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계 내지 무의식계 無眼界 乃至無意識界
☆ 불법의 마음 중생의 마음
인도에는 지금 우리가 접하는 불교의 틀을 잡은 손꼽히는 위대한 사상가가 있습니다. 실은 사상가라는 말로는 부족하고 거의 보살의 경지에 이른 분들입니다. 용수龍樹(150~250년 경), 무착無着(310~390년 경)과 세친世親이 대표적입니다. 용수는 부파불교에 속해있다 당시의 모든 경전을 통달하고 대승불교의 교의敎義를 확립한 제2의 석가란 칭송까지 받는 분인데, 그의 저술은 대지도론, 십주비바사론, 중론 등 엄청난 내용의 것들로 가득합니다.
무착은 인도 대승불교의 유식설唯識說을 체계화시켰고, 대승공관大乘空觀을 깨우치고 그의 대표적 저서 섭대승론攝大乘論은 후에 법상종法相宗이 생기게 되는 기반이 됩니다. 무착은 대승이 진정한 부처님의 교설敎說이라고 10가지를 들어 조목조목 논증하였습니다.
세친은 무착의 동생으로 대승불교의 꽃을 피운 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세친도 처음에는 부파불교를 연구하다 후에 대승경전을 주도한 분으로 구사론俱舍論, 백론百論, 유식삼십송唯識三識頌 등 수 많은 논서가 있습니다.
이 무착과 세친이라는 인류사에 더 없는 형제가 확립한 유식설唯識說이 지금 우리가 대하는 불교의 큰 축을 이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유식설은 '모든 것은 식의 작용이다'라는 한 마디로 귀결됩니다.
선禪 적인 가르침을 말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예가 있습니다.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는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한 스님이 말하길, "깃발이 움직이고 있군." 그러자 다른 스님이 반박했다. "아니야, 깃발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바람이 움직이는 거야." 이렇게 스님들이 논의가 붙었습니다. "그렇다." "아니다." "바람이다." "깃발이다." 하며 다투기 시작했다. 그때 한 객스님이 말했다. "그것은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그대들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다."
이 객스님이 바로 육조 혜능선사입니다. 여기서 혜능의 말은 화엄경의 유명한 유심게唯心揭인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즉,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라는 의미와 일치합니다. 불법은 한 마디로 마음을 정확히 알리는 가르침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마음'이라는 단어가 설명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나 또 이해하려는 사람의 입장에서나 양자에게 모두 간단하지가 않다는데 있습니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혜능이 말하는 마음과 여러분이 생각하는 마음이 차원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누구든 가장 많이 하고 또 듣는 소리인 '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준다'라고 할 때의 마음이 '모든 것이 만들어지는 마음'은 아닌 것입니다. 마음에도 깊이가 있다는 뜻인데 그 깊이를 양파껍질 벗기듯 설명해 나가는 것이 바로 유식학唯識學입니다. 이제 유식학에 의지해 마음을 하나씩 벗겨 나가겠습니다.
그 전에 긴장을 풀기 위해 각자가 염두에 두는 '마음'이란 것이 얼마나 작위적인지를 보여주는 우스갯소리를 두 가지 소개합니다.
학생:선생님, 앞문이 열렸는데요.(지퍼) 선생님:그래? 학생:정말 열렸는데요. 선생님:주번 나와! 앞문 닫아.
정신분석의에게 고용되어 있던 비서가 사표를 냈다. 봉급도 많고 일도 편한데 왜 그만두느냐는 친구들의 물음에 그녀는 이렇게 설명했다. 만일 조금만 지각하면 적의를 갖고 있다는 식으로 취급하고, 시간 전에 출근하면 불안증에 걸려 있다고 진단하고, 제 시간에 맞추어 나가면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고 하더라고.
※ 본 내용은 성법스님 저서인 '마음 깨달음 그리고 반야심경'을 보내드리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