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어록(達磨語錄)

선도론(禪道論)-3

通達無我法者 2008. 8. 15. 19:19

 

 

 

그대 자신을 육체와 동일시하면 그대는 육체가 된다. 그때 그대는 한 사람의 중생이 된다. 그때 거기에 죽음의 공포가 있다. 그대의 육체와 동일시하지 않으면 그대는 한 사람의 지켜보는 자가 된다. 그대는 순수한 의식이 되며 무심(無心)이 된다. 거기에는 죽음도 없고 질병도 없으며 늙음도 없다. 그대가 지켜보는 한 그것은 영원하며 항상 새로운 젊음 속에 산다. 진정한 종교는 그대에게 숭배를 가르치지 않는다. 진정한 종교는 그대의 불멸성을 가르친다. 그대 안에 신이 있음을 발견하게 한다.

그리고 바로 달마가 그렇게 말했다.
"만일 그대가 직접적인 이해를 얻기 원한다면 어떠한 모양에도 집착하지 말라. 그러면 그대는 뜻을 이룰 것이다. 나는 그것 외에 다른 어떤 충고도 해줄 수 없다."

그의 충고는 매우 간단하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실패하는 법이 없다. 그는 어떤 모양과도 동일시를 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있다. 육체도 모양이며 마음도 모양이며 세상도 모양이다. 절대로 모양이 아닌 것이 딱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바로 그대 의식이다. 모양을 가진 것은 무엇이든지 변한다. 그러므로 그대를 그것과 동일시하지 말라. 그대는 변치 않는 신성이다. 그래서 달마는 말한다. 나는 그것 외에 다른 어떤 충고도 해 줄 수 없다는 말이다.

"모양에 집착하지 말라. 그러면 그대는 부처와 한 가지 무심(無心)이 될 것이다." 본래 어록에는 "그대가 부처와 한 가지 마음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달마의 어록에 주석을 단 사람의 오해에서 나온 말이다. 마음이란 말은 무심(無心)이란 말로 바꾸어져야 한다. 마음으로는 부처와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다. 이 말은 매우 깊은 뜻이 있다. 만약 그대 속에 있는 모든 마음을 헤아려 본다면, 그 마음의 숫자는 사람의 숫자만큼이나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대가 침묵한다면, 어떤 생각도 하지 않는다면, 그때 그대는 무심(無心)이 될 것이다. 그리고 모든 구분이 사라질 것이다. 그대가 남자이든 여자이든, 젊은이든 노인이든, 교육을 받았건 안 받았건, 부자이건 가난뱅이건 간에 그것은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

마음이 초월하는 순간에 모든 구별이 사라진다. 모든 구분은 마음에 의해 생겨난다. 마음을 넘어설 때 푸른 하늘이 펼쳐진다. 그 하늘을 사념의 구름을 넘어선 광대 무변(無邊)한 침묵의 하늘이다. 그 공간 안에서 그대는 존재계와 하나가 된다. 그대는 전체와 하나이다. 나는 전체와 하나되는 이것만이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성스러운 것이라고 부른다.

제자는 달마에게 묻는다.
"그렇지만 왜 우리는 부처와 보살을 예배하면 안 됩니까?"

그 제자는 세속인의 마음을 가진 사람처럼 보인다. 달마는 이미 그 물음에 대답했다. 그리고 답이라고 나온 다음의 구절은 결코 달마의 말이 아니다. 그렇게 말할 정도로 달마는 어리석지 않다. 그래서 먼저 나는 제자가 쓴 어록부터 말하고 그 다음에 달마의 본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려 한다.

"마귀와 귀신들은 모습을 나타내는 힘을 갖고 있다. 그것들은 보살의 모습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거짓이다. 그것들은 부처가 아니다. 부처는 그대 자신의 마음이다. 그대의 신앙심을 잘못된 방향으로 쓰지 말라."

마귀들이 부처를 가장하기 때문에 부처를 예배해서는 안 된다고 그 제자는 말하고 있다. 만약 그대가 예배한다면 그 모습은 부처의 모습일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 뒤에는 마귀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대답은 달마의 대답이 될 수 없다.

신을 믿지 않는 사람은 악마도 믿을 수 없다. 신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악마도 부정할 수 있다. 그래서 생각할 것도 없이 달마의 대답은 이러할 것이다. "그대는 어떤 부처도 예배할 필요가 없다. 그대가 바로 부처이기 때문이다. 부처가 부처를 숭배한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또 다른 선사 한 사람이 생각난다. 그는 아마 달마와 비슷한 기질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또한 그는 달마의 직계 제자 중의 한 사람이다. 그가 어느 겨울날 밤에 한 절에서 머무르게 되었다. 그 절의 주지는 그가 보통 사람이 아님을 알고 그 절에 머물 것을 허락한 것이다. 그런데 한밤중에 뭔가 타는 냄새가 나서 밖으로 나와보니 선사가 자는 방 아궁이 앞에 불이 붙고 있었다. 불이 난 줄 알고 당황한 주지가 그곳으로 달려가 보니 어젯밤에 온 선사가 아궁이에다 나무로 된 불상을 태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선사는 불구경을 하면서 매우 즐거워하고 있었다.

놀란 주지는 다급하게 물었다.
"아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당신은 제정신입니까? 불상을 태우게 말입니다."

그런데도 선사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불상이 타 버리고 난 잿더미를 지팡이로 뒤적거리면서 뭔가를 찾고 있었다.

주지가 다시 물었다.
"지금 뭘 찾고 있습니까?"

그러자 선사는 대답했다.
"나는 지금 사리를 찾고 있는 중이라네."

그러자 주지는 그 절에서 가장 아름다운 불상을 태워서 매우 화가 났지만 하도 기가 막혀서 웃어 버렸다.
"당신은 정말 미쳤군요. 목불에서 무슨 사리가 나온단 말입니까?"

그러자 선사가 말했다.
"내가 그대에게 보여 주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사리가 안 나오면 이것은 진짜 부처가 아니다. 이것은 그저 조각된 나무에 불과하다. 그러니 이것에 속지 말라. 나는 긴 여행에 매우 지쳤는데 밤은 길고 너무 추워서 불을 지폈다. 기왕 나를 도와주려면 불상 두 개만 더 갖다 달라. 아직도 그대에게는 불상이 세 개나 있지 않은가? 예불을 하는 데는 하나면 충분하다. 나머지 두 개는 내게 줄 수 있지 않은가? 게다가 밤은 매우 춥고 나는 살아 있는 부처다. 살아 있는 부처를 위해서 나무로 된 부처를 불태우는 것이 뭐 그리 잘못된 일인가?"

그 말은 들은 주지는 갑자기 이 사람이 매우 위험스럽게 보였다. 그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이 사람은 내가 잠이 들고나면 아마 절에 있는 불상을 다 태워 버릴 것이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을 깨워서 그 선사를 절에서 쫓아내 버렸다.

그 선사는 쫓겨나가면서도 계속 말했다.
"이것은 잘못된 일이다. 들어 보라. 그대는 정말로 후회하게 될 것이다. 지금 그대는 나무로 된 부처를 구하려고 살아 있는 부처를 추운 겨울날 밤에 쫓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대는 지금 제정신인가?"

주지가 말했다.
"나는 지금 당신과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미쳤습니다. 그러니 나가 주십시오."

아침에 주지는 그 선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려고 대문을 열어 보았다. 그는 길 한쪽에 앉아서 시든 들꽃 몇 송이를 들고 있다가 바위 위에 그 꽃을 올려놓고는 예불을 드리기 시작했다.

주지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는 그 선사에게 다가가며 중얼거렸다.
"이 사람은 진짜로 미친 사람이구나. 어젯밤에는 그 비싼 불상을 태우더니 이제는 바위를 부처로 잘못 알고 예불까지 올리는구나."

이윽고 주지는 그 선사에게 퉁명스럽게 말했다.
"지금 뭘하고 있습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아침 예불을 올리고 있는 중이라네."

주지가 다시 말했다.
"그런데 당신은 매우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는군요. 어젯밤에는 내 불상을 태우더니 이제 당신은 길을 가리키는 표석에 대고 절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선사가 말했다.
"그대는 이해하지 못한다. 이 부처는 내 눈에만 보인다. 만약 그대가 이것이 부처로 보이면 그것은 부처이다. 그대가 나뭇조각을 부처로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마음의 장난이다. 사실 나는 예불 같은 것은 드리지 않는다. 내가 이렇게 하는 것도 그대가 잘못된 생각을 고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절을 받는 목불이 부처가 아니라, 절을 하는 그대가 바로 부처다. 그러니 내가 오늘밤 다시 절에서 잘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