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문경훈(緇門警訓)

대지조율사송의발여원조본선사서 大智照律師送衣鉢與圓照本禪師書

通達無我法者 2008. 3. 17. 15:35
 

 

 

대지조율사송의발여원조본선사서 大智照律師送衣鉢與圓照本禪師書[1]

某年月日, 比丘元照謹裁書, 獻于淨慈.圓照禪師. 元照早嘗學律知佛制, 比丘必備三衣‧一鉢‧坐具‧漉囊, 是爲六物. 上中下根, 制令遵奉故, 從其門者不可輒違, 違之則抵逆上訓, 非所謂師資之道也. 三衣者何? 一曰僧伽梨, 謂之大衣, 入聚應供, 登座說法則着之; 二曰鬱多羅僧, 謂之中衣, 隨衆禮誦‧入堂受食則着之; 三曰安陀會, 謂之下衣, 道路往來‧寺中作務則着之. 是三種衣, 必以麤踈麻苧爲其體, 靑‧黑‧木蘭染其色,[2] 三肘五肘爲其量. 裂碎還縫, 所以息貪情也; 條葉分明, 所以示福田也.[3] 言其相則三乘聖賢而同式, 論其名則九十六道所未聞, 敍其功則人得免凶危之憂‧龍被逃金翅之難,[4] 備存諸大藏, 未可以卒擧也. 一鉢者, 具云鉢多羅, 此云應器. 鐵瓦二物, 體如法也; 煙薰靑翠, 色如法也; 三斗斗半, 量如法也. 盖是諸佛之標幟, 而非廊廟之器用矣. 昔者迦葉如來授我釋迦本師,《智論》所謂十三條麤布僧伽梨, 是也. 洎至垂滅, 遣飮光尊者持之於鷄足山以待彌勒, 有以見佛佛之所尊也;[5] 祖師西至, 六代相付, 表嗣法之有自, 此又祖祖之所尙也. 今有講下僧在原, 奉持制物有年數矣. 近以病卒, 將啓手足,[6] 囑令以衣鉢坐具奉于禪師, 實以賴其慈蔭, 資其冥路故也. 恭惟, 禪師道邁前修, 德歸庶物, 黑白蟻慕,[7] 遐邇雲奔, 天下叢林, 莫如斯盛. 竊謂事因時擧, 道假人弘, 果蒙暫屈高明, 俯從下意, 許容納受, 特爲奉持, 如是則大聖之嚴制可行, 諸祖之餘風未墜. 謹遣僧, 齎衣鉢共五事, 修書以道其意, 可否間惟禪師裁之. 不宣.[8]

모년 모월일에 비구 원조는 삼가 글을 다듬어서 정자 원조선사에게 드립니다. 원조는 일찍이 율장을 배워 부처님께서 제정하신 바를 알고 있으니, 비구는 반드시 세 가지 옷과 하나의 바루 그리고 앉는 도구와 녹랑을 갖추어야 하는데 이를 육물六物이라 합니다. 상중하의 근기에 따라 제정하여 좇아 지키며 받들도록 한 까닭에 불문佛門을 따르는 자는 가벼이 어길 수 없으니, 이를 어기면 곧 높으신 가르침을 거역하는 것이므로 스승과 제자의 도리라고 일컬을 바가 아닙니다.

세 가지 옷이란 무엇인가? 첫 번째를 승가리僧伽梨라 하여 ‘큰 옷’이라 일컫는데 마을에 들어가 공양에 응하거나 자리에 올라 법을 설할 때 착용하며, 두 번째를 울다라승鬱多羅僧이라 하여 ‘가운데 옷’라 일컫는데 대중을 따라 예불이나 경을 읽을 때 또는 전당에 들어가 음식을 받을 때 착용하며, 세 번째를 안타회安陀會라 하여 ‘안쪽 옷’이라 일컫는데 길을 왕래할 때나 절 안에서 운력할 때 착용합니다. 이 세 종류의 옷은 반드시 거칠고 성긴 삼베로 그 바탕을 삼고 푸른색과 검은색 및 목란색으로 염색하여 3주肘에 5주肘를 그 크기로 삼습니다. 찢어지고 헤지면 다시 바느질하는 것은 탐내는 마음을 쉬고자 하는 까닭이며, 가닥과 잎을 분명하게 하는 것은 복밭임을 표시하고자 하는 까닭입니다. 그 모습을 말하면 곧 삼승三乘의 성현이 같은 형식이고, 그 이름을 논하면 아흔 여섯 외도에게서도 들어보지 못했던 바이며, 그 공을 서술하면 곧 사람이 얻음에 재앙과 위태로움의 근심을 면하고 용이 입음에 금시조의 난을 피할 수 있으니, 이러한 내용들이 대장경에 갖추어져 있으나 졸지에 열거할 수 없을 뿐입니다.

하나의 발우라는 것은 갖추어 말하면 발다라鉢多羅로서 이곳 말로는 알맞은 그릇(應器)이라 합니다. 쇠와 질그릇의 두 가지 물질로 되어 있으니 그 몸체가 법답다 할 것이며, 연기를 쏘여 푸른 비취빛을 뛰게 하였으니 그 색채가 법답다 할 것이며, 세 두斗와 한 두斗 반이니 그 양이 법답다 할 것입니다. 대개 이는 모든 부처님의 표식이지 묘당의 제구는 아닙니다.

옛적에 가섭여래께서 우리 석가본사께 건네주셨으니,《지론》에서 말하는 거친 베로 된 13조의 승가리가 그것입니다. 입멸에 임박하여 음광존자를 보내 그것을 가지고 계족산에서 미륵을 기다리게 하였으니 모든 부처님들이 존중하는 바임을 드러내 보이려는 까닭이며, 조사께서 서쪽에서 이른 뒤로 6대가 서로 부촉함은 법을 이어가는 것에 그 비롯한 근원이 있음을 드러내는 까닭이니 이는 또한 모든 조사님들이 숭상하는 바입니다.

지금 논강제자 중 재원在原이 있어 법다운 육물을 받들어 지닌 지 수 년째 되었습니다. 근자에 병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막 손발을 열어 보이려 할 때에 가사와 발우 및 앉는 도구를 선사에게 드릴 것을 부탁하였으니 실로 자애로운 음덕에 힘입어 그 저승길을 돕고자 하는 까닭일 것입니다. 삼가 생각건대 선사의 도력이 앞서 수행하던 분들을 뛰어넘고 덕행은 만물이 돌아와 의지하니 사문이나 속인들이 개미떼처럼 붙좇으며 멀고 가까이서 구름처럼 몰려오는지라, 천하의 총림이 이같이 번성한 적이 없었습니다. 가만히 말씀드리건대 모든 일은 때에 인연하여 거행되고 도는 사람에 빌미하여 넓혀지는 것이므로 높고 밝으신 뜻을 잠시 굽히고 아랫사람의 뜻을 굽어 따름으로서 과연 허락하고 받아들여 특별히 지녀주시면 이로서 곧 큰 성인의 엄한 법제가 행해질 수 있을 것이며 모든 조사님의 남겨진 교화의 바람이 땅에 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삼가 승려를 보내며 가사와 발우를 꾸리고 다섯 가지 일과 함께 글을 써서 그 뜻을 아뢰오니 가부간에 오직 선사께서는 이를 헤아려 받아들여 주십시오. 이만 줄입니다.

【1】照本禪師, 常州.無錫.管氏子, 嗣天衣.義懷禪師.

【2】《四分》有三壞色, 靑‧黑‧木蘭. 靑謂銅靑色也, 黑謂雜泥色也. 木蘭, 樹皮色也, 其皮染作赤色也.

【3】《章服儀》云: 「條堤之相, 事等田疇, 如畦貯水而養嘉苗, 譬服此衣而生功德也. 佛令像此, 義不徒然.」《五分》云: 「衣下數破, 當倒彼之.」

【4】《海龍王經》云: 「龍王白佛: ????如此海中, 無數龍種, 有四金翅鳥, 常來食之, 願佛擁護, 令得安穩.???? 於是, 佛脫身皂衣, 告龍王言: ????汝取是衣, 分與諸龍, 皆令周遍, 於中有値一縷者, 鳥不能觸犯.????」

【5】《祖庭》云: 「迦葉入王舍城, 最後乞食. 食已未久, 登鷄足山, 山有三峯, 如仰鷄足. 迦葉入中, 結跏趺坐, 作誠實言: ????願我此身幷衲鉢等, 久住不壞, 乃至經於五十七俱胝六十百千歲, 慈氏如來出現世時, 施作佛事.???? 作此誓已, 尋般涅槃. 時, 彼三峯, 便合成一.」

【6】曾子有疾, 召門弟子曰: 「啓予手足! 而今而後, 吾知免矣. 小子!」 盖曾子平日, 以身體不敢毁傷故, 於此使弟子開衾而視之, 以其所保之全, 示門人, 至於將死而後, 以其得免於毁傷. 小子, 門人.

【7】言緇素嚮往, 如蟻集腥膻.

【8】準薩婆多中, 三衣長五肘‧廣三肘, 每肘一尺八寸. 準姬周尺, 長九尺‧廣五尺四寸.

【1】조본선사는 상주 무석의 관씨 아들로서 천의 의회선사의 법을 이었다.

【2】《사분율》에 세 가지 壞色이 있으니 푸른 색과 검은 색과 목란색이다. 푸른 색은 구릿빛 같이 푸른 색을 말하며, 검은 색은 잡다한 진흙색이다. 목란은 [목란의] 나무껍질색인데 그 껍질로 염색하여 붉은 색을 만든다.

【3】《장복의》에 이르기를 「가닥이 진 모습을 밭두둑 같이 만들어 놓은 것은 마치 두둑을 쌓고 물을 저장하여 벼를 기르는 것과 같음이니, 이 옷을 입으면 모든 공덕이 자라남을 비유한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러한 모양을 띄게 한 것은 그 뜻이 공연한 것이 아니다」 하였으며,《오분율》에 이르기를 「옷 아래쪽이 자주 닿아 떨어지면 응당 거꾸로 입으라」 하였다.

【4】《해룡왕경》에 말하였다. 「용왕이 부처님께 아뢰기를 이 바다 가운데 무수한 용의 종자를 네 마리의 금시조가 있어서 항상 와서 먹으니 원컨대 부처님께서 옹호하시어 편안함을 얻게 하여 주십시오???? 하였더니 이에 부처님께서 몸에서 검게 물들인 옷을 벗어서 용왕에게 고하기를 너는 이 옷을 가져다 모든 용들에게 나누어주어 모두가 두르도록 할 것이니, 그 가운데 할 올만 가지게 되더라도 금시조가 능히 범하지 못할 것이다 하였다.」

【5】《조정》에 말하였다. 「가섭이 왕사성에 들어가 최후로 걸식을 하였다. 식사가 끝나고 얼마 후에 계족산에 오르니 산에는 봉우리가 세 개 있었는데 마치 닭의 발이 하늘을 우러러보고 있는 것 같았다. 가섭이 그 가운데로 들어가 결가부좌를 하고는 정성스럽고도 진실된 말로 원하옵건대, 나의 이 몸과 가사 및 발우 등이 오래도록 허물어지지 않은 채 57구지 60백천세가 지나기에 이르러 자씨여래께서 이 세상에 출현할 때 불사를 이루어 베풀도록 하여 주십시오 하여 이러한 서약을 짓고 난 후에 곧 열반에 드셨다. 이 때 그 세 봉우리가 문득 합쳐져서 하나로 되었다.」

【6】증자가 병이 있자 문중의 제자들을 불러 말하기를 「나의 손과 발을 펴 보아라. 지금 이후에야 내가 면하였음을 알았도다. 문인들아!」 하였다. 아마도 증자가 평소에 신체를 감히 훼손시키지 않았던 까닭에 여기서는 제자들로 하여금 이불을 헤치고 그것을 보게 함으로써 온전히 보전시킨 바를 문하인들에게 보여준 것이니, 막 죽게 됨에 이른 뒤에야 훼상을 면하였음을 알았다고 말한 것이다. 소자는 문하인이다.

【7】사문과 속인들이 심복하여 향해감이 마치 개미가 비린 것에 모여드는 것 같음을 말한다.

【8】살바다율의 내용에 기준하면 세 종류 가사는 길이가 5주이고 넓이는 3주이며, 1주는 1척8촌이다. 희씨 성의 주나라 척도에 기준하면 길이가 9척이요 넓이가 5척4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