 나서도 아난은 오히려 의심을

품었고 찰간(刹竿)대를 거꾸러뜨리지 않아서 가섭이 수고를 면치

못하였다.

  여러 스님들이여! 말해 보라. 어떤 찰간대를 거꾸러뜨렸는지

를. 초학자든 만학이든 모두 헤아리지 못함은 평소에 총림에 오랫

동안 있으면서 열이면 열, 모두가 흐리멍텅해서이니 성인의 시대

와 간격이 멀어 사람들에게 게으름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9.

  고을에 가느라고 절에서 나갔다가 되돌아와서 상당하더니 말씀

하셨다.

  "흐르는 물이 산에서 내려감은 그리움이 있어서가 아니며, 조각

구름이 동구로 되돌아오나 본래 무심하다. 대나뭇집·띳집은 누가

주인일까. 달 밝은 밤중에 늙은 원숭이가읊조리는구나."

  선상을 치더니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아난이 가섭에게 묻되 "세존께서 금란가사를 전해주신 이외에 무슨 법을 전해주

셨습니까?" 하니 가섭이 아난을 불렀다. 아난이 대답하니 가섭이 "문밖에 서있는

깃대[刹竿]를 쓰러뜨리라" 하였다.

  10.

  설날 아침에 상당하자 한 스님이 여쭈었다.

  "묵은 해는 이미 갔고 새해가 찾아왔습니다. 이 두 길을 지나지

않는 길을 스님께서는 지적해 보여 주십시오."

  "동방(東方)은 갑을목(甲乙木)이다."

  "인간과 천상이 귀를 쯩긋하고 오로지 흘러 통하는[流通]소리를

들을 뿐입니다."

  "흘러 통하는 일은 어떠한데?"

  "흐르는 물을 만나지 못한다면 어찌 다른 산으로 지날 수 있겠

습니까?"

  "30년 뒤에 잘 헤아려 보라."

  그리고는 스님께서 이 이야기를 하셨다.

  한 스님이 경청(鏡淸)스님에게 물었다.

  "신년 벽두에도 불법이 있습니까?"

  "있지"

  "어떤 것이 신년 벽두의 불법인지요?"

  "초하룻날 아침에 복을 여니 만물 모두가 새롭다."

  "스님의 답변에 감사드립니다."

  "노승이 오늘은 손해를 보았구나."

  다시 그 스님이 명교(明敎)스님에게 물었다.

  "신년에도 불법이 있습니까?"

  "없다."

  "해마다 좋은 해이고 나날이 좋은 날인데 무엇 때문에 없다 하

시는지요?"

  "장공(張公)이 술을 마셨는데 이공(李公)이 술에 취한다."

  "원, 무슨 말씀을, 용두사미로군요."

  "노승이 오늘은 손해를 보았다."

  이에 대해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경청스님이 손해본 것은 묻질 않겠다. 그대 납자들이여! 무엇

이 명교스님이 손해본 곳이더냐? 가려낼 사람이 있다면 문수의 머

리는 하얗고 보현의 머리는 까맣겠지만, 가려내지 못한다면 오늘

은 내가 손해를 보리라."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11.

  늑담( 潭)스님이 편지를 보내오자 그 일로 상당하여 이런 말씀

을 하셨다.

  "5조 사계(五祖思戒)스님이 지문(智門)스님이 편지를 가지고 덕

산(德山)스님에게 도착하였더니 원명(圓明)스님이 편지를 받고는

물었다.

  '이것은 지문(智門)스님의 것이니 어느 것이 바로 심부름꾼의

것이냐?'

  오조스님은 곧장 올라가 덕산스님을 보면서 말하였다.

  '앞 사람을 보려 한다면 우선 심부름꾼을 관찰하십시오.'"

  그리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옛사람은 산 너머로 연기만 보아도 바로 불이라는 것을 알았다

는데 나는 그에 비해 얼마나 다행인가. 늑담스님께서 영광스런 편

지를 멀리 보내와 내 마음을 자상하게 위로해 주시니 실로 부끄러

운 마음으로 받는다. 더구나 스님께서는 바다같은 학문에 훤히 밝

고 고금에 박식하게 통달한 사람이 아닌가. 하늘의 일월을 높이

떠받들고 사람을 가르치는데 게으름이 없었다 할 만하다. 나는 또

무슨 지푸라기같은 사람이기에 이같은 은덕을 입는가."

  불자로 선상을 치고는 내려오셨다.]

  12.

  성절(聖節)에 상당하더니 말씀하셨다.

  "오늘은 영광스럽게도 우리 황제가 탄생하신 날이니 온 누리가

모두 축하하고 온 나라에서 공경히 받듭니다. 요임금같은 천명(天

命)과 순임금같은 덕은 일월과 똑같이 밝고, 금과 옥같은 자손은

산같이 바다같이 영원히 견고하소서.

  만국을 가엾게 여기는 은혜를 베푸시고 다른 나라까지도 은택을

내리소서. 감옥에는 오래 갇혀 있는 죄수가 없게 하고 전쟁하는

말은 소와 양과 함께 골짜기에 놀게 하소서. 문덕(文德)을 닦으시

고 무덕(武德)을 쉬어 전쟁을 그만두게 하시니 만민은 우물을 파

서 물 마시고 백성은 스스로 농사 지어 밥을 먹으며 집안과 나라

는 편안하고 제대로 되지 않는 일이 없게 하소서."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13.

  눈이 내리자 상당하더니 말씀하셨다.

  "눈은 송이송이 다르지 않고 어지럽게 흩날리며 시절에 응하는

구나. 알쏭달쏭한 선문답도 모르는데 말뚝을 지키며 토끼 기다리

는 이야기를 누구에게 들려주랴."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14.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3현3요(三玄三要)와 5위군신(五位君臣)과 4종장봉(四種藏鋒)*

과 8방주옥(八方珠玉)을 30년 전에는 다투어 구하느라 저마다 날

카로운 기량[機鋒]을 드러냈었다. 그러나 지금은 태평스러워져 소

박순수함으로 되돌아가 사람마다 다 가지고 있다.

  산도 푸르고 물도 푸른데 흰 구름 깊은 곳이로다. 3의(三儀)와

한 벌 누더기뿐, 만사에 생각 없는데 무얼 염려하랴."

  선상을 치더니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15.

  영가대사(永嘉大師)는 말하였다.

  "강과 바다에 다니고 산과 개울을 건너 스승을 찾고 도를 묻는

것으로 참선이라 하다가 조계의 길[曹溪路]을 알고부터는 생사가

나를 어찌하지 못함을 분명히 알았다네."

  스님께서 상당하여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말씀하셨다.

  "여러 스님들이여! 어느 것이 돌아다닌 산천이며, 어느 것이

*4종장봉:경.율.론 3장에 잡장(雜藏)이나 주장(呪藏)을 더한 것.

찾아다닌 스승이며, 어느 것이 참구할 선이며, 어느 것이 물을 도

이더냐?

  회남(淮南)과 양절(兩浙:절강을 중심으로 위 아래 고을)과 여산

과 남악에서 운문과 임제가 스승을 구하고 도를 물었고 동산(洞

山)과 법안(法眼)이 참선을 하였으니 이는 밖으로 치달려 구하는

것으로서 외도(外道)라 한다. 비로자나 자성으로서 바다를 삼고

반야 적멸의 지혜[智]로서 선을 삼는다면 안에서 구함[內求]이라

하겠지만, 밖에서 구한다면 그대를 ㅉ아낼 것이며, 5온(五蘊) 안

에 안주하여 구하면 그대를 속박하리라. 그러므로 선(禪)이란 안

도 아니며 밖도 아니며 있음도 아니며 없음도 아니며 실제도 아니

고 허망도 아니다. 듣지도 못했느냐?  '안으로 보고 밖으로 봄이

모두 잘못이며 부처의 도와 마군의 도가 모두 악이다'라고 했던

말을.

    별안간 이렇게 되어버림이여

    달에 서산에 지는구나

    자꾸만 소리와 모습[聲色]을 찾음이여

    이름과 모습이 어디에 있는가.

    瞥然與?去兮  月落西山

    更尋聲色兮  何處名邈

  불자로 선상을 치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균주 황벽산에서 남긴 법어[筠州黃檗山法語]

  1.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해는 동쪽에서 떠오르고 달은 서쪽으로 진다. 하나가 뜨면 하

나가 짐을 예로부터 지금까지 여러분들은 모두 알고 모두 보아왔

다.

  비로자나부처는 끝도 없고 한계도 없어 매일매일 천차만별로 인

연따라 자유로운데, 여러분은 무엇 때문에 보지 못하느냐?  아마

도 마음에 헤아림이 남아 있고 견해가 인과에 머물러서 성인이라

는 생각을 넘고 모든 자취를 초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념연기(一念緣起)함이 남이 아님[無生]을 안다면 해와 달이

누리를 비추듯 하고 하늘과 땅이 만물을 덮어주고 실어주듯 하겠

지만 알지 못한다면 지옥귀신이 발칵 성을 내어 그대들의 머리를

일격에 부숴놓으리라."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2.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오늘은 5월 1일, 중하(仲夏:음력5월)로 들어서는 아침이다.

여러 지사(知事:절의 관리를 맡은 여러 소임)와 수좌(首座)와 대

중은 도체(導體)가 안락하여 하루밤을 긴 선상 위에서 다리를 폈

다 오므렸다 하여 남을 개의치 않았다. 날이 밝아 일어나서는 호

떡과 대궁밥과 떡을 야금야금 씹으면서 배 부르면 쉰다.

  바로 이런 때라면 옛도 아니고 지금도 아니며 선도 생각하지 않

고 악도 생각하지 않으니 귀신도 그의 자취를 찾지 못하고 만법이

그의 짝이 되질 못하며 땅이 싣지 못하고 하늘도 덮지 못한다. 그

렇긴 하나 눈 속에는 눈동자가 있어야 하며, 살 속에는 피가 흘러

야 한다. 눈에 눈동자가 없다면 눈먼 사람과 무엇이 다르며, 살

속에 피가 흐르지 않는다면 죽은 사람과 무엇이 다르랴. 30년 뒤

에 나를 괴이하게 여기는 잘못을 범하지 말라."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3.

  상당하여 대중이 모이자마자 악! 하고 할을 한 번 하고는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아무 일도 없는데 할은 해서 무엇하겠느냐?"

  또 할을 한 번 하더니 말씀하셨다.

  "한 번 할하고 두 번 할한 뒤엔 어떠하겠느냐?"

  불자로 공중에 한 획을 긋더니 말씀하셨다.

  "백장(百丈)스님이 '귀가 먹었던 일'은 그런대로 그렇다 하겠으

나 삼성(三聖)스님의 '눈먼 나귀'는 사람을 근심하게 하는구나."

  선상을 치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4.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화장세계(華藏世界)에 끝도 없이 계속 유람하고 다니다가 연등

불(然燈佛)의 처소에 이르러선 한 법도 없다. 그러므로 무(無) 속

에도 유(有)이며 덕산스님의 몽둥이는 별똥이 튀듯 하니 유 속의

무이다. 임제스님의 할은 우뢰가 진동하듯 하며 귀 먹은 듯 벙어

리인 듯 하다. 천지를 곽 채우고 아픔과 가려움을 아는 이 몇이나

있을까.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5.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도는 닦음[修]을 빌리지 않으니 더럽히지만 않으면 될 뿐이며

선(禪)은 배움을 빌리지 않으니 마음 쉼[息心]을 중히 여긴다. 마

음이 쉬었기 때문에 마음마다 생각이 없고 닦지 않기 때문에 걸음

마다 도량이다. 생각이 없으면 벗어날 3계도 없고 닦지 않으면 구

해야 할 보리도 없다. 벗어날 것도 구할 것도 없다는 것은 오히려

교종[敎乘]에서 하는 말이니, 납승이라면 어떻게 해야겠느냐?"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씀하셨다.

  "머리 없는 보살은 부질없고 합장하고 다리 없는 금강역사는 아

무렇게나 주먹을 폈다 쥐는구나[菩薩無頭空合掌 金剛無脚 張拳]."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6.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나는 어떤 때는 큰 길로 가고 어떤 때에는 잡초 속으로 달린

다. 그대들 납자여! 날카로운 송곳 끝을 보지 말지니, 뚫어야할

귀퉁이를 잃어버린다. 듣지도 못했더냐. 옛날에 말하기를, '열어

놓고 막지를 못하면 도적을 불러다가 집을 파산 시키며, 끊어야

하는데 끊지 않으면 도리어 그 난리를 만난다'라고 했던 말을."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7.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바다에 들어가 모래를 헤아림은 부질없이 힘만 허비하는 일이

고 벽돌을 갈아 거울을 만듦은 쓸데없는 헛공부이다. 보지도 못하

였느냐. 높고 높은 산 위의 구름은 스스로 걷히고 스스로 퍼지는

데 무슨 가깝고 멀고가 있으며, 깊고 깊은 산 골 물은 굽은 길 곧

은 길 만나는대로 흘러가면서 여기저기 가리지 않음을.

  중생이 매일 작용함은 구름같고 물같으니 구름과 물도 그러한데

사람만 그렇지 않구나. 그러함을 체득했다면 3계 윤회가 어느 곳

에서 일어나겠느냐."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8.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금란가사(金 袈裟)가 전해지고 나서도 아난은 오히려 의심을

품었고 찰간(刹竿)대를 거꾸러뜨리지 않아서 가섭이 수고를 면치

못하였다.

  여러 스님들이여! 말해 보라. 어떤 찰간대를 거꾸러뜨렸는지

를. 초학자든 만학이든 모두 헤아리지 못함은 평소에 총림에 오랫

동안 있으면서 열이면 열, 모두가 흐리멍텅해서이니 성인의 시대

와 간격이 멀어 사람들에게 게으름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9.

  고을에 가느라고 절에서 나갔다가 되돌아와서 상당하더니 말씀

하셨다.

  "흐르는 물이 산에서 내려감은 그리움이 있어서가 아니며, 조각

구름이 동구로 되돌아오나 본래 무심하다. 대나뭇집·띳집은 누가

주인일까. 달 밝은 밤중에 늙은 원숭이가읊조리는구나."

  선상을 치더니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아난이 가섭에게 묻되 "세존께서 금란가사를 전해주신 이외에 무슨 법을 전해주

셨습니까?" 하니 가섭이 아난을 불렀다. 아난이 대답하니 가섭이 "문밖에 서있는

깃대[刹竿]를 쓰러뜨리라" 하였다.

  10.

  설날 아침에 상당하자 한 스님이 여쭈었다.

  "묵은 해는 이미 갔고 새해가 찾아왔습니다. 이 두 길을 지나지

않는 길을 스님께서는 지적해 보여 주십시오."

  "동방(東方)은 갑을목(甲乙木)이다."

  "인간과 천상이 귀를 쯩긋하고 오로지 흘러 통하는[流通]소리를

들을 뿐입니다."

  "흘러 통하는 일은 어떠한데?"

  "흐르는 물을 만나지 못한다면 어찌 다른 산으로 지날 수 있겠

습니까?"

  "30년 뒤에 잘 헤아려 보라."

  그리고는 스님께서 이 이야기를 하셨다.

  한 스님이 경청(鏡淸)스님에게 물었다.

  "신년 벽두에도 불법이 있습니까?"

  "있지"

  "어떤 것이 신년 벽두의 불법인지요?"

  "초하룻날 아침에 복을 여니 만물 모두가 새롭다."

  "스님의 답변에 감사드립니다."

  "노승이 오늘은 손해를 보았구나."

  다시 그 스님이 명교(明敎)스님에게 물었다.

  "신년에도 불법이 있습니까?"

  "없다."

  "해마다 좋은 해이고 나날이 좋은 날인데 무엇 때문에 없다 하

시는지요?"

  "장공(張公)이 술을 마셨는데 이공(李公)이 술에 취한다."

  "원, 무슨 말씀을, 용두사미로군요."

  "노승이 오늘은 손해를 보았다."

  이에 대해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경청스님이 손해본 것은 묻질 않겠다. 그대 납자들이여! 무엇

이 명교스님이 손해본 곳이더냐? 가려낼 사람이 있다면 문수의 머

리는 하얗고 보현의 머리는 까맣겠지만, 가려내지 못한다면 오늘

은 내가 손해를 보리라."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11.

  늑담( 潭)스님이 편지를 보내오자 그 일로 상당하여 이런 말씀

을 하셨다.

  "5조 사계(五祖思戒)스님이 지문(智門)스님이 편지를 가지고 덕

산(德山)스님에게 도착하였더니 원명(圓明)스님이 편지를 받고는

물었다.

  '이것은 지문(智門)스님의 것이니 어느 것이 바로 심부름꾼의

것이냐?'

  오조스님은 곧장 올라가 덕산스님을 보면서 말하였다.

  '앞 사람을 보려 한다면 우선 심부름꾼을 관찰하십시오.'"

  그리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옛사람은 산 너머로 연기만 보아도 바로 불이라는 것을 알았다

는데 나는 그에 비해 얼마나 다행인가. 늑담스님께서 영광스런 편

지를 멀리 보내와 내 마음을 자상하게 위로해 주시니 실로 부끄러

운 마음으로 받는다. 더구나 스님께서는 바다같은 학문에 훤히 밝

고 고금에 박식하게 통달한 사람이 아닌가. 하늘의 일월을 높이

떠받들고 사람을 가르치는데 게으름이 없었다 할 만하다. 나는 또

무슨 지푸라기같은 사람이기에 이같은 은덕을 입는가."

  불자로 선상을 치고는 내려오셨다.]

  12.

  성절(聖節)에 상당하더니 말씀하셨다.

  "오늘은 영광스럽게도 우리 황제가 탄생하신 날이니 온 누리가

모두 축하하고 온 나라에서 공경히 받듭니다. 요임금같은 천명(天

命)과 순임금같은 덕은 일월과 똑같이 밝고, 금과 옥같은 자손은

산같이 바다같이 영원히 견고하소서.

  만국을 가엾게 여기는 은혜를 베푸시고 다른 나라까지도 은택을

내리소서. 감옥에는 오래 갇혀 있는 죄수가 없게 하고 전쟁하는

말은 소와 양과 함께 골짜기에 놀게 하소서. 문덕(文德)을 닦으시

고 무덕(武德)을 쉬어 전쟁을 그만두게 하시니 만민은 우물을 파

서 물 마시고 백성은 스스로 농사 지어 밥을 먹으며 집안과 나라

는 편안하고 제대로 되지 않는 일이 없게 하소서."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13.

  눈이 내리자 상당하더니 말씀하셨다.

  "눈은 송이송이 다르지 않고 어지럽게 흩날리며 시절에 응하는

구나. 알쏭달쏭한 선문답도 모르는데 말뚝을 지키며 토끼 기다리

는 이야기를 누구에게 들려주랴."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14.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3현3요(三玄三要)와 5위군신(五位君臣)과 4종장봉(四種藏鋒)*

과 8방주옥(八方珠玉)을 30년 전에는 다투어 구하느라 저마다 날

카로운 기량[機鋒]을 드러냈었다. 그러나 지금은 태평스러워져 소

박순수함으로 되돌아가 사람마다 다 가지고 있다.

  산도 푸르고 물도 푸른데 흰 구름 깊은 곳이로다. 3의(三儀)와

한 벌 누더기뿐, 만사에 생각 없는데 무얼 염려하랴."

  선상을 치더니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15.

  영가대사(永嘉大師)는 말하였다.

  "강과 바다에 다니고 산과 개울을 건너 스승을 찾고 도를 묻는

것으로 참선이라 하다가 조계의 길[曹溪路]을 알고부터는 생사가

나를 어찌하지 못함을 분명히 알았다네."

  스님께서 상당하여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말씀하셨다.

  "여러 스님들이여! 어느 것이 돌아다닌 산천이며, 어느 것이

*4종장봉:경.율.론 3장에 잡장(雜藏)이나 주장(呪藏)을 더한 것.

찾아다닌 스승이며, 어느 것이 참구할 선이며, 어느 것이 물을 도

이더냐?

  회남(淮南)과 양절(兩浙:절강을 중심으로 위 아래 고을)과 여산

과 남악에서 운문과 임제가 스승을 구하고 도를 물었고 동산(洞

山)과 법안(法眼)이 참선을 하였으니 이는 밖으로 치달려 구하는

것으로서 외도(外道)라 한다. 비로자나 자성으로서 바다를 삼고

반야 적멸의 지혜[智]로서 선을 삼는다면 안에서 구함[內求]이라

하겠지만, 밖에서 구한다면 그대를 ㅉ아낼 것이며, 5온(五蘊) 안

에 안주하여 구하면 그대를 속박하리라. 그러므로 선(禪)이란 안

도 아니며 밖도 아니며 있음도 아니며 없음도 아니며 실제도 아니

고 허망도 아니다. 듣지도 못했느냐?  '안으로 보고 밖으로 봄이

모두 잘못이며 부처의 도와 마군의 도가 모두 악이다'라고 했던

말을.

    별안간 이렇게 되어버림이여

    달에 서산에 지는구나

    자꾸만 소리와 모습[聲色]을 찾음이여

    이름과 모습이 어디에 있는가.

    瞥然與?去兮  月落西山

    更尋聲色兮  何處名邈

  불자로 선상을 치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