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화선사답전 장로법사서 應庵華禪師答詮[1]長老法嗣書[2]
老僧自幼出家, 正因也; 方袍圓頂, 正因也; 念生死未明, 撥草瞻風, 親近眞善知識亦正因也. 至於出世領衆, 今三十餘年, 未嘗毫髮厚己也; 方丈之務, 未嘗少怠也; 晝夜精勤, 未嘗敢懈也; 念衆之心, 未嘗斯須忘也;[3] 護惜常住之念, 未嘗敢私也. 行解雖未及古人, 隨自力量行之, 亦不負愧也. 痛心佛祖慧命懸危, 甚於割身肉也; 念報佛祖深恩, 寢息不遑安處也; 念方來衲子心地未明, 不啻倒懸也; 雖未能盡古人之萬一, 然此心不欺也. 長老隨侍吾三四載, 凜然卓卓, 可喜. 去年夏末, 命悅衆, 是吾知長老也. 吾謝鍾山寓宣城.昭亭, 未幾赴姑蘇.光孝, 方兩月, 長老受鳳山之請, 道由姑蘇, 首來相見, 道義不忘, 其如此也. 別後, 杳不聞耗,[4] 正思念間, 懷淨上人來,[5] 承書並信物, 方知入院之初, 開堂[6]爲吾燒香, 乃知不負之心昭廓也. 今旣爲人天眼目, 與前來事體不同也. 果能如吾自幼出家, 爲僧行脚, 親近眞善知識, 以至出世住持, 其正因行藏, 如此行之, 則吾不妄付授也. 又何患宗門寂寥哉! 至祝! 無以表信, 付拂子一枝‧法衣一領, 幸收之.
紹興壬午七月初七日, 住平江府.光孝.應庵老僧曇華書復.
이 늙은 승려가 어려서 출가한 것은 바른 인연이고, 네모진 소매에 둥근 정수리를 한 것도 바른 인연이며, 삶과 죽음의 문제를 아직 밝히지 못했음을 염려하여 풀밭을 헤치고 바람을 쳐다보며 참된 선지식을 가까이하는 것 역시 바른 인연이다.
대중 앞에 발탁되어 대중을 이끌어 온 지 이제 삼십 여 년이 되었으나 털끝만큼도 자신의 몸을 후하게 하지 않았고 방장의 임무를 조금도 태만하지 않았으며, 밤낮으로 정근함에 감히 게으르지 않았고 대중의 마음을 생각함에 잠깐 동안도 잊어 본 적이 없으며 상주물은 보호하고 아끼는 마음에서 감히 사사로이 하지 않았다. 수행과 견해가 비록 옛 사람에게는 미치지 못하나 스스로의 역량에 따라 행하여 온지라 또한 부끄럽지 않도다. 부처님과 조사님들의 혜명慧命이 위태로운 지경임을 마음 아프게 여기기를 육신의 살을 베어 내는 것 보다 심하게 여겼으며, 부처님과 조사님들의 깊은 은혜에 보답하고자는 마음에 잠자거나 쉴 때도 한가로이 편안한 처소에 머무르지 못했으며, 사방에서 몰려드는 납자衲子들의 심지를 밝혀주지 못함을 생각함에 거꾸로 매달린 것 같이 여겼을 뿐만이 아니었으니, 비록 옛 사람들의 만분지일萬分之一도 능히 다하지 못하였지만 그러나 이 마음은 속이지 않았다.
장로가 나를 따르며 시중 든 지 서너해 되었는데 늠름하고도 탁월하여 매우 기뻤다. 지난 해 여름이 끝날 무렵 열중悅衆에 임명하니 이는 내가 장로를 잘 알기 때문이다. 내가 종산을 떠나와 선성의 소정에 머물다가 얼마지 않아 고소의 광효에 부임하였더니 바야흐로 두 달 만에 장로가 봉산의 부탁을 받고 도중에 고소를 경유하며 먼저 찾아와 서로 보았으니, 도의를 잊지 않음이 이와 같았다. 헤어진 후 묘연하여 소식을 듣지 못하다가 마침 생각하고 있던 중에 회정상인이 와서 서신과 신물을 받들어 전하기에 그제서야 사원에 들어가던 초에 법당을 열어 나를 위해 향을 사루었음을 알았으니, 이로서 저버리지 않는 마음이 밝고도 넓음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이미 인천人天의 동량이 되었으니 예전과는 일의 형편이 같지 않을 것이다. 과연 내가 어려서 출가하여 승려가 되어 운수행각하며 참된 선지식을 가까이하고 대중 앞에 발탁되어 주지하기에 이르기까지의 그 바른 인연인 행장行藏과도 같이 이처럼 행하였으니 곧 내가 망령되이 부탁하지 않겠다. 또한 종문宗門이 적적함을 어찌 근심하겠는가. 지성으로 축하하나니, 달리 믿음을 표할 길 없기에 불자拂子 하나와 법의法衣 한 벌을 붙이니 받아 주기 바란다.
소흥 임오년 칠월 칠일, 평강부의 광효에 머물고 있는 응암 노승 담화가 글을 써서 답한다.
【1】守詮.
【2】曇華禪師, 蘄州.江氏子, 嗣虎丘.紹隆禪師.
【3】斯者, 辨於此; 須者, 待於彼. 辨則離, 待則合, 謂一離一合之頃.
【4】董仲舒《策》: 「察天下之息耗」 註: 息, 生也; 耗, 虛也. 息耗, 一云善惡.
【5】上人,《律》云: 「甁沙王稱佛弟子, 謂上人.」《大品》云: 「佛言: 若菩薩一心行阿耨菩提, 心不散亂, 是名上人.」
【6】《祖庭》云: 「今宗門, 命長老, 住持演法之初, 亦皆謂之開堂者, 謂演佛祖正法眼藏, 上祝天算, 又以祝四海生靈之福, 是謂開堂也.」
【1】이름이 수전이다.
【2】담화선사는 기주 강씨의 아들이며 호구 소융선사의 법을 이었다.
【3】斯란 여기에서 변별함이요 須란 저기에서 기다림이다. 변별한 즉 헤어지고 기다린 즉 만나나니, 한 차례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잠시간을 일컫는다.
【4】동중서의《책》에 「천하의 정황(息耗)을 살핀다」 하고는 주석에, 息은 생겨남이요 耗는 텅 비게 하는 것이다. 息耗를 또는 善惡이라고도 한다.
【5】上人이란《율》에 이르기를 「병사왕이 불제자를 일컬어 上人이라 하였다」고 하였으며,《대품》에 이르기를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길, 만약 보살이 일심으로 아뇩보리를 행하면 마음이 산란하지 않을 것이니 이것을 上人이라 이름한다고 하셨다」고 하였다.
【6】《조정》에서 말하였다. 「지금의 종문에서 장로나 주지로 명을 받아 법을 연설하는 그 처음 역시 모두 開堂이라 일컫는 것은 부처님의 正法眼藏을 연설하여 위로 하늘의 지혜를 축원함을 말하며, 또한 그렇게 함으로써 온 세상 생령들의 복을 기원하는 그것을 開堂이라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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