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이야기·지묵스님

“만약 욕을 먹지 않는 방법을 말하면- ”/지묵스님

通達無我法者 2008. 12. 12. 03:36

 

 

“만약 욕을 먹지 않는 방법을 말하면- ”

조주어록 보기 30


어떤 스님이 여쭈었다. “흰 구름 자유롭게 떠도는데 어때요?”

조주스님이 이르셨다. “곳곳에 한가롭게 부는 봄바람만 같으랴?”

강설 / 흰 구름은 높은 산 깊은 계곡에서 청정하게 숨어 사는 은자(隱者)의 비유라면, 봄바람은 백화가 만발하도록 이웃과 온정을 소리 없이 나누며 사는 원력 대보살의 비유이다.



어떤 스님이 여쭈었다. “무엇이 노지 백우(露地白牛 천하에 모습을 드러낸 명품 흰 소)입니까?”

조주스님이 이르셨다. “월-하- 불-용-색(月下不用色 아름다운 달빛 아래서는 소의 빛깔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아)!”

어떤 스님이 여쭈었다. “흰 소는 무엇을 먹습니까?”

조주스님이 이르셨다. “고-금-에- 흰-소-는- 먹-는- 일-이- 없-어-!”

어떤 스님이 여쭈었다. “청하옵니다. 스님께서 쉽게 설명해 주십시오.”

조주스님이 이르셨다. “이- 늙-은- 중-이- 다- 말-하-였-지?”

조주스님이 법상에서 대중에게 이르셨다. “마-음-으-로- 무-엇-을- 헤-아-리-려-고- 하-면- 툭- 떨-어-져-!”

어떤 스님이 여쭈었다. “무엇을 헤아리지 않을 때 마음은요?”

조주스님이 죽비로 세 번 후려갈기고 이르셨다. “이- 늙-은- 중-이- 자-네-를- 내-버-렸-다-고- 헤-아-리-지- 말-게-!”

강설 / 있는 그대로 마음의 길을 따라 가지 않는 사람이 재주와 꾀를 쓰면 오히려 역효과. 무엇인가 헤아리려고 하면 툭- 떨-어-져-! 

 

조주스님이 법상에서 이르셨다

“불법이 어렵다고 말하면 쉽고

쉽다고 말하면 어렵느니라

불법을 만나 보기는 어려워도

오히려 쉽게 깨칠 수 있느니라”




어떤 스님이 여쭈었다. “보통 문답은 사랑분별에 떨어져 있는데요. 사랑분별에 떨어지지 않고 큰 스님께서는 어떻게 학인을 접대하십니까?”

조주스님이 이르셨다. “묻-거-라-!”

학인이 여쭈었다. “바로 큰 스님께서 일러 주십시오!”

조주스님이 이르셨다. “허, 여-기-서- 사-량-분-별-에- 떨-어-지-는- 시-비-는- 말-자-구-나!

어떤 스님이 여쭈었다. “용녀(龍女, 화엄경에서 보주(寶珠)를 공양한 내용)가 몸소 불전에 공양을 올렸는데요. 알지 못합니다. 공양 올린 공양물이 무엇입니까?”

이때였다. 조주스님이 공손하게 두 손을 모아 불전에 공양을 올리는 자세를 취하셨다.

강설 / 조주스님의 거룩하신 모습을 보여주는 대목. 이 이상 달리 무슨 설명이 필요한가.



조주스님이 법상에서 대중에게 이르셨다. “부처님 법에서 말일세. 불법이 어렵다고 말하면 쉽고, 불법이 쉽다고 말하면 어렵느니라. 따로 딴 데서 불법을 만나 보기는 어려워도 불법은 오히려 쉽게 깨칠 수가 있느니라.

이 늙은 중의 회상에서 불법은 쉽게 만나 볼 터이지만 그건 천만의 말씀! 깨-치-기-가- 도-통- 어-렵-지-! 만약에 불법을 깨친 사람이라면 천하를 종횡무진 주유할 것이니라.

홀연 어떤 사람이 묻기를, 어디서 오셨습니까? 하였다고 치자. 이때 한 사람이, 조주 땅에서 왔습니다, 하고 대답하면, 그-건- 조-주- 땅-을- 욕-한- 것-이-지-! 다른 한 사람이, 조주 땅에서 오지 않았습니다, 하고 대답하면, 역시 마찬가지! 자-기- 자-신-의- 무-덤-을- 파-는-거-야-! 자, 대중들은 어-떻-게- 대-답-을- 하-겠-는-가-?”

어떤 스님이 여쭈었다. “눈 떠보아도 닿는 데마다 욕설과 빈정거림의 대상입니다. 큰 스님께서는 욕을 먹지 않는 방법을 일러 주십시오!”

조주스님이 이르셨다. “만약 욕을 먹지 않는 방법을 말하면 그-것-도- 벌-써- 욕-한- 거-야-!”

강설 / 조주스님의 사자후(獅子吼)에 귀가 멍멍하다.

지묵스님 / 장흥 보림사 주지