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문경훈(緇門警訓)

양고승칭법주유계소사 梁高僧偁法主遺誡小師

通達無我法者 2008. 3. 17. 14:58
 

 

 

양고승칭법주유계소사 梁高僧偁法主遺誡小師[1]

 

塵世匪堅, 浮生不久. 我光陰以謝, 汝齒髮[2]漸高, 無以世利下其身, 無以虛名苟其利. 莫輕仁賤義, 莫嫉善妬才,[3] 莫抑遏無辜, 莫沈埋有德. 莫疎慵人事, 莫懶惰焚修, 莫耽湎睡眠,[4] 莫强知他事. 莫空腹高心, 莫營私利己, 莫恃强欺弱, 莫利己損他. 無以長而慢後生, 無以少而欺老宿, 無以財華下視物, 無以意氣高揖人.[5] 無以不善苦相親, 無以善而却憎惡, 無以片能稱我是, 無以少解道他非. 無以在客慢主人, 無以爲主輕旅客, 無以在事失綱紀,[6] 無以亻幻衆[7]破條章, 無以誹謗怪他人, 無以穿鑿覓他過. 好向佛法中用意, 多於塵境上除情. 袈裟下失却人身, 實爲苦也, 捺落裡受諸異報, 可謂屈焉.[8] 况端拱無爲, 安閑不役, 徐行金地, 高坐華堂, 足不履泥, 手不彈水, 身上衣而口中食, 豈易消乎? 圓却頂而方却袍, 爲何事也? 其或剛柔得所,[9] 進退含容,[10] 堪行卽行,[11] 可止須止,[12] 無貪眼下, 數省時中, 一點相當, 萬金消得. 予以千叮萬囑, 苦口甘言,[13] 依予言者, 來世相逢, 若不依予言者, 擬向何處出頭! 珍重珍重.

티끌 세상은 견고한 것이 아니며 구름 같은 삶은 오래가지 않는다. 나는 세월 따라 물러가고 너희는 나이가 점차 높아지니, 세상의 이익 때문에 그 몸을 낮추는 일이 없어야 하고 헛된 이름 때문에 그 이익을 구차하게 구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어진 이를 가벼이 여기거나 의로운 이를 천하게 여기지 말며, 착한 이를 시기하거나 재주 있는 이를 질투하지 말며, 무고한 사람을 물리치거나 억누르지 말며, 덕 있는 사람을 매장하지 말라. 사람과의 일에 성글거나 게으르지 말며, 향을 사르고 수행하는 일에 게으르지 말며, 잠에 지나치게 빠지지 말며, 남의 일을 굳이 알려고 하지 말라. 빈배에 마음만 높이 가지지 말며, 사사로움을 도모함으로써 자신을 이익 되게 하지 말며, 강한 것을 믿고서 약한 것을 기만하지 말며, 자신을 이롭게 하고자 하여 남에게 손해를 입히지 말라.

어른이라 하여 후생들을 업신여김이 없어야 하며, 젊었다 하여 나이 많은 이들을 기만함이 없어야 하며, 재물과 영화가 있다 하여 남을 깔봄이 없어야 하며, 의기가 있다 하여 남에게 거만하게 읍(揖)함이 없어야 한다. 착하지 못한 몸으로 애써 상대와 친하고자 하는 일이 없어야 하며, 착하고자 하여 도리어 악한 이를 미워하여 물리치는 일이 없어야 하며, 조그만 능력으로써 내가 옳다고 일컫는 일이 없어야 하며, 조그만 견해로써 다른 이의 그릇됨을 말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손님으로 있으면 주인에게 거만히 구는 일이 없어야 하며, 주인이 되어서는 손님을 업신여기는 일이 없어야 하며, 일을 함에 있어서는 기강을 잃는 일이 없어야 하며, 대중을 어김으로써 조장條章을 깨뜨리는 일이 없어야 하며, 비방함으로써 남을 의심스럽게 만드는 일이 없어야 하며, 억지를 부림으로써 남의 허물을 들춰내는 일이 없어야 한다. 슬기롭게 불법佛法을 향해 가는 가운데 마음을 쓸 것이며 티끌의 경계 위에서 자주 세속의 정情을 제거하라.

가사袈裟 아래에서 사람의 몸을 잃는 것은 실로 고통이 될 것이며 지옥 안에서 온갖 기이한 과보를 받는 것은 가히 굴욕이라 일컬을 것이다. 하물며 단정히 팔짱을 끼고서 하는 일도 없이 편안하고 한가로이 노역도 하지 않은 채 절간을 서서히 노닐며 화려한 법당에 높이 앉아서, 다리로는 진흙을 밟지 않고 손으로는 물을 퉁기지 않으니 몸에 걸친 옷이며 입에 넣은 음식을 어찌 쉽사리 소화해 내겠는가. 정수리를 둥글게 하고 소매를 모나게 한 것은 무엇을 위함인가? 그 가운데 혹 강하고 부드러움이 언제나 그 마땅한 바를 얻어서 나아가고 물러섬에 넉넉함을 감싸안아 감히 행할 만한 것은 곧 행하고 가히 그칠 것은 모름지기 그치며 눈앞의 것을 탐하는 일이 없이 그런 가운데 자주 살펴보아 한 점이 서로 마주치면 황금 만냥이라도 녹여 낼 것이다.

내가 1천 번을 부탁하고 1만 번을 당부하며 쓰디쓴 입으로 달디달게 말하나니 나의 말에 의지하는 자는 내세에 서로 만날 것이지만 만약 나의 말에 의지하지 않는 자는 어느 곳을 향하여 머리를 내밀려 하는가? 진중하고 진중할 것이로다.

【1】偁稱同. 受具而未滿十歲, 猶稱小師.

【2】年臘也.

【3】害賢曰嫉, 忌才曰妬. 又徇自名利, 不耐他榮曰嫉妬.

【4】睡眠之魔, 雖氷床雪被, 不覺中來, 令人無力, 况厚敷茵席, 伸脚大臥, 則安能却之. 所以熟眠沈溺, 猶如死人, 不知夜之旦‧日之暮, 何暇攝心做工乎? 故, 戒莫沈湎耳. 况有五過: 一, 多有惡夢; 二, 諸天不護; 三, 心不入法; 四, 不思明相; 五, 喜出精. 湎音勉.

【5】長揖者, 擧兩手而揖, 高揖者, 但擧一手而揖, 謂倨傲也.

【6】綱張也, 紀理也. 大綱小紀, 所以張理上下, 整齊衆僧也.

【7】亻幻拗同, 音了, 固相違也.

【8】捺落, 具云捺落迦, 此翻不可量, 又云極苦處, 苦具在地之下故, 稱地獄也. 異報者, 異之言多也, 受種種諸苦報也.

【9】《素書》云: 「剛有所施, 柔有所設.」 註云: 不妄設也, 如處女, 柔有所設也, 如脫兎, 剛有所施也.

【10】含容謂包函也, 進退行止, 可以寬裕, 少無刻急也.

【11】進也.

【12】退也.

【13】言之悅於耳者曰甘言.

【1】偁은 稱과 같다. 구족계를 받았으나 10세 미만이면 小師라 일컫는다.

【2】연랍이다.

【3】어진 이를 해코지하는 것을 嫉이라 하고 재주 있는 이를 시기하는 것을 妬라 한다. 스스로는 명리를 드러내 자랑하면서 다른 사람의 영예로움은 참지 못하는 것을 嫉妬라 한다.

【4】睡眠이라는 마구니는 비록 얼음침상에 눈 이불을 덮고 있다 하더라도 느끼지도 못하는 사이에 와서 사람을 무력하게 만들거늘, 하물며 자리를 두텁게 깔고서 다리를 펴고 널찍하게 누워 있으면서 어찌 능히 물리치겠는가. 그러한 까닭에 숙면에 깊이 빠져 있음은 흡사 죽은 사람과도 같이 밤이 새는 줄도 모르고 날이 밝는 줄도 모르는데 어느 겨를에 마음을 수습하고 일을 해내겠는가. 그러므로 [잠에] 깊이 빠져들지 말라고 경계한 것이다. 항차 [과도한 수면에] 다섯 가지 허물이 있으니, 첫째는 악몽이 많음이요, 둘째는 모든 천신이 보호하지 않음이요, 셋째는 마음이 법에 들어가지 못함이요, 넷째는 밝은 相을 생각하지 못함이요, 다섯째는 精을 내기 좋아함이다. 湎의 음은 면(勉)이다.

【5】長揖이란 두 손을 들어 읍하는 것이요, 高揖이란 단지 한 손을 들어 읍하는 것으로서 거만함을 일컫는다.

【6】綱은 펼친다는 것이요 紀는 다스린다는 것이다. 大綱小紀는 그것으로써 위아래를 펼쳐 다스리고 대중 스님들을 가지런히 하는 바이다.

【7】亻幻는 拗와 같으며 음은 료(了)이니, 서로 어긋남을 고집하는 것이다.

【8】나락은 갖추어 말하면 ‘나락가’로서 이곳 말로 번역하면 ‘헤아릴 수 없음’ 또는 ‘지극히 고통스러운 곳’인데, 고통은 모두 땅 밑에 있는 까닭에 지옥이라 일컫는다. 異報란 異가 종류별로 많음을 말하니 각종의 모든 괴로운 과보를 받는다는 것이다.

【9】《소서》에 이르기를 「굳셈도 베풀어주는 바가 있고 부드러움도 베풀어주는 바가 있다」 하고는 주석에서 허망하게 베풀지는 않음이라 하였으니, 마치 처녀는 그 부드러움으로 베푸는 바가 있고 그물을 빠져 도망하는 토끼는 굳셈으로 베푸는 바가 있음과 같은 것이다.

【10】含容은 포함하여 감싸고 있음을 일컬으니, 나아가고 물러서며 행하고 그침에 있어서 관대하고 너그러울 수 있으므로 조금도 각박하거나 성급함이 없음이다.

【11】나아감이다.

【12】물러섬이다.

【13】말하여 귀를 즐겁게 하는 것을 甘言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